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Aug 18. 2024

누군가를 만날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과 같다. 누군가가 살고 있는, 나의 것과는 다른 세상. 그래서 새로운 만남은 탐험을 떠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기억하라. 탐험과 모험에는 늘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홀로 있는 것이 버려진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원초적인 외로움은 예민한 감각에서 온다. 누군가를 만나야 세상과 소통하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다. 그렇게 자신만의 외로움 해소법을 알고 있으니까. 쇼펜하우어는 ‘행복의 기술’ 중 하나로 친교의 범위를 줄이라고 충고한다. 젊잖게 말했으나 결국은 굳이 다른 사람을 만나 그가 안고 있는 삶의 무게 일부를 나누어 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 나름이다. 이 노회한 철학자는 염세주의자였다. 인간의 삶이 고통이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라고 믿었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애초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만남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그만의 방식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원칙은 없다.


만나고 싶으면 만나라. 할 수 있다면. 다만 상대의 짐을 나누어지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애초에 그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니까. 슬퍼 우는 사람에게는 백 마디 말이 소용없다. 그냥 따뜻하게 손잡아 주라. 잠시 함께 느끼는 연민의 감정이 상대에게 전해지기를 기다리면 된다. 거꾸로 즐겁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함께 웃어주고 즐거워해주라. 도무지 공감하기 어려우면 다시 보지 않으면 된다. 깊은 우정이 쌓이기 전에 말이다. 어차피 내가 살지 않는 세상으로의 탐험은 선택의 문제이지 반드시 떠나야 할 여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만남의 순간 나는 별로 상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일과 과거에 관한 질문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섣불리 그의 개인사를 캐고 들어 무언가 충고라도 할 요량이면 더욱 그렇다. 기억할 것은 그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뿐이다. 과거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조차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래서 망각의 늪에 던져버린 그것을 왜 들추어 남의 세상을 엿보려 하는가. 그런 사람들은 사실 궁금해서가 아니다. 무언가 자신이 끼어들 틈을 엿보는 것뿐이다. 그저 쿨하게 다른 세상을 여행하라.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참견하려 하는 것은 탐험가의 태도가 아니다.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나만의 세상도 감당하기 벅찬데 남의 세상이야 무슨 상관이겠는가! 만남에 따르는 상투적인 과정도 번거롭다. 고독이 좋다. 혼자만의 세상에 침잠하는 것이 제일 맘이 편하다. 그렇게 하라. 하기 싫은 일을 왜 굳이! 그런 사람들은 공감의 행위가 버겁다. 홀로 사색하고 즐기는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도 감미로워서 무엇으로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음악이 흐르고, 좋아하는 책이 있고, 게다가 커피 한 잔이 놓여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가뜩이나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나의 행복한 피난처에서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불청객의 방문은 절대 사절이다. 그러므로 원치 않는 만남의 순간 그는 가식적이 되기 쉽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마저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남의 시간은 고역이 되고, 점점 새로운 만남을 회피하기 마련이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사막 같은 인생에서 새삼 무슨 탐험을 또 한다는 것인가. 지금 내가 행복하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만남은 소금과 같다고 했다. 적으면 맛이 없고 많으면 짠 소금. 그래서 적당히 뿌려야 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짠 음식, 싱거운 음식, 다 나름대로 기호와 식성이 있는 법. ‘적당히’란 말은 ‘당신 좋은 대로’라는 말과 다름없다. 오늘 조금 더 소금을 치고 싶은가? 만나라. 그렇지 않으면 혼자의 시간을 즐겨라. 아무리 바빠도 만남을 선택할 시간은 있다. ‘만나고 싶거나 아니거나’의 문제일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침, 조용한 매미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