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여자라고 프로포즈 못 할 이유는 뭐야?

part 2

by 옥상 소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아줌마네로 놀러 갔다.

아줌마는 어제 일은 모두 잊은 듯 웃고 있었다.


“ 현아야, 아줌마랑 남대문 시장에 다녀올래? ”

“ 네? 남대문 시장이요? ”

“ 너 남대문 시장 가본 적 있어? 거기 재미있다. 물건도 사람도 많아 구경거리도 많고 말이야.

뜨개실이랑 점심도 먹고 오려는데 같이 가 볼래? “

” 아니요. 가본 적은 없는데. 엄마한테 가도 되는지 한번 물어볼게요. “


아줌마를 따라 남대문 시장에 가보고 싶어 얼른 집으로 뛰어갔다.

엄마는 아줌마 손을 잘 잡고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허락해주셨다.


“ 아줌마, 엄마가 다녀와도 된데요. ”

“ 그래? 그럼 아저씨랑 같이 가자. 토요일이라 아저씨 오늘 일찍 퇴근하셨어.

여보, 얼른 준비해. 가서 점심도 먹자. “


아줌마랑 아저씨 나 셋이서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55-2번 버스가 도착하자 재빨리 올라탔다.

버스는 서울역을 지나자마자 남대문 주위를 크게 한 바퀴 돌더니 남대문 시장 이란 입구 앞에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너무 놀라 아줌마 손을 꼭 잡았다.


‘ 남대문이란 이런 곳이구나. 맨날 티브이로만 봤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있다니? 사람들이 다 여기 모여 있나 봐?

아줌마 손을 놓치면 난 미아다. 절대로 놓치면 안 돼. ’ 나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 현아야, 손 놓치면 안 돼. 아줌마랑 아저씨 손 꼭 잡아. 여보, 당신도 현아 손 잘 잡아. "

" 알았어. 걱정 마. "


시장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과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가게와 노점, 수많은 리어카와 손수레

머리에 큰 대야를 이고 가는 아줌마, 할머니들

지게에 산처럼 물건을 쌓고 옮기는 아저씨 할아버지들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려는 손님들은 상인과 흥정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바쁘고 물건을 구경하느라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다.

옷을 파는 아저씨는 발을 구르며 박수를 치고 사람들을 모은다. 인산인해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있고, 사람들이 바다처럼 물결친다.

이곳은 신세계이다.


“ 골라, 골라. 아저씨도 골라. 아줌마도 골라. 천 원에 3장. 골라 골라 아무거나 골라. “


해피 아줌마가 내 손을 끌고 한 참 가다가 멈춰서 떡볶이 노점의 의자를 빼며 놀란 나를 앉힌다.


“ 현아야, 여기 앉아서 점심 먹자. 당신도 여기 앉아.

안녕하세요. 아줌마, 잘 지내셨어요? “

“ 어, 새댁 왔네. 오늘은 조카랑 같이 왔나 봐? ”

“ 네, 오늘 유난히 사람이 많네요? ”

“ 5월이면 어린이 날이랑 어버이날이잖아. 이때가 대목이야.

애들 옷이랑 부모님 옷 사느라고 시장에 많이 오지. 그래 뭐 줄까? “

“ 떡볶이랑 순대 튀김 주세요. 아~ 꼬마김밥도 주세요. “

“ 응, 많이 먹어. 오뎅은 서비스야. ”

“ 네, 감사합니다. ”


동네 분식점에서 먹던 떡볶이랑은 맛이 다르다.

훨씬 맵고 달고, 순대도 쫄깃하고, 튀김도 큼직하니 맛있다.

꼬마 김밥이란 것도 처음 먹어봤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김에 시금치와 당근이 뾰족하니 삐져나와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 우리 동네에서도 꼬마김밥이란 걸 팔면 정말 잘 팔릴 텐데. ’


아줌마가 화장실에 간 사이 아저씨가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더니


“ 현아야, 어제는 네가 아저씨 부르러 와줘서 고마웠어.

