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척척아줌마

by 완뚜

아바타의 세상.
이상한 세상에 빠져버린 나는 아바타일까, 엘리스일까?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에 의해 몸이 움직이고 있다. 정신없이 몰아붙인다. 이렇게 부지런했었나? 내가?
누군가가 당기는 줄에 의지해 움직이는 인형처럼 몸은 자기의지도 없이 움직인다. 몸에서 이탈한 정신은 무성영화를 보는 관객처럼 자막도 없는 활동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유추한다. 아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나? 저기서 무얼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뿐이다.

세상이 온통 낯설다. 좋은 사람도 싫은 사람도 없으며 맛있는 것도 맛없는 것도 없다. 배가 고픈 것도 느껴지지 않고 속이 할퀴어지는 고통이 찾아오기 시작하면 속이듯 작은 음식물을 밀어 넣는다. 때론 사과즙이기도 때론 사탕이기도 그것도 주위에 보이지 않으면 건강보조제를 입안에 털어넣는다. 털어넣은 사탕조차 입이 뻑뻑해지고 쓰다. 물을 벌컥인다. 조금 전까지 할퀴어대던 위가 잠시나마 진정된다. 참 이상도 하다. 가짜를 넣고 위를 불리는데 알아차리지 못한다. 배고픈 것을 가장 참지 못했던 나에게 남편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뭐 먹고 싶어?, 였었지. 그 남자가 나의 식욕도 함께 가지고 떠났나 보다. 이상해진 아줌마는 이상한 나라에서 누군가의 조정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다. 예전의 그 여자는 사라져 버렸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현재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미련하고 게으른 그녀가 사라졌다. 식성 좋던 그녀가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한자락을 가슴에 지니고 살던 그 아줌마는 이제 무감해지고 딱딱해져 심장이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사라져 재가 되어 버렸고 잿더미에서 겨우 일어나, 무늬만 남은 나는 기계적으로 시간을 줄여 나가고 있다. 나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 이상한 세상은 여전히 낯설고 두려워 한발 딛는 것도 힘겹다. 낭떠러지라도 있을까 겁먹은 나는 오직 삶에 대한 집착만 느는 중이다. 책임을 위한 삶을 살아가야 하기에. 아직은 할 일이 남았기에.

출근 길, 갑자기 끼어 든 자동차와 사고가 날 뻔했다. 툭툭 털어 버렸을 일이었다. 그런데 변해 버린 나는 손이 떨렸다. 잔뜩 겁을 먹는다. 의지할 이가 없는 나는 이제 매사에 겁을 먹고 몸을 사린다.

모든 것에 겁 먹은 중년 여성은 여전히 괜찮은 척, 자신있는 척, 당당한 척, 척척거리며 살아간다. 그렇게라도 해야 동정받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오늘도 척척거리는 삶을 산다. 내 의지는 없고 내 삶이 아닌 것 같지만 최소한의 음식을 입에 넣고 차를 마시고 웃고 떠들며 나를 속이고 그들을 속이며.

나 이제 괜찮아. 척척 아줌마의 하루가 또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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