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도리 Aug 22. 2024

인도에서 여자로 살아가기

Indian women

흔히 인도는 여성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각종 차별로 인해 여자로서 살아가기 힘든 나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범죄에 노출되어 피해 입은 소식이 인도로부터 전해오면 어김없이 사람들은 인도의 후진적인 남녀차별 문화와 함께 인도, 그리고 인도인들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마치 인도에는 여성의 인권이 전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전혀 다른 인도 여성의 삶

우리 사회가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남녀평등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이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로 간 차별이 존재한다. 국제사회 기준에도 남녀평등 수준은 순위권 밖에 위치해 있다.


인도 역시 남녀평등 수준은 전 세계 100위권으로 국제기준에 상당히 못 미친다. 하지만, 인도에서 생활하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왜일까?


기본적으로 인도는 인구가 14억 이상이 되는 커다란 나라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도시 위주의 지역은 세계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외의 지역은 상당히 보수적이고 아직도 인도의 전통적인 문화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남녀 간의 차별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 통계가 고스란히 인도의 남녀평등 수준에 반영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의 남녀평등 수준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위해서는 인도의 대도시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인도에 약 5년을 생활하면서 느낀 인도 여성의 삶의 모습에 대해서 써 보고자 한다.


가장 인상 깊은 모습 중 하나는, 인도의 길거리에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인도 여성들이다. 출퇴근을 위해 타기도 하고, 아이의 학교 등교를 위해서 또는 배달과 같은 일을 하기 위해서 타는 경우도 있다. 혹은 단순히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많은 동남아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지만 인도에서의 모습은 약간 다르다.


고연봉 직장인, 연예인, 사업가, 공무원 등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이를 보고 있으면, 멋있기도 하고 경외심마저 들 때도 있다.


이러한 모습 자체가 독립심과 책임감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인도 여성들은 본인이 속한 사회의 집단에서 스스로의 교통수단을 통해 적응하고 생활하고 헤처 나간다.


남성과 최대한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인도의 여성들은 남자든 여자든 타인으로부터 불필요한 배려를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도의 배려의 개념이 우리와 다른 이유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인도인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인도 여성의 경우 그런 모습이 남성보다 더 보이는데 이는 종교적인 영향도 있지만 사회에서 정당한 경쟁을 통한 진출을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라고 줄 앞에 서거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거나 길거리에서 먼저 가라고 차를 멈추어 주는 등과 같은 행동은 인도 여성들에게 쓸데없는 배려일 수 있다.


인도 여성들은 자신의 역할을 선택할 수 있다. 현모양처가 되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으면 이 역시 자유롭다. 본인의 역할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역할을 맡아도 자신감 넘치고 위풍당당하다.



물론 여전히 존재한다

남녀 간의 본질적인 차이로 인해 인도에는 여전히 불평등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군인의 경우 대부분 남자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육체적인 활동이 많고 험준한 산악지형에 배치되는 인도군대의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역 역시 인도 여성들의 장교 상위계급으로의 진출을 통해 점점 남녀 간 격차를 줄이고 있다.


남성들의 보이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존재한다. 여성들 앞에서 또는 대중들 앞에서는 여성들을 위한다는 말과 신사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뒤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꺼려한다.


어찌 되었든, 거대한 인도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민주적이고 자유분방한 나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도 여성들이 있으며 이들은 그 누구보다 독립심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인도는 아이폰을 좋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