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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도리 Mar 25. 2024

인도는 정말 더러울까?

인도 어디까지 가봤니?

전 세계에서 더러운 나라를 꼽으라면 인도는 매번 다섯 손가락 안에 포함이 된다. 그래서, 인도여행을 아직 하지 않은 사람들 조차 인도는 길거리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배설물이 널브러져 있으며 물과 공기도 오염된 지저분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인도의 위생개념은 우리와 다르다

인도 힌두교 최대 성지인 바라나시(Varanasi)




델리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인도의 더러움과 마주하게 된다. 델리의 대기오염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뿌옇게 보인다. 이 때문에 비행기 연착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공항내부에서 조차 뿌연 연기가 스며들어와 숨을 쉴 때마다 갑갑함을 느낀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델리공항을 나서면 무질서의 향연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더러운 환경들은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게 된다.


많은 여행객들이 가는 인도의 주요 여행지의 길거리는 각종 쓰레기로 꽉꽉 채워져 있다. 쓰레기 중에는 음식물도 있고 동물 배설물도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태우는 사람들도, 쓰레기 더미에서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 환경 바로 옆에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음식도 팔고, 물건도 팔면서 여행객들을 마주한다.




인도 여행을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바로 '물'이다.


인도에서 일반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생수

물은 무조건 플라스틱병에 들어있는 물을 사서 먹어야 한다. 심지어, 양치나 샤워하는 물도 현지에서 사용되는 일반물(normal water)이 아닌 병에 들은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수질이 좋지 않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이 물로 인해 '물갈이(diarrhea)'라고 하는 배탈 및 설사에 시달리게 된다.


인도는 물이 부족한 국가이다. 대부분의 물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의 땅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염되고 있기 때문에 지하수 역시 점점 오염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오염된 지하수는 인도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중요한 수자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도의 배수시설이나 정화시설이 어떨까? 인도의 물과 관련된 시설들은 상당히 열악하다. 인도의 하수처리시설은 30%도 되지 않는다. 정부의 '물 프로젝트'를 통해 충분한 시설을 구축하고 물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도는 근본적으로 더러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거대한 인도의 하층민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되면 '왜 인도는 더러울 수밖에 없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인도의 하층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하층민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래봐야 하루에 많이 벌면 100루피(한화 1600원) 수준이다. 과연 이들이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질서와 공중보건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인도의 더러운 환경이 인도의 하층민 때문만은 아니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 조차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등과 같은 일은 인도에서 비일비재하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인도인은 더럽고 위생개념이 없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인도인의 집은 깨끗하다.


인도인은 더럽고 위생개념이 없다고 했지만, 막상 인도인의 집에 초대받아 가보면 깜짝 놀란다.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나?'


자기 집은 온갖 장식품들로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를 한 상태를 보면 여기가 인도인집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자기 땅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곳에는 쓰레기가 넘쳐난다. 집안의 쓰레기를 담장 너머로 버리는 모습도 보인다. 인도인의 깨끗함에 대한 정의는, 본인이 해당하는 곳에 적용이 된다. 그래서 본인집이 깨끗하면 자기도 깨끗한 사람인 셈이다.




인도인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대해서는 위생 및 청결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본인의 소유가 아닌 이상 깨끗하든 말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딜 가나 그런 인도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도의 흔한 길거리 모습(좌. Coimbatore, 우. Ooty)


인도의 공공화장실을 가보면 실감 나게 이러한 인도인들의 특성을 실감 나게 체험해 볼 수 있다. 그나마, 5루피~10루피 정도의 돈을 내고 들어가는 유료화장실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화장실의 경우에는 정말 급하지 않은 이상 사용하기가 꺼려진다. 심지어 전기나 물 공급이 안 되는 화장실도 많다.


인도는 '클린 인디아' 캠페인의 일환으로 화장실 보급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새 화장실이 계속해서 지어질 뿐 더 이상 관리가 되지도 않고 사람들의 청결 의식 역시 큰 변화가 없다. 이는 인도의 문화 및 종교적 특성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카스트제도는 인도의 근간이다. 카스트제도에 포함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에게 적합한 일 중의 하나는 배설물을 다루는 일이다. 배설물은 불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인도인들은 불결한 것이 내 집에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실을 사용할 때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거나 청결하게 사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깨끗해지고 있는 인도


내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인도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는 정말 커다란 나라이다. 우리가 주로 가는 여행지가 아닌 곳의 인도는 깨끗하고 잘 정비된 곳이 많다. 인도 최대의 경제도시인 뭄바이가 속해있는 마하라슈트라, 정치의 중심에 있는 구자라트, 남인도 케랄라 등 많은 인도의 주들이 깨끗한 인도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투자와 건설을 하고 있다. 바라나시, 아그라, 올드델리 등과 같은 곳만 가게 되면 인도는 여전히 더럽다고 느낄 수 있다. 그곳들은 여전히 인도의 전통과 문화, 종교, 계급과 같은 속성들이 끊임없이 유지되어가고 있는 곳이다. 이를 이해한다면 더럽다는 표현은 너무나 그들에게 가혹할 수 있다.


인도 케랄라 포트코치(Fort Ko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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