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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리스너 미라신 Jan 25. 2022

나도 좋아하는 과일이 있다.

    "어떤 과일을 제일 좋아하세요?"

    누군가 물으면 나는 어떤 답을 할 것인가 고민해본다. 키위, 포도, 딸기, 귤... 여러 과일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하나를 입 밖으로 내어본다.

    "단감이요."


    가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잎이 떨어진 나무에 달린 감들. 감은 가을을 대표하지만 요즘엔 겨울에도 맛있는 감을 먹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앞에는 단감이 접시에 곱게 담겨있다.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이제 3월이면 세 아이의 엄마가 된다. 그런 나에게 마트에서 인터넷에서 과일을 고르는 기준은 오로지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로 장바구니가 채워진다. 이때도 고민을 하게 되는데 두 아이의 과일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는 먹는 과일이 정해져 있다. 수박, 사과, 배, 키위, 딸기, 바나나. 그 외의 과일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먹어보지도 않고 '싫어'를 외친다. 반면 둘째는 모든 과일을 잘 먹는다. 도전정신이 강한건지 처음보는 과일도 맛보게 해달라고 난리다. 그런 이유로 과일 선택의 주된 기준은 첫째다. 첫째가 먹는 건 둘째도 잘 먹으니. 


    사과야 집에 널리고 널렸고(우리 부부와 시부모님은 사과 농사를 짓는다.) 겨울의 주된 과일은 딸기다. 물론 올해는 너무 비싼 가격으로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아이들의 간식으로 자주 사게 된다. 딸기 1kg을 사면 하루면 사라진다. 그래서 최대한 알이 작은 녀석으로 골라 여러번에 나눠주려고 한다. 그래야 오래 먹으니.


    딸기를 사면 온전히 아이들 몫이다. 남편을 주려고 남겨놓으면 남편은 으레 '난 안 먹어도 돼. 애들 줘.'한다. 나도 딸기를 씻으면서 온전하지 못한 녀석 한 두 개를 집어 먹고 만다.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우리가 먹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양보한다. 그건 시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딸기 1박스를 사드렸는데, 그 딸기 모두 손자 입으로 들어갔다. 그게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마음이다. 나도 먹을 수 있지만 아이를 위해 참는 것. 아이의 입에 들어가는 딸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입 안에 달콤함이 퍼진다.


    그런 나지만 양보할 수 없는 건 '단감'이다. 첫째야 단감은 쳐다도 안보니 괜찮지만 둘째가 보는 날엔 '나도 줘. 나도 줘.'가 나온다. 내 입에 들어간 단감도 빼먹을 녀석. 하지만 딸기는 양보해도 단감만큼은 양보할 수 없지. 서른 후반, 엄마라는 위치가 무색하게 단감을 혼자만 먹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냉장고 깊숙한 곳에 단감을 사서 숨겨둔다. 아이가 못 보도록. 그리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간 후 하나씩 꺼내 먹는다.


    엄마가 이래도 되는걸까 싶지만, 다른 건 다 양보했으니 이것만큼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깊숙히 숨겨둔 단감 하나를 꺼내 깨끗이 씻는다. 그리고 네 등분한 단감 껍질을 예쁘게 벗긴다. 으음- 벌써 입안에 달달한 맛이 찾아온다. 포크를 꺼내는 순간도 아까워 얼른 손으로 단감 한 쪽을 집어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역시 상상했던 그 맛. 너무나도 달콤하지만 질리지 않는 그 맛.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맛.


    단감을 먹을 때마다 '이게 나야.'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양보하느라 마음껏 펼쳐보지 못한 나의 과일 취향. 나도 좋아하는 과일이 있다. 그건 '단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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