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타 Oct 20. 2024

그러거나 말거나, 나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2019), 『대도시의 사랑법』, 창비


사랑은 못생겼다. 그리고 외롭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정말로 아름다운 것인가."(159쪽)

거듭 묻고 물어도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은 정말로 아름다운가."(169쪽)


그리고 남은 것은 이해할 수 없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음(179쪽). 그러나 기어코 다시 시작되고 만다. "자꾸만 네 이름을 쓰고 싶어"지는 사랑이 또 시작된다(205쪽). 하지만 이 사랑도, 영영 간직하고 싶었던 그 사랑도 떠나간다. 남은 것은 이 지나간 사랑을 글로 쓰고 있는 '나' 뿐이다.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이행하는 '재희’(「재희」), 아무것도 모른 채 죽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엄마'와 자신과의 관계를 사랑이 아니라 단정지었던 '띠동갑 운동권 출신 호모섹슈얼 형'(「우럭 한 점 우주의 맛」), HIV를 가진 자신을 "그러거나 말거나, 너"라고 말하며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던 '규호'(「대도시의 사랑법」), 자신처럼 상실을 견디지 못하고 외롭게 부유하는 싱가포르계 말레이시아인 '하비비'(「늦은 우기의 바캉스」), 이 모두를 사랑의 이름으로 기억하고 쓰고 또 쓰는 '나'만 남았다. 뚱뚱하고 볼품없고 정조 관념도 없는 데다 HIV를 지닌 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나'. 못생기고 지저분하고 엉망진창인 사랑을, 그럼에도 귀엽지 않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또 하며 그것을 외로이 혼자 글로 쓰는 '나'. 우리 모두는 그 '나'와 겹치고 포개질 수밖에 없다.


웃지 않을 수 없고 너무 가벼워서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지만 그래서 박상영의 소설은 무겁다. 슬플 때 웃고야마는 아이러니처럼 인생은 굴절의 연속이고 매양 형식과 내용이 일치할 수 없다. 뜻하지 않게 몸 안에 들어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질병과 같이 어쩔 수 없는 일과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 연속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같은 성별의 사람과 키스하게 되고 그것을 때마침 엄마가 목격하는 일도, 클럽에서 술에 취한 채 키스를 했을 뿐인 남자가 사랑의 이름으로 깊숙이 남는 것도, 스스로를 부정하는 사람이 자신과의 관계조차 끝내 거부하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일도, 모두 나의 손 밖에서 일어난다. 그런데도 재희의 결혼식에서 그녀를 위해 축가를 부르고, 여전히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결코 자신에게 사과하지 않을 아픈 엄마를 돌보고, 제 손으로 사랑을 놓아주며 떠난 연인을 홀로 추억한다. 이 지치지 않는 의지를 사랑이라 부르고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얼 사랑이라 일러야 할까. 차마 아름답다 하지 못할지언정.

매거진의 이전글 두 얼굴과 두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