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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레드넛 Jun 09. 2023

당신의 글이 망하는 이유, 세 번째

글의 얼굴은 어휘로 새긴다

벌써 세 번째 글이다. 이제 나에게는 목표가 생겼다. 이렇게 떠오르는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한 권의 브런치북으로 담아내는 일이다. 자기 이름-정확히는 내가 설정한 작가명이겠지만-으로 내 본 간행물이 한 번도 없는 나에게 이건 상당히 큰 의미가 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글로 밥벌이를 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아니, 더 정확하게 따지자면, 밥벌이를 해 온 평생이 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사회생활 초년에 했던 공식 SNS 담당자 역시 그 본질은 글쟁이라고 해야 할 테니까.     


이 시리즈를 하나씩 써 가면서, 내가 처음으로 글쓰기라는 것을 하게 되었을 때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임했는지를 계속 더듬거리고 있다.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내가 돌이켜보면 귀여운 구석도 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뭘 해보기 위해 나름 애쓰고 노력하던 모습이니까.    

 

하여간, 잡설은 그만두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글을 써 볼 생각이다. 이번 글은, 깊이 있는 글쓰기를 위한 선택이란 주제를 놓고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문해력에 직결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바로 어휘력의 문제다.




최근 소위 MZ 세대들에 대해서 일종의 편견, 혹은 선입견을 품은 사람이 꽤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아래의 사진일 것이다.   

  

글쟁이로서는 참담한 광경이다, 사실


부족하고 빈곤한 어휘력의 문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과연 저 이를 비웃을 수 있을 정도로 어휘력이 충만해 있는가? 그만큼 꼼꼼하고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하는가? 어휘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지적하면서, 나 자신은 어휘 선택에서 그만큼의 정성을 기울이는가?     


어휘의 선택은 글의 얼굴을 새기는 행동과 마찬가지다. 당신이 사용한 단어 하나가, 당신의 글의 전체 인상을 흐리게 만들고, 더 나아가서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항상 사전을 연다. 국어사전을 펴고,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어휘의 유의어와 반의어를 꼼꼼히 살핀다. 그리고 그 맥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용어인지 신중하게 검토한다. 당신은 그 정도로 자신의 글에 투자하고 있는가?     


이것도 곰곰이 생각해 볼 법한 일이다, 확실히.     


자신의 글을 써낼 때, 하나하나 적확하게 들어맞는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글에 설득력이 생기고, 논리적 구조가 빚어진다.     


무언가를 마시는 모습을 그릴 때, 당신은 어떤 단어를 사용하겠는가? 마시고 있는가? 들이켜는가? 게걸스럽게 삼키는가? 조심스레 할짝대고 있는가? 모두가 액체를 섭취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단어이지만, 그 뉘앙스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표현들이다.     


어휘 하나의 선택이, 장면 자체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그것이 어휘의 힘이고, 단어의 힘이다. 신중하지 않으면, 당신의 글 자체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글쓰기 외에도 개인적인 취미 활동이 있다. 아마추어나마, 나는 번역을 한다. 

    

사실 번역으로도 잠깐 밥벌이를 했었다. 뭐, 엄밀히 따지자면 온전한 밥벌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어디까지나 용돈벌이 차원의 문제였으니까. 간단한 문서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글자당 얼마, 장당 얼마를 받아 술을 마시던 지금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번역은, 전혀 돈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절의 번역과도 성격이 전혀 다르다. 나는 국내에 정식 발간된 바 없는 SF IP의 소설을 자비로 구매해 번역하고 있다. 그렇게 번역한 것이 장편만 따지면 일곱 권이고, 거기에 두 편의 단편을 추가로 번역했으며, 그 외에도 짤막짤막한 대목만 번역한 것을 합치면 더 많을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외서 번역은 사실 해당 외국어 실력보다 한국어 실력이 더 중요하다. 당연히 영어 실력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번역을 실제로 해 본 경험으로는 전혀 아니다-물론, 프로 레벨에서는 전혀 다르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번역은 외국어로 쓰인 기록을 우리말로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어의 선택 하나하나가 큰 변화를 가져온다. 머릿속에서 자연히 읽혔던 글도, 한국어로 다시 빚는 과정에서 오류가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섬세하게 어휘 하나하나를 골라내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계속 번역이라는 취미를 해 나갈 생각이다. 나의 한국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나의 어휘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내 옆에는 사전이 항상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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