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 별 다방 미스 정 언니의 사랑
part 1
“ 아이구~ 내가 못살아. 내가 죽어야지.
재혼을 해서도 내가 이 꼴을, 이 꼴을 또 볼 줄은 몰랐네~
어떻게 두 번째 서방도 바람을 피우냐?
내 팔자에 무슨 서방이야! 서방은!
새끼까지 버리고, 재혼을 했다고 아무래도 내가 벌을 받는가 보네.
한강에 가서 콱~ 내가 빠져 죽어야지. 이러고 살아서 뭐 혀? ~
엄니, 지도 데려가유~ 나도 데러 가라구유~ “
“ 어이! 임자! 거 아니라니께. 아니라니께.
왜 자꾸 사람 말을 못 믿는 겨? 내가 무슨 바람을 피워?
제과점 안나 아빠가 커피 한 잔 하자 해서 그냥 한잔 마신 것 뿐이여.
나랑 미스 정인가, 뭔가, 그 여자랑은 하등 아무 상관이 없다니께! 암만~ “
“ 참 말 이에유~ ? ”
“ 허~ 그럼, 자네,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는가?
밥 먹고 배 꺼지게 내가 왜 거짓부렁을 혀?
힘들게 일해서 번 일당을 왜 그 여자한테 바치냐고?
내가 그렇게 바보 머저리로 보인당가? 자네 눈에는 참 말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난 그런 사람 아니여. 그런 사람 아니라니께. 임자, 내 말을 믿어. 참 말이니께. “
“ 아니, 그럼. 그럼 왜 별 다방 미스 정이 당신 오토바이 뒤에 타고 오냔 말이에유?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디? “
“ 허허~ 사람 참! 아니, 그럼. 미스 정 오토바이가 고장이 나서 찻길에 서 있는 디
도로 한 복판에 여자를 세워놔? 위험하게? 워떻게 그려? 사람이?
나는 그냥 퇴근하고 오다 봐서 태워 준 거뿐이라니께.
내 말이 거짓부렁이면 내가 자네 아들이여. 아들. 난 결벽혀. “
“ 정말 이쥬? 만약 거짓부렁이면, 당신이 미스 정 고 년이랑 깊은 사이면
참말 나 죽고, 당신 죽고, 고 년 죽고, 우리 몽땅 다 죽는 거여유~
내가 한 번은 참아 두, 두 번은 안 참을 거여유~ “
“ 어허~ 참 ! 내 말이 사실이라니께. 믿어! 믿어! 왜 쓸데없는 데다 힘을 빼고 그려! ”
오늘 아침의 싸움은 대전 댁 아줌마의 눈물 바람으로 시작해 서릿발 같은 경고로 끝났다.
아저씨는 우리를 보기 부끄러웠는지 서둘러 출근을 했다.
“ 아침부터 왜들 싸워? ” 엄마가 대전 댁 아줌마한테 한 마디 하신다.
“ 어제 시장에 들렀다 오는 길에
우리 집 양반이 별 다방 미스 정 고 년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오는 걸 봐 가지고
내가 어제 밤에 한 숨도 못 잤다니께유. 내가 분하고 억울혀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아침에 한 마디 한 거예유~ “
“ 암만 그래도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한테. 저녁에 들어오면 뭐라고 할 것이지. “
“ 아주 내가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유. 이러다 죽겄다 싶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유~
저 냥반 얼굴만 봐도 불여시 미스 정 고년이 생각나서 ”
대전 댁 아줌마가 정말 답답하신지. 그 큰 가슴에 주먹을 ‘ 탁탁탁 ’ 치신다.
아줌마가 가슴을 칠 때마다 아줌마의 큰 가슴이 ‘ 출렁출렁 ’ 한다.
‘ 와 ~ 대전댁 아줌마 가슴은 진짜 크다. 우리 엄마 세 배는 될 것 같아.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대전 댁 아줌마를 속상하게 만드는 거야?
아줌마 기분이 좋아야 음식을 만드시고, 그래야 내가 맛있는 반찬을 얻어먹는데.
