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범규 Aug 05. 2023

투자에 대한 단상 (기후, 에너지, 전력)

230805

기후 시장은 누가 만드는가

 최근 기후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비즈니스들을 여럿 보면서, '기후 문제가 만들어내는 시장'에 대한 본질적인 생각들을 해보고 있다. 국내에서 특히 뜨겁게 달아오르는 에코프로와 같은 이차전지 테마와 같은 에너지 산업부터 농업/해양과 같은 1차산업군 까지 기후 시장이라는 폭넓은 개념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산업군들을 집어넣을 수 있다. 이 모든 산업들을 공통적으로 꿰는 것은 '탄소배출' 이겠고.


이 시장의 특이한 점은 이해관계자 개개인의 마이크로한 변화가 모여 자연스럽게 매크로한 시장을 만드는게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물줄기를 만드는 접근으로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초국가적 컨센서스로. 그렇기에 이 시장은 최소한 현재까지는 완전한 자율적 시장 논리로서 온전하게 돌아가는 구조가 되지 못한다.


새로운 물길을 트고 물줄기가 자율적으로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새로운 취수원을 찾아야하고, 펌프질을하며 물을 끌어올려야하고, 물길을 만드는 삽질을 해야한다. 오늘날의 기후 시장도 적절한 보조금이나 인센티브, 법규제적 정책 환경을 조성해서 새로운 물줄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야한다는 뜻이다. 자율 시장으로서 자리잡기 전까지는 이러한 트리거들이 계속적으로 작동해야하고, 이는 곧 엄청난 비용이 끊임없이 들어가줘야한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걸어온 길과 최근 미국의 IRA로 인한 영향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기후 문제'와 '투자'를 연결지어 생각해보려면 결국 이를 인정해야 하는 것 같다. 기후 시장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보이는 손' 이 시장을 만든다는 점.



전력 시장 변화

 '기후 문제'와 가장 탄력적인 관계에 있는 산업은 단연코 에너지 산업이다. 그 중 특히나 인프라성 산업이기에 전통적으로 반시장적이고 변화를 거부하던 전력 산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그 변화 폭이 점차 빨라질 것 같다. 몇가지 요인이 있을텐데, 가장 첫번째로서의 외부 환경 요인은 탈탄소-탈화석연료라는 거대한 에너지산업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탄소중립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한다는 전제하에, 에너지믹스는 필연적으로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전력 발전량 파이가 기존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지금의 중앙집중형 전력망 인프라도 바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 핵심은 '분산형' 이고. 몇달 전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통해 이러한 방향성을 재확인 시켜줬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력사업법 개정안 등 또한 기존 한전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력 산업의 '시장성'이 조금은 더 개방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들로 해석해볼 수 있다. 너무나 거대하게 커져버린 한전의 적자 구조 역시 전력 시장 변화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비록 긴 호흡으로 봐야하는 시장이지만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소(발전공급량)를 쥐고 있는 기업들이나, ESS 관련 제조 기업들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비상장시장에서도 엔라이튼이나 그리드위즈 같은 플랫폼서비스 기업들도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 같아, '전력시장의 as a Service' 모델은 벤처 투자 관점에서도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다가오는 탄소회계 시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