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도리 May 14. 2024

엄마가 그런 뜻이었구나

아기의 언어

해도는 돌이 지나자마자 폭풍성장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엄마'라는 단어와 '아빠'라는 단어는 나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져보진 않았지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살며시 생각해 본다.




12개월이 지난 아기


태어난 지 12개월이 되는 시점 주변으로 해서 해도는 매일같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바삐 활동했다. 특히 언어적인 측면에 있어서 엄마와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보다 명확해지고 정확해지고 있었다. 엄마라고 말하면 엄마와 아빠는 해도에게 달려간다. 아빠라고 말하면 아빠만 해도에게 달려간다. 그 이유를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아기는 자기에게 있어서 엄마와 아빠의 필요성이 분명 다른 것이다.


언어발달의 시기


어느 부모나 자기 자식이 모든 것을 빠르게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나 역시 육아를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다른 아기들과 비교 아닌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 자체로는 문제가 전혀 없다. 다만, 그 비교가 누군가에게 강요와 부담으로 느껴져서는 안 된다.


옆집의 Amna(말레이시아 가족의 딸)는 해도와 2개월 차이가 난다. 해도가 2개월 어리다. Amna는 10개월이 되는 시기에 두 세 단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해도는 열심히 두 손과 두 발로 기어 다녔다. 사실 어떤 아기들 보다도 빠르고 힘차게 기어 다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도가 언제쯤 말을 하고 걸어 다닐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언어발달의 시기가 모두 다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부심이 생기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아기들이 무조건 바로 걷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걷는 아기가 있는 반면, 두 손과 두 발로 기어 다니면서 온몸의 근육을 발달시키다가 조금 늦게 걷는 아기들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자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나는 우리 해도가 더 기어 다니다가 충분히 근육이 성장하면 걷는 것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부터 해도의 기어 다니는 것에 자부심이 생겼다. 이렇게 하나씩 부모의 마음을 이해해 가는 것 같다.




엄마를 부르는 것이 아니야


해도가 엄마를 부를 때 공통점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자기가 무언가 필요할 때다. 해도의 엄마인 와이프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가 먹고 싶을 때, 물건을 잡고 싶을 때, 사물을 가리킬 때, 의사표현을 하고 싶을 때 등과 같이 본인의 의사표현을 위해 아직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기 전, '엄마'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본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제야 깨달았다. 그렇다면 아빠인 나는 그렇게 서운해할 필요가 없겠다. 왜냐하면 해도가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나를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색다른 행복감이다.

이전 09화 딜레마에 빠진 아빠의 육아휴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