아줌마처럼 음식을 잘 만들고, 착한 아줌마가 어디 있다고? ‘
“ 어디 아저씨가 다른 여자한테 한 눈 팔 사람이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저씨는 그럴 사람 아니야.
툭하면 별 다방 미스 정 때문에 온 동네가 시끄럽네. 미스 정은 정육점 아저씨부터
제과점 안나 아빠까지, 동네 유부남들을 왜 이렇게 들 쑤시고 다니는 거야? “
‘ 아, 역시나 별 다방 미스 정 언니구나. 그 언니 진짜 이쁘기는 하던데.
안 되겠다. 더는 그냥 두면 안 되겠어.
그 언니가 자꾸 우리 동네 아줌마들 속상하게 만드네.
이러다가 아줌마가 드러누우시면 안 돼. ‘
아침 댓바람부터 뒷 채 대전 댁 아줌마의 눈물 바람으로 온 집안이 시끄럽다.
큰 언니는 역시나 남의 일에 관심이 없고, 작은 언니는 그 아저씨 그럴 줄 알았다고
바람기 있게 생겼다고 아줌마가 짠하다며 학교에 갔다.
큰 오빠는 자기가 미스 정 언니를 태워준 것도 아니면서 괜히 아줌마한테 미안한지 머리를 긁으며 등교했다.
“ 다방으로 가서 쫓아낼 수도 없고, 왜 이렇게 동네 남자들한테 추파를 던져?
중아 아빠 오기 전에 우리 동네를 떠나야 할 텐데. 현아야, 얼른 선교원 갈 준비 해. “
“ 응 ”
‘ 쾅쾅쾅 ‘ 대문을 누군가 두들긴다.
“ 형님, 형님, 현아야, 현아야. 대전 댁 아줌마 집에 있어요? ”
‘ 어? 안나 아줌마 목소린데? ’
“ 아줌마, 안녕하세요? ”
“ 어, 현아구나. 현아야, 대전 댁 아줌마 집에 계시니? “
“ 네, 아줌마~ ” 뒷 채로 가서 아줌마를 부른다.
“ 아줌마, 나와 보세요. 안나 아줌마가 찾아왔어요. ”
이마에 흰 끈을 묶고 드러누워 있던 대전 댁 아줌마가 나오신다.
“ 아줌마, 우리 남편이 아줌마 남편한테 돈 이백을 빌려줬다고 하던데, 맞아요? ”
“ 에~? 그게 무슨 소리여? 돈 이백을? 우리 남편한테 빌려줬다고? 안나 아빠가? ”
“ 네, 우리 남편이 그러던데요. ”
“ 무슨 말이여? 우리 남편은 그런 소리 없었는디? ”
“ 내 이럴 줄 알았어. 아줌마, 아저씨 목공소에 전화 있어요?
아니, 거기 어디예요? 아저씨가 일하는 목공소? “
“ 전화가 있긴 한데. 옴~ 마, 내가 기억이 안 나네.
머리가 또 빠개지겠어. 아휴~ 내가 못 살아.
아니여, 이럴 때가 아니여. 지금 당장 같이 가유~ 둘이 통화를 해서 조동아리 맞추기 전에
얼른 가서 족 쳐야지. 아주 사실이기만 혀 봐. 오늘 다 죽는 겨. 나도 확인을 해 봐야 겠구먼 ”
“ 형님, 우리 안나 좀 봐주세요. ”
“ 어? 그래, 알았어. 조심히 잘 다녀와. 큰 소리 내고 싸우지 말고. “
“ 네 ”
안나 아줌마는 안나를 우리 엄마한테 맡기고 대전 댁 아줌마랑 아저씨가 일하고 있는 목공소로 달려갔다.
‘ 아~ 나도 목공소로 구경 가야 하는데 선교원보다 훨씬 재밌는 일이 벌어지게 생겼는데.
너무 안타깝다.
장난감 가지고 싸우는 애들 싸움보다 어른들 로맨스로 인한 싸움이 정말 재밌는 법인데.
