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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뚜 Aug 19. 2024

멈춰버린 시간

아빠가 치료를 포기하고 병원에서 돌아온지도 반년이 되어간다. 걸음은 느려지고 방에서 거실로 나오는 것도 힘겨워하는 지금, 아빠의 모든 일상이 멈추었다. 열심히 다니던 주간보호센터도, 가끔 마실다녀오듯 다녔던 보청기 상사도, 방에 앉아서 오랜시간 만지작거리던 소형녹음기도,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깊이 잠들지 못해 뒤척이며 버티는 밤이 지나가면 여전히 깔끔한 아빠는 누구의 도움도 거절하고 느린 속도로 혼자 샤워를 하고 드라이를 마치고, 아침을 먹는다.

온종일, 거실 소파에 앉았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삼시세끼를 먹는다. 일과, 아주 단순한 일과는 조금씩 아빠의 정신세계를 좀 먹고 있는듯한 착각마저 든다. 끊임없이 옛날 일을 추억하고, 병마로 잊혀지는 단어들을 생각해 내려고 애를 쓴다. 옆에서 보는 나는 가슴이 무너지고 먹먹하다. 아빠의 일상은 무너지고 있는데 해 줄 수 있는게 없어서, 그래서 미안하고 속상하다. 언제까지 버티고 계셔 줄지 매일 가슴 조린다.


일찍 주무시러 들어간 아빠가 괜찮은지 조용히 문을 밀고 들어가 확인하는 것도 6개월간 이어져오는 나의 밤 루틴이 되었다. 오늘도 문을 밀다 우연히 옷걸이가 눈에 들었다. 가지런히 놓인 마스크와 모자와 가방, 아빠의 외출 준비물들.

코로나 때 멈춰버린 아빠의 일상이 저기 벽에 갇혀 멈추어 있다. 다시 시작될 수 없는 멈춤을 보며 왈칵 눈물이난다.


조금만 더 버티고, 조금은 덜 아프다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날 때는 후회없이 보내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아빠 벽 옷걸이가 나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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