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명령은 도덕적 원칙을 구성하고 시험하는 방법이다. 그것은 도덕적 명령이며 모든 인간에게 무조건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도덕적 명령이다. 만일 그것에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이란 조건이 붙는다면 그것은 정언명령이 될 수 없다.
정언명령은 칸트의 의무론적 도덕철학의 중심 개념이다. 칸트는 이 개념을 1785년 자신의 저서 ‘윤리형이상학 정토’(Groundwork of the Metaphysics of Morals)에서 제시하고 있다. 정언명령은 다음의 네 가지 공식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 보편적인 법칙을 이루는 원칙에 따라 행동하라.
이러한 원칙의 수립은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자신의 계획이나 행동을 정당화하는 원칙을 수립하라.
2. 그 원칙이 모든 합리적인 행위자로 하여금 같은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는 보편적인 법칙이 되도록 하라.
3. 자신의 원칙이 이 세상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를 숙고하라.
4. 이 세상에서 그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를 숙고하라.
예를 들어, 절도의 개념은 사유재산을 전제로 한다. 만일 ‘훔치는 것이 용인된다.’라는 원칙이 보편화되면 사유재산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그 원칙은 세 번째 단계를 위배한다.
둘째,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단지 수단이 아니고 목적으로 여기고 행동하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인간을 도구로 여기는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잘못된 일이라 느낀다.
셋째, 모든 합리적인 존재의 의지는 보편적 법칙을 만드는 의지이다.
자신의 원칙을 통해 보편적인 법칙의 입법자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 이것이 첫 번째 조건과 다른 점은 단지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입장이란 점이다.
넷째, 우리의 도덕적 의무는 공동체 안에서 동일한 몫을 갖는 각각의 합리적인 행위자들이 동의하는 원칙에 의거해야만 한다.
다음은 칸트가 제시하는 정언명령의 예들이다.
1. 거짓
칸트에 따르면 거짓과 기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거짓이 보편적인 행위가 된다면 신뢰라는 개념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짓은 용인된다.”는 명제는 원칙 수립의 세 번째 조건에 위배된다. 따라서 정언명령은 ‘거짓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가 되어야 한다.
2. 절도
절도의 개념은 사유 재산을 전제로 한다. 만일 절도가 모든 곳에서 용인된다면 사유재산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절도는 절대로 용인되지 않는다.’가 정언명령이다
3. 자살
계속되는 불행으로 절망에 사로잡힌 사람이 죽음을 생각한다면, 살아있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의 이유가 된다면, 자기애에 따라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도 되는 것일까? 칸트에 따르면, 이 명제 역시 보편화될 수 없는 모순을 품고 있다. 그것은 계속 살고 싶다는 자기애와 배치되어 삶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약속의 파기
칸트는 자신이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돈을 빌리려는 사람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의 원칙은 이렇다. ‘나는 결코 갚을 수 없음을 알지만, 돈이 필요하므로 돈을 빌리고 그것을 갚겠다고 약속한다.’ 이는 보편적인 법칙이 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러한 법칙이 보편화되면 그것은 약속을 지키는 관행을 쓸모없게 만들 것이다. 만일 누구나 약속을 어긴다면, 아무도 약속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원칙은 보편적인 법칙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정언명령은 ‘결코 약속을 어겨서는 안 된다. “가 되어야 한다.
5. 게으름
쾌락에만 빠져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지 않는 사람은 어떨까. 이는 위의 예들처럼 다른 어떤 행위들을 유지할 수 없게 하는 논리적인 모순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칸트는 자신의 삶을 게으름으로 낭비하게 만드는 원칙은 결코 보편적인 법칙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모든 합리적인 존재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개발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그 전제가 반드시 진실이라고만 할 수 없으므로 많은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능력을 개발하는 행위는 어떠한 모순도 담고 있지 않으므로 정언명령의 조건에 위배되지 않는다.
6. 이기심
‘나는 모든 사람들이 하늘이 원하고, 스스로가 될 수 있는 만큼 행복하길 바란다. 나는 그에게서 어느 것도 빼앗지 않을 것이고, 시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하거나, 그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를 도울 생각은 없다.’
만일 이러한 생각이 보편적인 법칙이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실 이에는 어떠한 논리적 모순도 없다. 하지만 칸트는 그러한 원칙이 모든 상황에서 보편적인 법칙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원칙은 스스로 모순이 된다. 모든 이들은 다른 사람의 사랑과 공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