오늘 진짜 선교원 안 가고 싶다. ‘
“ 엄마, 나 오늘만 선교원 안 가면 안 돼? ”
“ 왜? ”
“ 배가 너무 아파. 토할 것 같아. ”
“ 그래? 그럼 너 오늘 안나랑 좀 놀아줘. 아무래도 안나 아줌마 오늘 드러 눕겠다.
엄마가 사랑반 선생님한테 못 간다고 전화할게. “
“ 응 ”
“ 안나야, 언니랑 슈퍼 갔다 올까? ”
“ 응 ”
“ 언니가 밀크캐러멜 사줄까? ”
“ 응 ” 안나 손을 잡고 롯데 슈퍼로 향한다.
“ 현아야, 어디 가냐? ”
“ 네, 롯데 슈퍼 가요. ”
“ 아줌마, 준이는요? ”
“ 준이? 지금 집에서 자고 있어. 엄마는? ”
“ 엄마 지금 집에 계세요. 안 그래도 엄마가 준이 옷 구해 놨다고 한번 오라고 하셨어요. “
“ 그래? ”
“ 아줌마, 힘드시면 제가 가지고 갈까요? ”
“ 어, 그래. 현아야, 네가 좀 가지고 와. 아줌마 지금 일감이 밀려서 가기 힘들어 . “
“ 네, 이따 안나 아줌마 오시면 제가 갈 게요. ”
“ 그래 ”
엄마는 여성 센터에서 욱이가 물려받아 입을 옷을 구해서 항상 준이 아줌마에게 가져다주셨다,
준이네는 작년 겨울까지 우리 집 수돗가 맞은편 방에서 세를 살다 돈을 모아
더 큰 집으로 세를 얻어 나갔다. 준이네가 이사를 나가고 은동이네가 들어왔는데
엄마는 준이 아줌마가 착하고 부지런하다고 억척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돈을 모은 거라고
젊은 아줌마가 기특하다고 하셨다.
롯데 슈퍼를 가기 전 신선 정육점에 살짝 들려 아줌마와 아저씨의 분위기를 살폈다.
얼마 전 정육점 아저씨는 별 다방 미스 정 언니와의 사랑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 부화장 가서 계란 스무 판 받아와요. 계란만 받고 바로 와야 해요.
별 다방 들리기만 해 봐. 내가 아주 작살을 낼 테니
당신, 미스 정 고거 한 번만 더 만나면 내가 아주 동네 망신을 시켜 줄 거니까 명심하고 다녀요. “
“ 알았어요. 다시는 별 다방에 안 간다고 했잖아요. 왜 내 말을 안 믿어요? “
“ 내가 당신 말을 믿느니 시집가기 싫다는 노처녀 말을 믿지
미스 정, 고 년이 빼먹은 돈이 얼마야?
계란 한 판, 돼지고기 한 근 팔아봤자 얼마나 남는다고
고 년한테 돈 백을 홀라당 받쳐? 어휴~ 내가 그 생각을 하면 진짜 울화통이 터져서 “
“ 여보, 지나간 일을 왜 생각해요? 이제 잊어야지요. “
아저씨가 아줌마 눈치를 보며 버벅~ 거린다.
“ 뚫린 입이라고 쉽게 말하네? 잊긴 어떻게 잊어? 돈 백 벌기가 모으기가 어디 쉬워?
미스 정, 그거 어디 한 번 걸리기만 걸려봐라. 내가 요절을 낼 테니.
당신도 명심해요. 내가 다시는 참지 않을꺼야. “
정육점 아줌마는 아직도 미스 정 언니에게 이를 ‘ 바득바득 ’ 갈고 있었다.
‘ 아직 정육점 아줌마는 잊지 않았어. 지난날 아저씨와 미스 정 언니의 로맨스를 ’
정육점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지물포를 지나다 잠시 멈추더니 뚫어지게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 아저씨가 왜 안 가지? 아줌마가 얼른 부화장에 가서 계란 받아오라고 했는데 ‘
슈퍼에서 안나가 좋아하는 캐러멜을 사고 나오다 혹시나 해서 지물포에 들려 안을 봤다.