앞으로도 아줌마 집에 우리 엄마, 아니 그 할머니가 찾아오면 혹시 다른 사람들이 와서

아줌마 괴롭히면 동사무소로 얼른 달려와서 아저씨한테 알려줘야 해. 알았지? “

“ 네 ”

“ 현아가 아줌마 옆에 있어서 아저씨가 든든하다. ”

“ 네, 아줌마는 소중한 사람이니까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얼른 아저씨한테 갈게요. “

“ 현주가? 아줌마가 너한테 소중한 사람이니? ”

“ 네, 아줌마는 저한테 중요한 사람이에요. 아줌마한테도 제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

“ 왜? ”

“ 우리는 친구니까요. ”

“ 친구? 친구라고? 너랑 아줌마가 친구라고? ”

“ 네, 아줌마가 그러셨어요. 나이가 어려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왠지 저랑 아줌마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나무를 꽃을 좋아하고, 해피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것

우리는 비슷한 점이 아주 많다고 저랑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데요.

나도 아줌마랑 있으면 재미있어요. 같이 할 게 많거든요. “


“ 둘이서 뭘 하는데? ”

“ 씨앗도 심고, 비료도 주고, 진딧물도 잡고, 잡초도 뽑아요.

화분이랑 상추, 토마토, 고추 묘목도 사서 심고

지금 새싹들이 많이 자라서 이제 지지대도 만들어 줘야 하거든요. “

“ 그래, 정말 바쁘겠다. ”

“ 힘은 드는데. 재미있어요. 아줌마랑 있으면 배울 게 많아요. 꽃이랑 나무 식물들 ”

“ 현아야, 네가 찾아오면서 우리 현주가 자주 웃어.

예전 현주는 잘 웃었지만 요새는 웃지 않았거든

나랑 결혼하고 나서 많이 힘들었어.

아저씨 부모님들이 현주를 많이 힘들게 했으니까

아저씨가 일을 하다가도 아줌마 걱정을 자주 했었는데

네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서 내 걱정이 많이 줄어들었어.

고마워. 현아야 “

“ 아니에요. 나도 아줌마가 좋아서 오는 건데요. ”

“ 그래 ”


“ 현아야, 나도 너랑 친구 할 수 있어? ”

“ 네? ”

“ 우리 현주 친구니까, 나도 너랑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 네? 될 수 있겠죠. 아저씨는 아줌마 남편이니까 “

“ 그래? 내가 현주 남편이니까 네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야?

이번 엔 현주한테 고마워해야겠네. ” 아줌마가 돌아왔다.

“ 현아야, 이 김밥 정말 맛있지? 남대문에선 이 김밥을 먹고 가야 하는 거야.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명물이지. 많이 먹어. 다 먹고 아줌마랑 실 사러 가자. 당신도 얼른 먹어. “

“ 네, 아줌마 그런데 여기서 실은 왜 사요? ”

“ 남대문 시장엔 동네 수예점에서 안 파는 실이 많아.

코바늘이랑 뜨개실은 일본산 실이 참 예쁘거든.

바늘도 다양하게 있고 남대문에는 특이하고 예쁜 수입 실이 많아.

아줌마가 뜨개질 가르쳐 줄 테니까 너도 네 목도리 직접 한 번 떠봐.

어렵지 않아. 겨울 돼서 네가 뜬 목도리를 하고 다니면 좋잖아.

아저씨 겨울 스웨터, 조끼, 장갑, 목도리 모두 내가 뜬 거야. “

“ 와~ 대단하다. ”


수예용품을 파는 건물로 들어간다.

다양한 실과 사람이 짠 옷과 액세서리가 즐비하다.


‘ 와~정말 예쁘다! 나도 한번 해봐야지. ’


해피 아줌마는 내가 뜰 노랑 목도리 실과 바늘을 사주셨다.

다가오는 겨울에 아저씨에게 떠 줄 스웨터 실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 내일부터 실이랑 바늘 가지고 와. ”

“ 네 ”



해피 아줌마의 뜨개질 수업이 시작되었다.

뜨개질은 재미있었다.

조금 지루할 때도 있지만 아줌마랑 얘기도 하고, 라디오도 들으면서 뜨개질 수업은 계속되었다.

목도리는 점점 길어졌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완성이다.

어서 겨울이 찾아와 내가 뜬 노란 목도리를 하고 싶었다.

