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 물어요 안 물어요?
강아지의 첫 사회성은 엄마 강아지를 통해서 길러진다. 그리고 동배들과 뛰놀면서 단체생활에서의 매너, 친구가 싫으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엄마한테 고집을 어느 선까지 부려야 하는 것인지를 배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젖을 떼기까지 대략 3달가량의 시간은 이 아이들의 삶의 태도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쁨이는 정확하게 태어난 지 3달이 되던 때에 우리의 품으로 왔다. 워낙에 여러 강아지들과 자유롭게 활동을 했기 때문인지 튼튼했고, 주변에 강아지가 보였다 하면 같이 놀자고 깡충깡충 친구를 향해 뛰면서 신나게 꼬리를 흔들었다. 산책을 하다가도 멀리서 강아지의 냄새가 나거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면 바로 납작하게 엎드려서 친구가 자신에게 다가와 냄새를 맡아주기를 한껏 기대했다. 마음이 맞는 친구가 확실시되면 그 둘은 정말 눈을 희번덕하게 뜨고 혀가 옆으로 다 빠질 정도로 에너지를 몽땅 소비하며 놀았다. 덩치가 큰 개이든 아주 작은 강아지이든 차별하지 않고 말이다. 저 멀리서 흰 강아지가 전속력으로 원을 그리며 강아지 하나를 중심에 두고 뛰고 있으면 그건 분명 기쁨이었다.(지금도 기쁨이가 좋아하는 동네 친구는 허스키, 골든두들, 그리고 보더콜리이다.)
기쁨이의 까불까불하고 깨방정이었던 태도는 희한하게 1살이 넘어가면서부터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1년 반이 지나갈 무렵에는 세상 차분한 강아지가 되었다. 자기보다 어린 강아지가 귀를 당기거나 꼬리를 물어도 그저 가만히 있고, 친구가 꼬리를 치며 살그머니 다가오면 순순히 응꼬를 내어주며 기다린다. 어쩔 때는 아예 엎드려서 친구가 응꼬에 코를 파묻어가며 냄새를 맡거나 귓속에 주둥이를 들이밀어도 [ 마음대로 하쇼. 냄새 맡고 싶을 만큼 맡으라고]라는 심드렁 표정으로 기다린다. 여기까지 보면 세상 얌전하고 착한 강아지의 이미지다. 정말이지 온 동네사람들이 입이 마르도록 '참 순하다' '정말 착하다' '교육을 잘 받았네' 칭찬을 해주어서 왠지 모르게 자식 잘 키우는 부모인 것처럼 우리 부부는 괜스레 어깨가 쭉 펴졌다.
그랬던 우리 기쁨이가! 1살 반을 완전히 넘기고 나니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1살 반이면 어느 정도 성견이고 사람으로 치면 청년이라 할 수 있는데, 뭔가 기운이 넘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굉장히 근육 빵빵 대형견이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걷는 자세나 파워 당당한 얼굴표정을 보여준다. 세상 오동통한 솜방망이 같은 네 발로 걸어 다니면서 주변을 슥 주시한다.
[어디 우리 엄마한테 누가 오기만 해]
어느 순간부터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을 노려보고 특히 밤에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면 두 눈으로 그들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가까이 올라치면 갑자기 뛰어나오며 왈왈왈왈!! 짖어대는데.. 여기서 비숑의 짖는 소리가 어느 정도인지 아시는 분이 계시는지? 세상 동글동글하게 생긴 이 아이들은 푸들이나 말티푸와는 달리 뼈대가 크고 흉통이 넓어서 짖을 때면 그야말로 중형견 소리가 난다. 게다가 기쁨이는 작지도 않은 8킬로 이상의 빅숑이기 때문에 이 녀석이 갑자기 짖으면 당황하시거나 깜짝 놀라시는 분들이 많다. 정말 다행인 건, 여자와 어린아이들은 예외라는 거다.
기쁨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주변의 기쁨존 여자 사장님 누나들을 지켜내겠다는 마음인 건지, 기쁨이는 가게에 가면 바로 문가에 자리를 잡고 창 밖을 주시한다. [기쁨아, 우리 약하지 않아, 안 지켜줘도 돼]라고 누나들이 아무리 말을 하고 달래도 기쁨이의 지정석은 늘 문 앞이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마실 때에도,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항상 밖을 주시하면서 기쁨이의 목 줄을 꽉 잡는다.
기쁨이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대형견이나 덩치가 있으신 남자분들을 향해 짖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를 고민하게 하는 질문이 있다. [ 얘 물어요 안 물어요?] 물론 기쁨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누구를 문 적도 없고 송곳니를 드러낸 적도 없다. 그런데 어쨌거나 이 녀석도 수컷의 본능을 가지고 있는 동물인지라 절대 그런 적은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섣불리 [괜찮아요!]라고 대답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래서 [물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제가 얼굴 쪽을 잡고 있을게요. 만지고 싶으시면 등을 천천히 만져주세요]라고 좀 길게 설명을 드린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혹여나 얘를 사나운 개로 인지할까 봐서 마음 한 켠으로는 걱정도 생긴다. 우리 강아지가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게 견주의 마음이지만, 그러기 위해서 더더욱 견주인 나의 안전한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는 나도 기쁨이도 서로가 참아야 하고 조심해야 할 상황을 이해한다. 저 멀리 남자분들이 오면 나는 기쁨이의 목줄을 짧게 잡고 [기다려] 표시를 해준다. 경계의 눈을 하는 기쁨이도 나의 표시를 보고 바닥에 엎드려서 꾹 참고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나를 올려다보며 [엄마! 나 잘했지??]하는 표정을 짓는 나의 기특한 강아지. 건강하고 바르게 오늘도 하루 잘 보내자.
ps. 허리 디스크 통증이 도지는 바람에, 오래 앉아있질 못 해서 좀 늦게 올렸어요. 다음에는 제 시간에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