‘ 오~ 세상에. 이런, 맙소사. ’
지물포 안에는 아저씨와 안나 아저씨, 정육점 아저씨 셋이 앉아 있었고
미스 정 언니는 다리를 꼬고 앉아, 아저씨들에게 애교를 부리며 커피를 타고 있었다.
미스 정 언니는 동네 아줌마들을 아랑곳하지 않는구나.
‘ 안나 아줌마가 목공소로 조사를 가고, 정육점 아줌마가 그렇게 협박을 했겄만
우리 동네 아저씨들 모두 정신을 못 차렸네. 이러다 큰 일 터지겠어.
미스 정 저 언니만 우리 동네에서 내 보내면 되는 데. 무슨 수가 없을까?
그래, 맞아. 우리 동네에는 경화 할머니, 솜틀집 할머니 두 분이 있지.
두 할머니라면 미스 정 언니를 내 보낼 수 있을 거야. ‘
경화 아저씨가 퇴근을 하면 아저씨의 택시는 큰 도로 쪽 시장 입구에 서 있다.
그런데 요새 아저씨의 택시는 언덕 동사무소 뒤편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었다.
“ 현아야, 김밥 다 먹고 이거 아저씨 도시락인데 동사무소에 좀 주고 와. ”
“ 네? 아저씨 점심 드셨을 텐데. ”
“ 아까 외근하고 와서 점심을 못 먹었데. ”
“ 아저씨, 요새 바빠요? 점심시간이면 항상 가게로 와서 드셨잖아요? ”
“ 응, 아저씨 업무가 바뀌어서 혼자 사시는 어른들 방문해서 잘 계시고 있는지 살펴보고 밀가루랑 정부미 배달해야 해.
너무 바빠서 제 때 점심도 못 먹는다고 하네. “
“ 힘들겠다. 아저씨 ”
“ 동 사무소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면서 할아버지랑 할머니 보살피는 게 더 좋단다. 아저씨는 “
“ 아저씨 성격에 그게 맞을 거예요. ”
“ 어머머~ 네가 우리 남편 성격을 어떻게 아니? 큭큭큭 ”
“ 아줌마, 모르는구나? 아저씨랑 나랑 얼마나 많이 얘기 하는데요. ”
“ 그래? 몰랐다. 아저씨가 너랑 친한지는 ”
해피 아줌마가 싸주신 도시락을 들고, 아저씨가 일하고 있는 동사무소에 자주 배달을 가던 나는
경화 아저씨의 택시를 보고 이상하다 느끼던 순간이 여러 번이다.
‘ 여기에 주차를 하면 한참 계단을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시장 입구 쪽에 대면 더 편할 텐데. 아저씨가 왜 여기다 택시를 세우지? ’
경화 아줌마도 아저씨가 차를 거기에 대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해피 아저씨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나오면서
나는 경화 아저씨의 택시가 왜 동사무소 뒤 골목길 뒤에 주차가 되어있는지 알 수 있었다.
택시에 엉덩이를 기대고 서 있는 미스 정 언니의 어깨를 경화 아저씨가 감싸 안고는
언니가 예뻐 죽겠다는 듯 열렬한 눈빛을 발사하고 있었다.
“ 형님, 아무래도 경화 아빠가 요새 이상해요. ”
“ 왜? ”
“ 나를 소 닭 보듯 하고, 내 손만 닿아도 소스라치게 놀라요.
밤만 되면 나를 피하고, 나를 만지려고도 안 해요. ”
“ 그래? 이상하다. 경화 아빠가 그럴 나이가 아닌데. 왜 자네를 피해? ”
“ 맨날 피곤하다고, 초저녁부터 자고, 갑자기 기사들이 부른다고
한 밤 중에 나가고, 아무래도 좀 수상 한단 말이에요. ”
“ 좀 그러네. 그래도 아버지 돌아가신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엄한 짓 하고 다니겠어?
마음이 좀 헛헛해서 그러겠지. 좀 둬봐. “
경화 아줌마가 우리 집 마루에서 멸치 똥을 따면서 한숨을 쉰 이유가 있었다.
