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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kcook Feb 19. 2021

2월 레시피, 굴 떡국

추운 날엔 시원한 국물을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떡국을 좋아했던 터라 다른 명절 음식이 식상해져도 떡국만은 언제나 반가운 메뉴였다. 쫄깃쫄깃한 떡국을 먹으면 추운 설 날씨에도 뜨끈한 배부름을 느낄 수 있었다.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는 핑계로 거르지 않고 먹었던 떡국. 특히 가늘게 어슷 썰린 떡국 떡이 참 좋았다. 그래서 가끔 떡볶이를 요리할 때에도 떡볶이 떡 대신 떡국 떡을 넣어서 떡볶이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우리 집은 항상 가래떡을 직접 뽑아서 썰어 먹는 시골집의 정석이었다. 엄마는 쌀 한말을 그대로 떡으로 만들어서 이웃들과 나눠먹고, 말랑말랑한 가래떡은 꿀 찍어먹고, 남은 가래떡은 꾸덕하게 굳혀서 떡국떡을 썰어두었다. 그맘때만 되면 냉동실이 가래떡으로 꽉 차 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떡국은 추억의 음식처럼 기억되기도 한다. 추운 날에는 가끔씩 떡국 생각이 난다. 마트에서 진공 포장된 떡을 불려서 떡국을 끓여먹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방앗간에서 찐 떡이 아닌지, 그냥 기분이 그랬던 건지 설날의 배부름은 없었다. 엄마가 안 끓여줘서 그런가.


엄마의 떡국은 늘 구수한 사골육수나 고기육수가 들어갔다. 그래서 더 푸짐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직접 요리를 하고 난 이후에는 사골육수 대신 멸치육수를 사용했다. 그리고 매생이나 굴처럼 추운 계절에만 나오는 제철 음식들을 가득 넣고 실험적인(?) 떡국을 끓였었다. 떡국의 정석인 엄마의 요리와는 다르게 시원하고 감칠맛이 난다. 


이번에는 싱싱한 생굴을 가득 넣어 떡국을 끓였다. 참고로 생굴은 비린내 때문에 못 먹는 음식 중 하나인데, 익혀먹으면 왜 이렇게 감칠맛이 도는 건지 굴 전, 굴 국밥, 굴 짬뽕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이다. 


오늘 끓인 굴 떡국도 마찬가지. 간단하게 레시피를 소개하자면, 먼저 냄비 가득 물을 넣고, 다시팩과 굴을 넣고 끓인다.



포인트는 다시팩과 굴을 동시에 넣을 것, 그리고 끓기 전에 굴을 넣어야 한다는 것.

탱글탱글한 굴을 먹으려면 마무리하기 전에 넣어주는 것이 좋지만, 오늘처럼 국물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라면 끓기 전에 굴을 넣어야 그 감칠맛이 제대로 우러난다. 


육수를 센 불에 끓인 후, 떡을 넣고, 떡이 동동 떠오르면 다진 마늘과 국 간장으로 간을 맞춰준다.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 넣어주면 끝.



시원한 굴 떡국 완성. 굴이 질겨진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철 생굴을 넣어서 그런지 굴마저도 탱탱한 게 맛이 좋았다. 굴의 바다향을 느끼고 싶다면, 다 끓이고 난 후 떡국 위에 생굴을 올려서 데치듯 먹는 방법도 추천한다. 


쫀득한 가래떡과 시원한 국물이 잘 어울리는 떡국. 추위가 가기 전 시원한 떡국으로 따뜻한 배부름을 다시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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