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몹시 번잡했는데
깨어나니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가끔 선명히 떠오를 때도 있지만
오늘은 아주 캄캄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잊고 싶은 것일까
꿈은 그저 꿈일 뿐인데
자면서도 나는 웃고 웃는다
무채색의 꿈
흑백으로 마주하는 무의식
호수도, 그 속에 잠기는 풍경도
흐릿한 회색이다
어제도 내일도 보정(補整)된 시간
오늘만이 까칠하게 색깔을 입는다
가파른 벼랑에서 떨어진다
벗은 몸으로 거리를 걷는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
두렵고 난감하다
‘이건 꿈이야. 얼른 깨어나'
꿈에서 벗어나 안도한다
다시 잠들면 이어지지 않는 꿈
한 번 꾸고 마는 지워진 의식
질기게 남은
망각의 잔영(殘影)
도화지 위 미완(未完)의 수채화
어제가 된 오늘, 오늘이 된 내일이다
꿈은.
죽어도 살아있는 것
잊어도 떠오르고
떠나도 남아있는 것
목이 마르다
자리끼로 손을 뻗어
움켜쥔 추억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사라진다
상념 중에 문득
흩어진 꿈의 조각
왜 이리 질긴지
왜 이리 아픈지
세월의 혼재(混在)
실향(失鄕)의 상처이다
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