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레드넛 Jun 30. 2023

글 쓰는 하루 보내세요 18/19/20일 : 재회

2023년 6월 28일 수요일~30일 금요일 이야기

격조했다. 어쩔 수 없었다. 출장을 떠났으니까. 글로 밥벌이하는 사람이 무슨 출장이냐고 물으면, 연수가 있었다고 답하겠다. 그것도 빠질 수 없는 연수였으니까, 출장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뭐, 지금까지 내가 회사에서 맡아 왔던 업무가 글쓰기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니, 이것 말고도 다른 출장을 떠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는 하다.


2박 3일의 연수 기간은 솔직히 뭐랄까, 지루했다. 나는 그렇게 가고 싶지 않았던 연수였으니까. 해외로 떠나는 연수도 아니었고, 국내에서 보내는 2박 3일의 연수였다. 나 같은 전형적인 I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부대끼며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사실 잠자리가 바뀌면서 수면 장애가 더 심해지기도 했다. 여기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 아침 루틴-그러니까, 미라클 모닝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것 말이다-의 근본 원인은 최근 갑자기 나타난 수면 장애다. 몇 시에 잠이 들더라도, 오전 5시에서 6시 내외가 되면 눈을 뜬다. 오늘 아침은 더 심해졌다. 전날 새벽 한 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뜬 시각은 다섯 시였다.


어쨌든 부대껴 가며 연수를 마쳤고, 돌아올 때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호사도 누렸다. 뭐, 내 돈 내고 탄 비행기는 아니니까, 호사라고 표현하겠다.






그리고 나는 그 연수 속에서 아주 흥미로운 인연과 재회했다. 내가 이 회사에 발을 디뎠을 무렵, 처음으로 협업을 했던 외부 업체의 담당자와 재회한 것이다. 그 담당자는 이번 연수를 진행하는 요원이었고, 사실 둘 다 서로 마주쳤을 때 긴가민가 하면서 지켜볼 따름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아차린 것은 2박 3일의 연수 한가운데, 둘째 날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같이하고서였다.


그때의 나는 완전 신출내기 애송이였고, 그때의 그 담당자와는 처음으로 업무상의 협력을 진행했던 관계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이제 이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지금 다시 만나는 기분은 각별했다. 적을 옮겨 그때의 그 업체와는 거리가 있는 존재지만, 연을 맺었던 이와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 아닌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깨를 둘렀다. 어깨를 두르고, 그때의 그 시절을 회상했다. 내 페이스북에는 아직 그 담당자와 찍었던, 정확히는 찍혔던 사진이 있다. 언론에 함께 사진이 실렸던 순간이고, 나는 그 사진을 여전히 페이스북에 저장해 둔 채다. 그 사진을 보며 둘 다 깊은 감회에 잠겼다.


세상이 변하는데도, 우리가 맺었던 연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각별함을 새삼 떠올리게 된 2박 3일의 연수였다. 처음 사회에 발을 디디던 순간의 두근거림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내가 맺었던 수많은 인연들을 다시 돌이킨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인연도 있을 것이고, 언제건 반가이 맞이할 수 있는 인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인연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 다시 나를 찾을 것이다. 이번 연수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다.


매일 글을 쓰겠다는 다짐이 깨어진 것은 안타깝지만, 그 이상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그때의 그 초심을 지켜갈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글 쓰는 하루 보내세요 17일 : 오피스 와이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