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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ng Oct 26. 2020

나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인명구조요원(Certificate of Life Guard)

 평범한 대학생의 방학 어느 날, 문득 남은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뜬금포 의지가 활활 타올랐고 어릴 적부터 수영을 할 줄 알았던 나는 엄마의 권유로 수상인명구조 교육 훈련을 신청하게 되었다. (엄마의 추천 이유는 단순히 내가 살을 빼길 바라서였다.)


 인명구조요원의 사전적 정의는 '해양경찰청이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마친 후 인명구조요원 자격을 취득한 사람, 영문으로 라이프가드(Life Guard)'라고 한다. 예전에는 수상인명구조원 이란 명칭을 사용했는데 근래에는 수상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심폐소생술 등 인명을 구조하는 전문 기술을 배우기 때문에 '수상'자가 빠지고 '인명구조요원'으로 명칭이 바뀌게 되었다.


 첫날에는 테스트를 보는데 통과를 해야 최종 선발이 된다. 기억이 살짝 흐릿하지만 아마도 기본 4가지 영법과(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 잠영(숨 참고 발차기로만 이동)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영법이 불안정하거나 중간에 서는 사람들은 제외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신청인원의 절반 가까이가 줄어든 상태에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훈련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업의 강도도 아닌 물의 추위였다. 일반 수영풀이 아닌 다이빙풀에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물이 계곡물처럼 차가웠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다들 졸린 상태로 나와서 물에 들어가면서 잠을 깨웠다. 또 한 가지는 풀의 깊이가 5m라 잠영 수업을 하고 나면 귀가 찌릿찌릿 아팠다. 귀의 기압을 줄여주는 행위를 하며(이퀄라이징 - 콧구멍과 입을 막고 숨을 세게 내쉰다.) 내려가도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매일 저녁마다 고기를 흡입했음에도 살이 계속 빠졌다. 그때가 나의 최고 리즈(?) 시절이었던 듯하다.


 가장 보람 있던 수업은 이론교육이었다. 심폐소생술을 그때 처음 접했는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고 땀을 한 바가지 흘려가며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이걸 언제 써먹나 싶기도 하겠지만 살아가면서 주변에 위급한 상황이 일어나는 경우가 주로 나의 가족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했을 이야기지만 그때는 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인명구조요원 본인의 안전이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기술들을 배우지만 늘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자신이 안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훈련과 최종 시험이 끝난 날 그동안 같이 애쓴 동료, 선생님들과의 회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선생님 한 분이 자기는 이렇게 제자들을 길러내고 있는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자기 역시도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여전히 두렵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나는 과연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본인 안전상 구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고 구하러 들어갔는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인명구조원들은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실행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 아닐까?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묵직한 사명감(?)을 얻고 지금까지 자격을 유지해오고 있다. 유효기간이 3년이라 3년에 한 번씩 재강습 수업을 받아야 한다. 하루가 소요되고 본인에게 가까운 지역을 신청해서 받으면 된다.


 바다에 친구들이랑 놀러 가면 친구들은 튜브를 타야 물에 떠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기구 하나 없이 맨몸으로 물에 떠 있을 수 있어서 친구들이 항상 신기해했다. 가장 뿌듯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와 동시에 혹여나 주변에 물에 빠지는 사람이 있을까 봐 긴장도 된다. 물론 인명구조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지만 나도 같은 인명구조요원이기 때문에 신경은 쓰인다. 가끔 남편에게 장난으로 "물에 빠지면 내가 구해줄게!"라고 말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니 몸이나 챙겨~~" 뿐이라 조금 씁쓸하다. 미덥지 못한 얼굴과 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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