해피 아줌마네서 우리 집에 가는 길에 만난 안나 아줌마는


“ 현아야, 요새 왜 이렇게 놀러 안 와? ”

“ 아줌마, 저 요새 해피 아줌마네서 뜨개질하고 있어요. ”

“ 그래? 그 집에서? 어디 한번 보여줘 봐. ”

“ 네 ” 뜨고 있는 목도리를 보자 아줌마가 깜짝 놀라신다.

“ 이거 정말 네가 떴어? ”

“ 네, 재미있어요. ”

“ 누가 가르쳐 줬어? ”

“ 해피 아줌마가 가르쳐 주세요. 아줌마 예전에 수예점을 해서 뜨개질을 잘하세요. ”

“ 와~ 여섯 살짜리가 목도리를 뜨는 건 처음 봤다. 코도 늘어나지 않고 잘 뜨고 있네.

어디 한번 잘 완성해봐. 아줌마도 보여주고

안나 심심해하니까 가끔 놀러 와. 알았지? “



뜨개질을 하는 동안 아줌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아줌마는 내게 아줌마 아저씨 얘기를 해주셨다.


“ 아줌마, 아저씨는 어떻게 만났어요? ”

“ 궁금해? 아저씨 보기와는 다르게 남자답다. 너 깜짝 놀랄걸. ”


해가 질 무렵 언덕 아래를 향해 팬 플롯을 부는 낭만적인 아저씨

아저씨가 나를 보고 웃을 땐 양 볼의 보조개가 파이면서 너무나 잘생기고 멋지기만 하다.

나도 커서 저런 남자랑 결혼이란 걸 해야지 꿈꾸게 하는 데


‘ 아저씨가 보기완 다르다고? ’


뜨개질을 멈추고 아줌마를 쳐다본다.


“ 뭐가요? 아저씨가 어떻게 달라요? ”

“ 원래 나는 버스회사의 경리로 일했거든. 일이 많지 않아서 근무시간에 뜨개질도 하고 코바늘, 퀼트도 했어.

워낙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걸 좋아했어.

버스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퇴직금으로 작은 뜨게 점을 열었는데

어느 날 젊은 남자가 찾아와서는 실을 사면 뜨개질을 가르쳐 주냐고 물어보는 거야.

자기 엄마한테 목도리를 떠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엄마는 돈으로 주는 걸 더 좋아하실 거라고 내가 가라고 했지.

그 남자 얼굴이 벌게지면서 뒤 돌아가더라고.

사실 남자한테 뜨개질을 가르쳐주는 게 선뜻 내키지가 않았어.

동네 아줌마들 이목도 있고, 여기저기 내 말이 나오는 게 싫었어.

그 남자가 다음 날도 와서는 가르쳐 달라고 사정을 하는 거야.

또 거절을 했지.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열흘쯤 지나서도 계속 찾아오길래.

내가 직접 떠 줄 테니 실 값이랑 수공비만 달라고 했어.

그랬더니 안 된다고 하는 거야. 자기가 직접 떠야 의미가 있다나?

어쩔 수 없이 가르치기 시작했지. 계속 가게에 서있게 할 수도 없으니까

이미 동네에는 젊은 남자가 우리 가게를 들락거린다는 소문이 난 터라 다 포기하고 말이야. “


“ 뭘 포기해요? ”

“ 동네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우리 가게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게 싫었거든

어느 날부터 가게를 열 때마다 사람들이 그 남자에 대해서 물어보더라.

친오빠냐? 아니면 친척이냐? 남자 친구냐 묻더라고. “

“ 근데 아줌마는 왜 사람들이 아줌마 얘기를 하는 게 싫어요?

왜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싫어해요? ”

“ 예전에 말이야. 아줌마가 큰 회사에 다닌 적 있었거든. 버스 회사에 다니기 전에

회사에는 직원들이 참 많았어. 거기엔 아줌마랑 친한 사람도 있었는데

착하고 귀여운 작은 애였어. 나랑 나이도 동갑이라 우린 친한 친구처럼 정말 가깝게 지냈지.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애한테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그 애가 하지도 않은 말들과 일들을 했다고 나쁜 소문들이 그 애를 괴롭혔지.