‘ 경화 아줌마나 좀 안아주고, 뜨거운 눈빛을 보내지. 아~ 아줌마 어떻게?
아저씨가 미스 정 언니랑 저러고 다니는 거 알면 뒤집어지겠다. ‘
“ 정 양아, 이따 밤에 보자. ”
“ 아잉~ 오빠도 참. 나 이따 저녁에는 바쁘다니까요. 기사 식당에 일하러 가야 한다고요. “
“ 일은 무슨 일?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 자야지.
몸도 약한 네가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그러다 몸 상한다. 네가 아프면 내 맴도 아프다.
기사 식당에 늑대 같은 놈들이 득실득실한데. 안 된다. 얼른 들어가라. 집에. “
‘ 아저씨, 아줌마는 경화, 연화, 경주 애 셋을 낳고 손목 나가고, 오십견까지 와서 ‘ 만세 ‘를 못해요.
허리 디스크가 와서 쪼그려 앉지도 못하고, 계단도 잘 못 올라가요.
물 값, 전기세 아낀다고 세탁기도 안 산단 말이에요.
손빨래하고 손목 힘이 없어 빨래를 짜지 못해 짤순이만 사서 물만 짜고 있는데.
이불 빨 때만 우리 집에 와서 세탁기 돌리곤 그 무거운 이불을 들고 옥상까지 올라서 너는데.
아저씨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요. ’
“ 오빠, 나는 우리 시골집에 아빠 병원비랑 동생들 학비까지 다 보내야 한다 구요.
우리 집에 돈을 보내려면 낮에 다방에서 일하고, 저녁에 식당에서 일해도 돈이 모자라요.
오빠가 그 돈을 보태줄 것도 아니면서? 왜 가라 마라 하는 거예요? “
미스 정 언니가 아저씨를 흘겨보면서 살짝 눈물을 흘린다.
“ 정 양아, 걱정마라. 내가 그 돈 줄 테니. 얼마면 되나? “
“ 정말요? 정말 오빠가 돈을 보태 줄 거예요? ”
“ 하모~, 내가 네 아버지랑 동생들 학비 못 보태주겠나? ”
‘ 아저씨, 아줌마는 시장에서 장 볼 때 콩나물도 오십 원어치 사고, 두부도 반 모만 사요.
정육점에서 공짜 비지도 맨날 얻어가서 찌개 끓이고
시장 사람들이 아줌마 알뜰하다고 금방 집 사겠다고 맨날 아줌마 칭찬인데
아저씨 제발 정신 차리세요. ‘
“ 그럼, 오십만 원만 좀 줄 수 있어요? ”
“ 어...... 억~ 오십만 원? 오십만 원이나? ”
“ 왜요? 너무 많아요? 그렇죠? 너무 큰돈이죠?
거 봐요. 아무래도 밤에 내가 식당엘 다녀야지.
우리 집은 내가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다 올 스톱이라고요.
내가 어디 부잣집 재취 자리라도 시집을 가야지. 돈 벌기가 너무 힘들어서. “
“ 아이다. 아이다~ 내가 그 돈 오십만 원, 그 쥐꼬리 만한 돈. 오십만 원도 없겠나?
보태준다. 그 돈 오십만 원. 좀만 기다려라. 내가 마을금고 가서 돈 찾아가 금방 준다.
그니까 정 양아, 니는 식당 나갈 생각 하지도 말거라. 나는 네가 다방에서 일하는 것도 맴이 아프다. “
‘ 얼씨구~ 오십만 원? 돈 오십만 원이 어디 쥐꼬리야? 오십만 원짜리 쥐꼬리는 보질 못했는데
아저씨, 미스 정 언니는 지금 아프지도 않지만 아줌마는 오래전부터 이미 아팠다고요.
오십견에 허리 디스크, 손목까지 나가고 아줌마 이대로 계속 일하게 하면
아저씨네 집이 올 스톱이에요. 미스 정 언니네가 올 스톱이 아니고. 정말 내가 속이 터지네. ‘
한숨이 푹푹 나오면서 가슴이 답답하다.
