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예절이자 에티켓, 맞춤법
지금까지의 글에서 무엇을 다뤘는지, 한번 되짚어 본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독자가 누구인지를 살피는 것. 독자가 누구냐에 따라 글의 구성도, 문체도, 어휘도, 하나하나 전부 바꿔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할 일이다.
다음은 글 자체의 설계다. 글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만으로도 글을 쓰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물론, 논리적인 설계 없이,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일필휘지로 적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괴물의 일은 괴물에게, 일반인의 일은 일반인에게.
그다음으로 내가 언급한 것은 어휘의 힘이었다. 어휘야말로 글의 얼굴이고, 설득력이자 논리력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 어떤 어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글은 완전히 바뀌고, 자칫 잘못하면 비틀려버린다.
독자, 설계, 그리고 어휘. 내가 그다음으로 선택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맞춤법의 중요성이다.
2014년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가 ‘맞춤법을 빈번하게 틀리는 이성에 대한 호감도가 감소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남성은 86.7%가, 여성은 95%가 그렇다고 답했다니, 맞춤법이라는 것이 사람의 인상까지도 한눈에 결정하는 요소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얼굴은 김수현인데, 쓰는 글의 9할이 맞춤법이 틀려 있어 주시경 선생께서 진노하실 것 같다면?
얼굴은 박은빈인데, 보내는 메시지의 9할이 재래시장의 다채로운 브로콜리 표기법만큼이나 다채로운 표기를 보여준다면?
당신이라면, 그런 그들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솔직히,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 나에게 맞춤법은 그만큼 중요하다. 직업병의 영역에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내 기분이 그런 것을.
어휘가 글의 얼굴이라면, 맞춤법은 글의 품새고 예절이자 에티켓이다. 얼굴에 필적하는 몸가짐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그 글은 매력을 순식간에 잃는다. 어떤 놀라운 개념을 풀어낸 글이라 해도, 그 글이 맞춤법과 정서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표기된다면, 누구도 그 글을 흔쾌히 읽어내지 않을 것이다.
공교육을 거치면서 완성된 맞춤법은 사회의 표준이다. 당신이 글로서 사회를 설득하고자 한다면, 사회의 룰을 따라야 한다. 당신이 사회의 룰을 따르지 않고도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축하한다, 당신은 대단한 천재이거나, 혹은 아직 자신이 바보임을 모르는 바보일 뿐이다.
결국, 지금까지 내가 길게 늘어놓은 소리는, 맞춤법은 예절의 연장선이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예절이 되어 있지 않은 글, 누가 달갑게 바라볼 수 있겠는가? 다시금 강조한다. 모든 글의 시작은 이 기초적인 예절과 함께여야 한다. 반드시.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훌륭한 플랫폼이다. 맞춤법을 검사하는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했으니까.
이번 편의 바로 직전 글을 쓰면서, 나는 브런치의 맞춤법 검사기를 돌렸다. 놀랍게도, 단 하나의 오탈자도 포착되지 않았다. 솔직히, 요 근래 글을 쓰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이었다. 오탈자와 비문 하나 없는 글을 쓰는 것, 그게 내 글쓰기의 본래 지향이었으니까.
물론, 아직 오탈자와 비문 하나 없는 ‘깔끔하고 훌륭한’ 글을 쓴다는 진정한 지향까지는 아직 멀었다. 그러기에 내 글쓰기는 아직 난삽하고 조야한 구석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표준적인 맞춤법과 정서법을 준수하는 종류의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의 강점을 찾는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고 노력할 뿐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당신 역시, 마찬가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함께 시작하자.
추신 :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나처럼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는 배우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가끔 배우자의 글을 읽게 되는 드문 기회가 올 때 오타나 잘못된 맞춤법을 보게 되면 내 얼굴은 절로 찌푸려진다. 아마, 내 배우자 역시 내 글을 읽으며 마찬가지 생각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