사람들은 그 애를 피하고, 나도 그 애를 피했어. 힘들다고 나한테 울기까지 했는데

나는 동료들한테 같이 따돌림을 당하기 싫어 그 애를 모른 척했어.

그 애는 상처를 심하게 입고 너무 아팠었나 봐.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결국 회사를 그만뒀고, 아주 멀리 떠나 버렸어. “


“ 어디로요? ”

“ 아주 멀리. 다시 그 애를 볼 수 없는 곳으로 말이야. ”

“ 그 애가 그렇게 됐다는 소문을 듣고 나도 회사를 그만뒀어.

나도 그 애를 힘들게 했다는, 어쩌면 내가 그 애를 가장 힘들게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길 계속 다닐 수가 없었어.

사람들이 적은 회사로 직장을 옮겼지.

그러다 더 적은 회사로 옮기고, 결국 뜨개점을 차렸어

그게 실수였어. 나는 사람들이 실과 바늘만 사면 금방 갈 줄 알았거든

사람들이 실을 사러 와서는 정말 오랫동안 가게에 있다가 가더라.

사람들이 우리 가게에 있는 동안 정말 많은 말을 했어.

그 속에서 뱉어진 말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고

내 가게에서 수많은 소문들이 만들어졌지.

그 애가 생각나고, 그것들이 내 가게에서 만들어지는 사실이 너무 끔찍했어.

한 동안 몸이 아프다고 가게 문을 닫아버렸어.

다시 열었을 때 소문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모두 미용실로 옮겨갔지.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했어. 혼자 있더라도 말이야. “


“ 아줌마가 그래서 혼자가 편하다는 말을 하는 거구나. ”

“ 응 ”

“ 아줌마한테는 그 친구가 잊혀지지 않나 봐요? ”

“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죽을 때까지 못 잊지.

그런데 말이야, 그 남자가 우리 가게에 찾아오면서 그 애가 조금씩 조금씩 잊혀졌어. 매일 생각나던 그 애가 점점 내게서 사라져갔지.

신기하게 그 남자를 보면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마음이 편해지는 거야. “

“ 아줌마, 그 아저씨, 그 젊은 남자가 지금 아저씨죠? ”

“ 넌 그게 더 궁금하구나? ”

“ 그렇죠~ 사랑 얘기가 더 재미있잖아요. ”

“ 맞아, 그건 그래. 현아, 너 눈치도 빠르다.

그래, 그 남자가 바로 주성 씨야.

아저씨가 매일 저녁 동사무소에서 퇴근을 하고 우리 가게로 와서는 그렇게 뜨개질을 했던 거야.

가르치고, 가르쳐도 어찌나 모르는지. 구박을 하고, 못한다고 면박을 줘도

얼굴만 벌게지고 가서는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꼬박꼬박 오는 거야.

공무원이라 그런 지 얼마나 끈질기고 성실한지.

항상 정시에 도착해서 정시에 가더라.

그렇게 한 달쯤 지나서 목도리를 완성을 하더니 또 실을 사겠데.

이번 엔 조끼를 뜨겠다는 거야. 하지 말라고 뜯어말렸지. 조끼는 더 힘들거든

결국에는 또 실을 사서 매일 저녁마다 찾아왔어. 그런데 말이지.

아저씨가 찾아와서 내 옆에서 뜨개질을 하면 별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한 거야. 언제부터인가 아저씨가 내 옆에 있어야 맘이 편해지는 걸 알 수 있었어. 내색하진 않았지만


“ 말을 별로 하지 않았어요? 그럼 둘이서 계속 뜨개질만 한 거예요? ”

“ 응, 우리는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진 않았어.

아저씨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 나도 그렇고 “

“ 에? 아닌데. 아줌마 말 많은데? ”

“ 하하하~ 현아야. 아줌마 너랑 있을 때만 말을 많이 하는 거야. 아저씨도 그렇고 말이야. “

“ 아, 그렇구나. ”

“ 아저씨가 올 때는 맨날 내가 좋아하는 군고구마, 군 밤, 찐빵, 호떡 이런 걸 사 오는 거야.

내가 좋아한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말이야.

한 삼 개월쯤 지나니까 자기도 지쳤나 봐.

