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변화와 앉아 있는 습관 만들기

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by 이보람

공간의 변화와 앉아 있는 습관 만들기


아이의 공부 공간이라고 해서 그 곳이 꼭 독서실이거나, 공부방일 필요는 없다. 어디든 편안하고 조용하며 특히 집중이 잘 되는 분위기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나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가정학습을 시작했고, 심지어 계획에 없던 가정학습이라 집 안의 모든 공간 자체가 공부하기에는 애매한 분위기였다. 누가 보아도 아이의 생활연령에 맞추어 딱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 다니는 동생이 지낼 만한 분위기의, 장난감 가득하고 공부할 공간 전혀 없는 어수선한 집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공간의 변화가 필요했다. 식탁에서 시작한 가정학습이 공부에 대한 위화감도 없앴고, 가정학습으로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어 꽤 도움이 되긴 했었다. 그래도 곧 고학년이 될 아이가 계속 식탁에서 공부하는 것은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의 장애를 둘러싸고 학교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나의 정서적 수용 공간을 초과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살던 집을 옮기고 아이의 학교를 전학시켰다.

나는 어차피 이사를 할 바엔 아이의 공부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마음을 가지고 거실 서재를 계획했다. 아직 어리니깐 잠자는 방과 공부하는 곳을 분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검색을 하던 중 거실 서재라는 인테리어를 보고, 비슷하게 거실을 꾸며 보았다. 우선 티비를 없애고, 티비 자리에 높은 책장 두 개를 배치해 책 공간을 만들었다. 물론 책을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인테리어 효과라도 내자는 마음으로 집 안의 모든 책을 거실에 두었다. 그리고 긴 테이블을 거실 한 쪽에 둔 것이 우리집 거실 서재의 완성이었다. 거실 서재를 위해 내가 한 것이라고는 딱 3가지, 티비 치우고, 책장 배치, 테이블 배치. 굉장히 심플하다. 하지만 거실에 놓은 테이블은 이 심플한 인테리어에 비해 생각보다 큰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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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는 모든 숙제와 학습 활동, 독서, 그리고 레고 놀이나 그림 그리기, 아이클레이 만들기 등의 모든 활동을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서 했다. 낮에 놀 때에도, 밤에 공부를 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거실 테이블에서 했다. 동생도 자연스럽게 형을 따라 테이블에 앉아서 놀았다. 책도 읽고, 사부작사부작 만들기고 하고, 모든 활동이 거실 테이블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테이블이 항상 너저분하긴 했지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에게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힘을 길러 주게 된 것 같다. 물론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뭐 그리 어렵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성인의 모습을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식사를 하거나 누군가와 티타임을 가질 때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몇 시간이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등 무언가 활동을 하기 위해 마음먹고 자리에 앉으면, 앉자마자 물 뜨러 가고, 앉자마자 핸드폰 보고, 앉자마자 갑자기 눈에 쓰레기가 보여서 버리러 가고......자리 지키고 장시간 앉아 있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의자에 자리 지키고 앉아서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나중에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 되었을 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겪어본 사람이라면 모르지 않을 터. 우리 아이는 거실 서재의 테이블을 통해 의자에 앉아 있는 힘을 무의식적으로 기르고 있었다.


이렇게 거실 서재를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네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중고등학생이야 독립된 공간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독립된 공간에서 홀로 공부하는 외로움보다는 개방적인 공간에서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앉아서 집중하는 힘을 길러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자에 앉아서 활동하는 습관 자체가 아이에게 무척 중요하다. 하물며 별도의 가구 구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책상을 거실에 두되 너무 책상처럼 꾸미지 말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로 배치하면 된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한다고 높낮이 조절되는 100만원짜리 책상을 구입해서 방을 꾸며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씀.

우리 아이는 이렇게 거실 서재에서 공부하다가 5학년 때 5만원짜리 한샘 브랜드의 책상을 구입해서 드디어 방 안에 책상을 들여놨다. 5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기 방과 책상을 갖게 된 아이는 신이 나서 책상에서 무엇이라도 하려고 했다. 필통 정리도 책상에서, 만화책도 책상에서, 모든 활동을 책상에서 하기를 좋아했다. 마치 5살까지 어린이집에 한 번도 안 가본 아이가 유치원에 처음 들어가서 그 어느 아이들보다 기다렸다는 듯이 적응 잘 하는 것처럼. 기다렸던 내 방과 나만의 공간인 내 책상. 절실함 속에 갖게 된 나만의 공간과 이미 책상 활동에 습관이 된 몸과 마음은 드디어 시너지를 일으키게 된다.


정리하면, 가정학습의 첫 시작은 식탁처럼 개방적인 공간, 공부에 대한 부담 없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추천한다. 가정학습이 조금 이루어졌다 싶으면 거실 서재를 활용해서 언제든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겸한 테이블(책상)을 만들어준다. 거실 서재 안 테이블과 앉아서 하는 활동에 습관이 잡히면 드디어 내 방 안에 나만의 공간인 책상을 놓아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도록 물리적 공간을 세팅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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