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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도리 Mar 23. 2024

인도 물가가 저렴? 천만의 말씀

인도에서 살아보면 다르게 보인다

흔히 인도의 물가가 싸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왜 그럴까? 아무래도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도에서 살려면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은 필요할 것 같다




인도를 여행하다.


인도에 처음 들어오기 전, 인도의 물가가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우리나라 물가의 절반 이하다, 야채도 싸다, 과일도 싸다, 물건들도 싸다, 교통비도 싸다 등 모든 것이 싸다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은 진실이 아니었다. 인도의 물가는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인도를 여행하게 되면, 여행자들이 주로 가는 곳은 인도사람들이 살아가는 주 무대가 아니다.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그리고 상대적으로 현지인(local)들을 만나고 그들이 주요 상대이다.


인도는 카스트제도와 더불어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런 나라에서 인도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하위 카스트 또는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길거리에 즐비한 상점들과 식당들, 마켓 등을 경험하면서 '인도의 물가가 싸긴 싸는구나'라는 엄청난 착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 인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라자스탄의 자이푸르였다. 버스터미널에서 우리나라 돈 몇백 원에 해당하는 버스티켓을 살 수 있었다. 짜이는 10루피(한화 160원), 물 2L는 20루피(한화 320원), 바나나는 한송이에 30루피(한화 500원)로 인도 길거리에서 언제든지 만나볼 수 있다.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 또는 2~3성급 숙박시설도 만원에서 몇만 원 사이의 가격이면 구할 수 있다.


이처럼,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인도의 물가가 저렴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인도를 살아보다.



남인도 까르나따까 벵갈루루(Bangalore)에서 3년을 살게 되었다. 인도를 여행했던 때와 전혀 다른 환경이다. 아파트를 구해야 하고, 은행 계좌로 개설해야 하고, 집에 인터넷과 TV를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가전제품을 사야 한다. 자동차와 기사도 필요하다. 하루 3끼를 먹기 위해 요리도 해야 하며, 누군가를 만날 때에는 장소와 메뉴도 신경 써야 한다. 노트북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페도 필요하고, 품위 유지를 위한 옷도 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과 똑같은 환경이 필요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나라보다 저렴할까? 살면서 느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던 것 이하로 수준을 낮추지 않는다면 오히려 한 달 생활비는 한국에서보다 더 지출해야 한다.


인도의 기름값은 우리나라와 전혀 차이가 없다. 휘발유는 오히려 인도가 조금 비싸다. 자동차 안에서의 생활을 제2의 생활이라고 할 정도로 인도에서는 교통체증 때문에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자연스럽게 자동차 관리비와 유지비가 많이 든다.


인도에서의 애플 제품은 럭셔리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돈 많은 인도인들은 애플 제품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폰이나 맥북은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한 때 전 세계에서 아이폰이 가장 비싼 곳은 인도 뭄바이였다.  




그래서 인도의 물가는 전혀 저렴하지 않다.


인도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돈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커피를 먹기 위해서는 4~5천 원 이상하는 인도의 커피를 마셔야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급 식당과 같은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려면 인도에서는 더 비싸다. 인도에서의 삼성, LG, 소니, 애플 등과 같은 제품들은 우리나라와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인도는 선택의 폭이 매우 저렴한 카테고리부터 아주 비싼 카테고리까지 상당히 넓다. 모든 영역이 그렇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 식, 주에 해당하는 모든 것을 아주 싸게 이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의 수준이 낮게 느껴지는 것이다.




인도의 현재 물가는 어떨까?


인도는 2017년 인도는 GST(Goods and Services Tax)를 도입했다. 이를 기점으로 모든 제품에 GST가 부가가 되는데 이는 결론적으로 물가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2017년 이후로 모든 물가가 상승하였지만, 인도인들의 실질 임금의 수준은 제자리이기 때문에 인도인들 뿐 아니라 인도에서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인도의 비싼 물가에 점점 부담을 느낀다.


물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인 불편함은 없을 수 있겠지만 그 이하의 사람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길거리 짜이는 10루피이다. 10년 전에도 10루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인들의 친절함과 미소는 인도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성의 매력이다.

그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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