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

맛을 미리 알려주지 말기?

by 샌디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친구집에 초대를 받아서 함께 놀러 갔다.


재미있게 놀다가 집에서 밥도 같이 먹게 되었는데 우리 딸이 김치를 찾았다. 그 엄마는 "어머. 너 김치도 먹는구나? 갖다 줄게~"라며 접시에 김치를 예쁘게 담아왔다. 딸이 김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 친구도 김치를 조심스럽게 집었다.


그 모습을 본 친구엄마는 "너 김치 먹을 수 있겠어? 진짜? 막 매울 텐데? 먹고 울지 마?"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친구는 김치에 도전?을 하려다가 엄마의 말을 듣고는 슬며시 내려놨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 엄마는 "어우~ 얘 매운 거 못 먹거든요. 괜히 먹었다가 배 아프면 어떡해요" 했다.

사실 그 김치는 초1이었던 우리 아이가 먹기에도 맵지 않은 김치였는데 말이다.


그때 알았다.

우리 아이들이 편식이 없었던 이유를.

아이들이 좋아했던 집밥 메뉴

나는 음식맛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겁도 주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세상의 모든 새로운 맛을 알아가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내 기준으로 선입견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른데, 아무리 엄마여도 그건 주관적인 입맛일 뿐이다.


아무런 정보나 힌트 없이 순수하게 아이들 스스로 맛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길 바랐다. 원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호기심도 생기는 법이다.

궁금해야 먹어볼 동기도 생긴다.


우리 딸이 6살쯤 되었을 때, 꾸덕한 홍삼진액을 먹는 나를 보더니 자기도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럴래?"하고 젓가락으로 콕 찍어서 맛을 보여줬다.

딸은 의외로 "이거 젤리 같고 맛있는데?" 하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재료인지, 쓴맛이 나는지, 단맛이 나는지 나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그때 '아..!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느끼는 이 맛이야말로 진짜의 맛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019년 쿠알라룸푸르에서

지금 생각해 보면 여행을 자주 다닌 것도 편식이 없던 이유에 기여를 한 것 같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평소에 집에서 먹지 않았던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다. 더구나 해외라면 낯선 음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 집처럼 대체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세상의 맛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우린 여행을 가면 가능한 그곳의 음식을 먹었고, 또 그러려고 여행을 갔다.


새로운 음식을 경험할 때마다 할 이야기가 많아서 즐거웠다. 맛이 좋으면 새로운 발견에 행복했고, 맛이 없어도 그 맛에 우린 웃음이 빵 터졌다.


아이가 음식을 먹을지 안 먹을지 전전긍긍하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와 남편은 당근, 브로콜리, 시금치 등 아이가 가릴 것 같은 음식도 무심한 척? 하며 먹었다. 무심한 척 자연스럽게 먹는 게 포인트다. 너무 오버해서 맛있는 척하면 의심한다! 애들도 다 안다.


아이가 무엇을 먹었다고 칭찬한 게 아니라,

새로운 음식을 시도한 그 도전자체에 엄지척을 해줬다.


여전히 아무거나 잘 먹고,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 먹는 시간 자체를 즐기는 아이들이다.

편식 없는 식습관은 더 나아가 식사시간을 즐거워하는 경험으로 연결되니 여러모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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