매일 퇴근하면서 나랑 두세 시간씩 뜨개질을 하니 자기도 힘들었겠지.

허리랑 어깨도 아프고, 엄지랑 집게손가락도 빨갛게 부어올랐더라

그 큰 손으로 작고 뾰족한 바늘을 만졌으니 얼마나 따가웠을까?

갑자기 자기 이제 우리 가게에 그만 올 거라고

사실은 뜨개질 배우러 온 게 아니고 나한테 첫눈에 반해서 온 거라고 하는 거야.

그러면서 결혼하자고 하더라. “


“ 네?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요? 결혼도 바로 하자고요? ”

“ 응, 우연히 가게에 있는 나를 보고 반했데. 그래서 찾아온 거래.

매일 나랑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자기 마음이 편하다고

나랑 결혼하기로, 자기는 결심했다고 하는 거야. “

“ 와~ 아저씨 멋있다. 낭만적이야. ”

“ 얘 좀 봐. 뭐가 낭만적이야? 무모한 거지? ”

“ 아니에요, 아줌마, 천생연분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도 있데요.

아저씨 보기와는 다르게 박력도 있다.

우리 엄마가 남자는 박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

“ 좋겠다. 아저씨는 너한테 이해받아서 너네 엄마한테 아저씨 소개해 줘야겠다.

내가 아저씨한테 전해 줄게. “


아저씨에게 감탄하는 나를 보고 아줌마는 어이가 없는지 웃으신다.


“ 암튼 자기랑 연애를 해보자고, 직업도 공무원에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자기는 장손이라 결혼도 서둘러해야 하니 자기랑 연애를 한 달만 해보고

괜찮으면 결혼을 하자고, 만약 자기가 싫으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하는 거야. “

“ 그래서요? 아줌마 좋다고 했어요? ”

“ 아니, 싫다고 했지. 나도 아저씨랑 둘이서 같이 있으면 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결혼을 그렇게 빨리 하니?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

“ 어? 그럼 그렇게 헤어졌어요? ”

“ 응, 내가 거절을 했고, 아저씨도 가게에 한 동안 찾아오지 않았어.

그런데 말이지. 정말 우리가 인연인지 우리가 우연히 다시 만난 거야.

우리가 어디서 다시 만났게? “

“ 어디요? ”

“ 남대문 시장 ”

“ 네? 남대문 시장이요? ”


“ 응, 그날도 실을 사러 남대문 시장에 혼자 갔는데

어떤 남자가 전에 우리가 산 그 실 가게 앞에 가만히 서 있는 거야.

뒷모습이 익숙해서 혹시나 쳐다봤는데 아저씨였어. 그 많은 날 중에 하필 그 날 내가 시장엘 갔고

사람이 모래알처럼 많은 그곳에서 아저씨 뒷모습이 내 눈에 뜨인 거야.

아저씨가 구두를 사러 혼자 남대문 시장엘 왔다가

뜨개질을 하면서 가게를 지키는 아줌마를 보더니 내가 생각나더래.

다시 나를 찾아가야겠다. 자존심이고 뭐고 나한테 가야겠다 생각을 하고 뒤를 돌았는데 내가 있었던 거지. “

“ 와~ 정말 너무 낭만적이다. 아저씨랑 아줌마 정말 천생연분 맞네요. “

“ 그래, 맞아. 그 날 나도 우린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우리가 지금도 남대문 시장엘 자주 가는 거야.

날도 우리 둘은 그 리어카에서 떡볶이랑 순대 꼬마김밥을 먹었어.

김밥을 먹으면서 내가 말해버렸어. 결혼하자고 말이야. “


“ 네? 김밥을 먹다가요? 아줌마가 먼저요? 뭐라고요? ”

“ 응, 아저씨가 꼬마김밥을 먹으면서 정말 맛있다고 매일 이 김밥을 먹고 출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야.

내가 매일 아침 꼬마 김밥을 싸주겠다고 했지. 아저씨가 먹다가 놀래서 어묵 국물을 뿜어내고 “

“ 아줌마도 대단하네요. 아저씨만큼 박력이 있는데요. ”

“ 그래? 그런 거야? 하하하~ ”

“ 아저씨가 가게에 오지 않는 동안 허전하고 뭔가 이상했어.

