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기엔 이른 고1이잖아
어느덧 웬디의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엄마, 나는 대학 입시를 아직 잘 모르는 게 나은지도 몰라"
학교에서 오자마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캘리는 물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친구들이 오늘 자기 성적 보면서 한 과목이 3등급 열렸다느니, 2등급 열렸다느니 하면서... 내신 망했다고 이제 남은 학기 노력해도 안된다는 거야. 그래서 정시파이터 한대"
"이제 고1 한 학기 지났는데?"
"그러니까~ 나도 이해가 안 돼서 물어봤는데 자기가 원하는 대학 가려면 내신 1.5는 받아야 하는데 한 과목이 3등급 열려서 이제 불가능 이래. 다들 본인이 한학기마다 받아야 하는 내신등급을 자세하게 알고 있어. 그리고 대학 등급컷도 완전 잘 알아."
"대단하네. 그런 건 학원에서 알려주는 건가?"
웬디는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올린다.
"엄마 그런데 나는 그런 거 잘 모르잖아. 모르니까 그냥 열심히 하는 거야. 나도 너무 잘 알고 있으면 진작에 포기했을지도 몰라. 하하~"
긍정의 아이콘답다.
"그래~ 아직 2년 반이나 남았는데, 뭐 그렇게 미리 계산하고 그러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잖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캘리 가족이 가훈을 삼을 정도로 많이 쓰는 말이다.
웬디네 반에서는 벌써 1학기 마치고 자퇴하려는 친구가 있다고 했다. 내신보다는 수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요즘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자퇴하려는 학생들이 한 반에 몇 명은 나온다고 한다. 캘리 어릴 때에는 자퇴라는 건 주변에서도 거의 보지 못했던 케이스인데 요즘에는 수능에 집중하려는 정시파이터들이 쓰는 입시전략이라고 한다.
며칠 전 동네 공원에서 저녁운동을 하다가 잠시 쉴 때였다. 고1-2쯤으로 보이는 남학생 둘이 나름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친구는 자퇴를 고민하고 있었고, 듣던 친구는 그냥 학교 다니라고 설득 중이었다. 자퇴를 고민하는 친구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학교 가는 게 너무 힘들다며 혼자 수능 공부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그런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면 백퍼 리듬이 무너질 거라고 그나마 학교 등교 시간이 있으니 우리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거라며 엄마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하고 귀엽다는 생각만 했는데, 웬디 주변에도 요즘 그런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은가 보다.
언제부터 학교가 입시에 방해가 되는 기관이 된 걸까?
공부가 힘들었어도 고등학교 시절 참 재미있는 추억이 많았던 캘리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30여 년의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단짝친구도 고등학생 때 친해진 친구다.
대학을 위해 고등학교를 그만둘게 아니라, 대학을 안 가더라도 고등학교는 다녀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생각 자체가 그... 꼰대?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