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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 Feb 26. 2024

인사등급 S를 3번이나 받고도 이직을 7번이나 한 이유

타인의 쓸모 대신 나의 삶을 살기


나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다.


어릴 적, 내 부모는 나를 싫어했다.

엄마는 내가 3살 때 아버지와 이혼했고,

아빠는 이후로 3번의 재혼을 거듭했다.


첫 번째 새엄마는 5~6살쯤이라 기억이 안 나고,

두 번째 새엄마는 제발 내가 당신 인생에 없기를 바라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나는 중1부터 고1까지 혼자 자취를 했다)

세 번째 새엄마는 나와 가족이 되고 싶어 했지만

아빠와 내가 사이가 안 좋아 더 가까워질 수 없는 분이었다.


나는 나를 낳은 부모에게 조차

‘없는 게 나은 존재’였던 것이다.


이런 배경은 나의 사회생활에

이상한 모습으로 발현되었다.


여자 상사와의 관계는,

나는 그녀를 신뢰하지 않지만

그녀는 나를 이뻐해 주기를 바랐고,


남자 상사와의 관계는

나는 비록 그를 욕할지언정,

그는 나를 인정하기를 바랐다.


결과적으로

(여자든 남자든)

상사의 평가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 되었다.


회사에, 조직에, 팀장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강박적으로

‘항상‘ 쓸모 있길 바랐다.


하루도

나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평가가 나빠질 것 같으면

나는 그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


이것이 내가 16~7년간의 직장생활에서

인사등급을 S등급을 3번이나 받고도

7군데 이상 이직을 하게 된 이유다.


친구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친구 곁에는

계속 있었지만,

그의 기대에 벗어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나는 떠났다.


그동안은 몰랐다.

이직을 통해 연봉을 올렸고,

새로운 곳에서는 늘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나는 성장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마흔 앓이를 겪으며

지난 시간들을 곰곰이 되돌아보니

결과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본질적으로는 문제회피였음을

깨달았다.



“그때 왜 그랬어 “

“버티지 그랬어”


화살을 나에게 돌리고 싶은

충동이 있지만

그러면 나를 계속 밟게 된다.


이제는 내가 스스로 일어나서

코어에 힘을 주고

힘 있게 살아야 한다.


타인의 평가에 매일 안절부절못하며

마음 졸였던 과거의 나를 보듬어주고


나만의 평가 기준을

다시 세팅하려고 한다.


어젯밤 잠은 잘 잤는지,

오늘 음식은 건강하게 먹었는지,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은 했는지,

오늘 박장대소하며 웃거나

신나서 몰입한 일이 있었는지,

누구와 즐거운 대화를 했는지,


이제 나는 이런 기준으로

나의 하루를 평가할 것이다.


타인의 쓸모가 아니라

나의 삶을 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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