우린 별로 말이 없었지만. 말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

눈빛으로 몸짓으로 다 알고 느꼈던 것 같아. 서로에게 잘 맞는 사람이라고 말이야.

그 날, 말없이 헤어지면 아저씨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


“ 그렇구나. 말하지 않아도 안 다구요? ”

“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우린 그랬지. 난 운이 좋았던 거야. 아저씨가 참 착하거든 “

“ 와~ 너무 신기하다. ”

“ 현아야, 너도 커서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말이지.

밀땅 같은 거, 튕기는 거 그런 거 하지 말고, 그냥 네가 먼저 고백해.

네가 먼저 프러포즈도 하고 말이야. “

“ 어? 우리 엄마가 여자는 튕겨야 한다고 하던데요.

좋아도 싫은 척 모르는 척 그래야 한다고 했는데. “

“ 아니야, 정말 괜찮은 사람은 누가 보기에도 좋아서 한눈에 봐도 알 수 있거든.

그럴 때는 네가 먼저 꽉 잡아야 해. 아니면 놓칠 수도 있어.

네가 먼저 고백도 하고 말이야. “

“ 알았어요. 나도 괜찮은 남자가 나타나면 내가 먼저 고백할게요. “

“ 그래, 할 수 있어. ” 아줌마랑 나는 다시 뜨개질을 시작했다.


“ 아줌마, 우리 동네 아줌마들은 나쁜 소문은, 사람을 괴롭히는 소문은 안 만들어요.

우리 엄마랑 가장 친한 경애 아줌마, 대전 댁 아줌마, 안나 아줌마, 경화 아줌마, 동주네 아줌마도 다 좋은데.

우리 동네에서 소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야채 할머니랑 과일 할머니인데

할머니들도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나쁜 소문은 안 만들어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해 주시는 데 할머니들이랑 있으면 재미있어요. “

“ 그래? ”

“ 아줌마가 우리 동네 아줌마랑 어울리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

“ 정말? ”

“ 네, 아줌마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 ”

“ 조금 심심하긴 하지. ”

“ 아줌마. 우리 동네 ‘ 맛나 분식집 ’ 이 문을 닫을 거라고 하던데

거기서 아줌마가 떡볶이랑 튀김, 꼬마 김밥 만들어서 팔면 어때요?

우리 동네에 꼬마김밥을 아는 사람은 없어요. 먹어본 사람도 없고요.

아줌마가 만든 꼬마김밥을 먹으면 동네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할 거예요.

엄마가 분식집을 하겠다고 지금 알아보고는 있는데

우리 엄마 음식 솜씨로는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빠가 힘들게 사우디에서 번 돈인데

엄마가 분식집을 차리면 분명 망할 거예요.

우리 엄마 말고 아줌마가 꼬마김밥을 만들어서 팔면 장사가 아주 잘 될 것 같아요. “

“ 음~ 한 번 생각해 볼까? ”

“ 네, 아줌마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줌마가 분식집을 열면 저도 자주 가서 도와드리고 놀러도 갈게요. ”


해피 아줌마는 생각이 많으신지 땅을 쳐다봤다.



두 달 후 맛나 분식집의 간판은 내려지고 해피 분식 새 간판이 올려졌다.

아줌마는 떡볶이와 튀김, 순대, 그중 최고인 꼬마김밥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아줌마의 꼬마 김밥은 옆 동네까지 소문이 나서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줌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기 시작했고

우리 엄마는 여성 센터에서 수업을 마치면 아줌마네 가게로 가서 알바를 뛰기 시작했다.

해피 아줌마는 점점 활기를 찾아갔다.

경애 아줌마, 경화 아줌마, 동주 아줌마, 안나 아줌마, 미용실 은진 아줌마, 기름집 쌍둥이 아줌마

모두들 해피 아줌마를 좋아했다.

해피 분식은 우리 동네 아줌마들의 사랑방으로 되어 갔고

과일 할머니, 야채 할머니가 점심을 드시면 해피 아줌마는 항상 따듯한 국물을 건네주셨다.

해피 분식에서 나는 VIP로 꼬마김밥을 항상 무료로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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