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관리하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by 전략가 김재훈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건강을 '잃지 않으려고' 살고 있었지, '만들어가려고' 살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아프면 병원에 가고, 피곤하면 쉬고, 살이 찌면 잠깐 식단을 조절하고. 건강을 지키는 게 아니라, 건강이 무너지는 속도를 늦추는 삶. 그것이 내가 건강을 대하던 방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다. 건강은 당연히 있는 것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젊을 때는 그게 통한다. 몸이 알아서 회복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회복력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걸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아차린다.



군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있다


전쟁은 전쟁이 시작된 후에 준비하면 이미 늦다. 평시에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하고 훈련하느냐가 전시의 결과를 결정한다. 건강도 똑같다. 아프고 나서 관리하는 건 전쟁이 터진 뒤 무기를 주문하는 것과 같다. 대응이 아니라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설계한다는 건 무엇일까. 단순히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술이다. 설계는 그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 내가 10년 후, 20년 후에 어떤 몸 상태로 살고 싶은지를 먼저 그리고, 거기서 역산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 목적지를 정한 뒤 경로를 짜는 것이다.



건강 설계에는 세 가지 축이 있다.


첫째는 체력이다. 단순히 살을 빼거나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 일상을 버텨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을 유지하는 것.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지 않는 것, 아이와 뛰어놀 수 있는 것, 오래 앉아 집중할 수 있는 것.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좋다. 일상이 불편하지 않은 몸이 출발점이다.


둘째는 수면이다. 현대인이 가장 쉽게 포기하고, 가장 비싸게 대가를 치르는 영역이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뇌가 정보를 정리하고, 세포가 복구되고, 감정이 재조정되는 시간이다. 하루 6시간 이하로 자는 삶을 몇 년간 반복하면, 그 누적된 손실은 어떤 보약으로도 되돌리기 어렵다.


셋째는 스트레스 설계다. 스트레스를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는 구조를 바꾸는 건 가능하다. 어떤 상황에서 내 에너지가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지를 파악하고, 그 상황을 줄이거나 대응 방식을 바꾸는 것. 이것이 스트레스 관리가 아닌 스트레스 설계다.



인도에서 5년을 살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아침 일찍 강가에 나가면,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요가를 하고 있었다. 특별한 장비도 없고, 화려한 운동복도 없었다. 그냥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게 단순한 종교적 의식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그것은 의식이 아니라 설계였다. 수십 년간 몸에 새긴, 가장 단순하고 가장 강력한 건강 설계.


거창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한다는 것. 그 단순한 반복이 결국 가장 정교한 설계였다.



건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의지는 감정에 따라 오르내리고, 작심삼일을 반복하게 만든다. 하지만 설계는 감정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오늘 기분이 좋든 나쁘든, 피곤하든 아니든, 설계된 루틴은 그냥 실행된다. 이를 닦는 것을 의지로 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하는 것이다. 건강도 그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


지금 당장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 없다. 딱 하나만 설계해보자.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 점심 후 10분을 걷는 것, 물을 하루 여덟 잔 마시는 것. 그 하나가 자리를 잡으면, 그 옆에 또 하나를 세우면 된다.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다. 매일의 작은 설계가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설계를 시작하기에,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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