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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Sep 16. 2022

라이딩

자전거를 탔다. 기꺼이 나간 건 물론 아니고 계절에 대한 어떤 의무감 때문에 꾸역꾸역 나갔다. 지금 같은 선선한 날엔 왠지 뭐라도 활동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운동이 아니다…) 여름 내내는 뭐 거의 집안에만 있었으니 당분간은 응당 그래야 할 것만 같다. 그리고 요즘은 베이스 연습도 아예 안(못)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오늘은 아주 늦은 밤이 되어서야 내적 갈등을 마치고 밖으로 나선다. 참고로 올해 첫 라이딩은 어제였고, 오래 버려져있던 자전거는 바람도 한참이나 빠져 있었다.


오늘 유튜브 뮤직 알고리즘 덕분에 발견한 노래는 Love Never Felt So Good, 마이클 잭슨의 노래다.


Baby

Every time I love you

It's in and out my life

In and out baby


이런저런 노래를 듣다가도 하나에 꽂히면 한 곡만 파는 타입이라 라이딩 내내 이곡을 듣는다. ‘내게 말해줘요, 당신이 날 정말 사랑한다면. 정신이 왔다 갔다 해요, 미치겠어요’. 가사도 멜로디도 오늘 밤처럼 청량하네. 마이클 잭슨은 너무 일찍 가버린 천재다. 그의 노래를 듣다 보면 또 그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는지가 느껴진다.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세상 곳곳에선 그의 목소리가 흐르고 있겠지. 문득, 그렇다면 그는 아마 죽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누군가 여전히 누군가의 존재를 기억하고, 그리워한다면. 죽음은 육체의 상실이 아닌, 기억의 소멸로부터 진짜 시작인 것이 아닐까. 그래서 먼저 간 이들은 그토록, 갖은 예와 의식으로 죽음을 통제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타의에서라도 기억될 수만 있다면, 그건 어쩌면 불멸이 될 수도 있었을 테니까.


낮은 언덕을 한참 오른 후에 다운힐이 길게 펼쳐졌다.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이마와 등에 맺힌 땀만큼 온몸이 시원하다. 아직 모르는 내일도,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단 생각이 든다.


2022.9.16.


#오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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