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만화로 보는 실험 과학
이번에는 이미 그려진 만화의 말풍선을 채우는 활동보다 상위 버전을 소개해볼까 한다.
우리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학년이 높아질수록 엄마가 간단한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할 때 아이는 엄마를 비웃으며 바로 옆에다 그림을 다시 그려주곤 했다. 아이가 6학년이었을 때 과학의 식물 파트를 설명하다가 무심코 아이의 눈을 봤는데, 당연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고 있을 줄 알았던 눈이 이미 반쯤 감긴 저세상 눈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차 싶었다. 나 역시 아이에게 어렵고 지루한 내용을 가르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주입식 과외의 모습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안 되겠다, 다른 방법을 써 보자.
“○○아, 우리 오늘은 실험을 만화로 표현해 보자. 실험 과정을 전부 그릴 필요는 없고, 네가 그리고 싶은 부분을 그려줘. 그리고 실험의 결과를 그림에 조금만 넣어주면 좋을 것 같아. 다 그리면 색칠도 해줘, 예쁘게.”
6학년 1학기 과학, 식물의 광합성과 증산작용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나선형으로 되어 있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내용들이 단계적으로 넓게, 그리고 조금 깊어져서 더 넓게, 또 깊어져서 더 디테일하게 점진적으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초등학교의 내용이라고 무시하면 안 되고, 기초부터 탄탄하게 잡고 공부해야 중학생이 되어서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기초를 다시 공부하느라 시간을 쏟거나, 또는 기초가 부족해서 포기해버리는 상황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아이가 6학년이었을 때 만화를 그리며 공부했던 식물의 광합성, 아이오딘 아이오딘화 칼륨 용액, 녹말 반응, 증산작용 등은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 과거의 학습 내용들을 아주 명확하게 기억해 내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공부에 도움이 톡톡히 되고 있다.
과학 교재 바로 옆에 있었던 영어 공책에 대충 그린 과학 만화이다. 그림 그리느라 마음이 바빠서 글씨가 엉망이긴 하다. 하지만 필요한 내용은 모두 들어 가 있다. 식물이 물과 이산화 탄소를 재료로 빛에너지를 받아 광합성을 하면 양분과 산소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 양분이 ‘녹말’이라는 것이어서 아이오딘 아이오딘화 칼륨 용액과 반응시키면 청람색으로 변한다는 내용. 그리고 양파의 뿌리가 물에 닿아서 물을 흡수한 것과, 뿌리가 없어서 시들해진 양파의 모습, 여기에 만화적인 요소를 넣고 싶어서 약간의 대화도 첨가 된(빨간 동그라미) 것을 볼 수 있다.
여기까지가 초등학교 과학 내용이고, 중학교 2학년 과학에서는 6학년 때 배운 광합성이 다시 나오면서 추가로 식물의 호흡까지 나온다. 식물은 낮에 광합성을 하고, 호흡은 밤낮으로 이루어지는데, 낮에는 광합성량이 호흡량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서 광합성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호흡도 함께 이루어지고, 광합성에서 만들어진 산소를 식물이 호흡할 때 다시 사용하고, 호흡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다시 광합성에서 사용되는 순환의 과정. 이 내용들은 초등학교 때 제대로 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바쁜 중학교 2학년 때 ‘굳이’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내용이다. 6학년 때 제대로 공부한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 때 적어도 복습을 다시 해야 하는 정신적 수고와 소중한 시간의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하여 상식처럼 꺼내 쓸 수 있는 나만의 학습 주머니가 있기 때문에, 그저 뇌 속에 저장된 기억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꺼내다가 다음 학습과 연결만 시키면 된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가정학습을 하면 학원이나 과외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이 때문에 같은 내용이라도 훨씬 다채로운 방법으로 학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학습하고 얻어진 내용들은 오로지 교재와 설명만을 통한 공부보다 훨씬 정확하고 오랫동안 기억된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가정학습을 안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