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머릿속에 있을 때 가장 복잡하다.
뭔가 느끼고, 뭔가 알 것 같고, 뭔가 말하고 싶은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잡히지 않는 상태. 누구나 그 안개 속에 산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다. 그것을 글로 써내려가기 시작하는 순간,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을 꺼내는 행위가 아니다. 생각을 발견하는 행위다.
머릿속에서는 모든 생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감정과 논리가 뒤섞이고,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고, 확신과 의심이 공존한다. 그 혼돈 속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그런데 글은 선형이다. 한 문장 다음에 다음 문장이 와야 한다. 이 단순한 구조가 생각을 강제로 정렬시킨다. 쓰다 보면 내가 이것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순간이 온다. 글이 나를 가르치는 것이다. 쓰는 내가 아니라, 써진 문장이.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것을 몸으로 배웠다.
처음엔 그냥 꺼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인도에서 살면서 겪은 것들, 군 생활에서 체득한 것들,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들. 그것들이 머릿속에서 오래 묵혀 있었다.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 그것들이 비로소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흩어져 있던 경험들이 연결되고, 연결된 것들이 하나의 시각이 되고, 그 시각이 나라는 사람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줬다.
어느 순간, 내가 쓴 글들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설명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최근, 그 글들이 나만의 것이 아니어도 되겠다는 신호를 받았다. 세상에 더 많이 내놓아도 되겠다는 신호 말이다. 그 신호가 꽤 오래, 조용히 기분 좋게 남아 있다.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행위가 아니다. 매일 밥을 먹듯, 잠을 자듯,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일기여도 좋고, 메모여도 좋고, SNS 짧은 글이어도 좋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꺼내는 행위 자체다. 쓰지 않으면 생각은 생각으로만 머문다. 하지만 쓰는 순간, 그것은 내 것이 된다.
복잡한 하루를 보냈다면, 오늘 밤 딱 세 문장만 써보자.
오늘 무엇을 느꼈는지, 무엇이 힘들었는지, 그래도 무엇이 괜찮았는지. 그 세 문장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생각은 쓸 때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잃지 않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