‘ 아~ 아줌마들이 이래서 머리에 흰 띠를 둘러메고 가슴을 탁탁 치고 ’ 답답하다. 답답하다 ‘ 하다 그러는구나.
아저씨가 마을금고에서 돈 찾으면 안 되는데, 그 돈 그 언니한테 들어가면 다시 못 돌려받는데. ‘
정육점 아줌마는 아저씨가 미스 정 언니한테 준 백만 원을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독하고 억세기로 소문난 정육점 아줌마가 남편이 미스 정 언니한테 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은
미스 정 언니가 아줌마보다 한수 위라는 소리다.
아줌마가 파출소에 가서 사정을 했지만 빌려준 돈도 아니고, 그냥 준 돈이며
차용증을 받지 않아서 증거가 없어 법적으론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미스 정 언니 앞에서 정육점 아저씨는 빌려준 돈이 아니라 자기가 그냥 준 돈이라며
미스 정 언니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다. 아줌마는 돈보다도
여전히 그 언니를 두둔하는 아저씨와 시침을 떼는 언니에게 억울하고 분해서
그 무거운 몸을 ' 팔짝팔짝 ' 뛰었다고 했다.
정육점 아저씨는 앞으로 아줌마한테 당할 뒷감당보다
미스 정 언니에게 당장 보일 남자의 자존심이 더 중요했나 보다.
‘ 새마을금고에서 경화 아저씨가 돈을 찾아서 미스 정 언니한테 건네주기 전에 막아야 해.
경화 아줌마가 얼마나 고생스럽게 모은 돈인데. ‘
“ 아줌마, 아저씨한테 전해주고 왔어요. ”
“ 그래, 수고했다. 현아야, 이거 심부름 값, 더운데 슈퍼 가서 쭈쭈바 사 먹어. “
“ 아줌마, 쭈쭈바 사 먹을 때가 아니에요. ”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 왜? 무슨 일 있어? ”
“ 아~~~ 큰일이야. 큰일. 이걸 어떻게 막지?
아줌마, 아무래도 우리 동네에 또 한 번 피바람 이불 개었어요. ”
“ 왜? 무슨 일이야? ”
해피 아줌마가 설거지를 하다 궁금한지 고개를 쭉 빼고 물어본다.
“ 엄마, 나 잠깐 나갔다 올게. ”
“ 현아야, 가게 그만 오고동네 좀 그만 돌아다녀.
방학이라 언니들이랑 오빠 집에 있으니까 간식 먹고 책도 보고, 집에 좀 있어. ”
“ 알았어. 엄마, 집에 들어갈게. ”
해피 분식집을 나오며 엄마의 한 숨소리와 걱정이 들린다.
운동화 끈을 묶는데 엄마와 아줌마의 목소리가 가게 밖으로 새어 나온다.
“ 왜 그래요? 아줌마 ”
“ 쟤가 왜 저렇게 동네를 싸돌아다니는지 모르겠어.
여섯 살짜리가 온 동네 참견을 다 하고 다니고, 선교원에는 핑계를 대고 자꾸 가지 않으려 한 다구.
또래 애들이랑 안 놀고, 어른들이랑 있으려 만 하니 말이야.
현아는 우리 애들이랑은 달라. 쟤가 왜 저럴까? “
“ 왜요? 현아가 못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난 현아가 있어서 재밌기만 한데요.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현아를 얼마나 좋아해요?
아줌마는 지금 괜한 걱정을 하는 거예요. 두세요. 그게 현아 매력이에요. “
집으로 가려다 지물포로 가서 동정을 살폈다. 지물포 아저씨는 얌전히 신문을 보고 계신다.
‘ 역시나 지물포 아저씬 점잖아.
안나 아저씨가 자꾸 지물포로 미스 정 언니를 불러 가지고 동네 분란을 만든단 말이야.
아니야, 미스 정 언니 일을 해결하려면 경화 할머니, 솜틀집 할머니가 필요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