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중요한 나이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린이집, 유치원만 끝나면 저녁 먹기 전까지 놀이터에서 상주하는 멤버였다.
덕분에 나도 늘 간식보따리와 물티슈, 밴드 등이 구비된 만능가방을 갖춘 놀이터 죽순이 엄마였다.
친구들은 학원시간이 되면 갔다가 끝나면 합류해서 놀고, 그러다가 학습지 시간이 되면 또 들어가곤 했다. 놀이터에서 같이 놀 친구들이 없어서 학원에 보낸다는 엄마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나이대 아이들은 뛰고 오르내리며 몸 쓰는 활동이 노는 것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 친구들이 있어도, 없어도 잘 논다. 그래서 나는 친구 사귀라고 학원을 보낸다는 엄마들의 생각이 이해가 되진 않았다.
우리 아이들은 같이 또는 따로 하루 종일 참 잘도 놀았다. 어릴 때는 엄마인 내가 같이 미끄럼틀도 타고, 숨바꼭질도 하며 놀아줘야 했지만 초등 저학년 정도 되자 잠시 앉을 수 있는 여유도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그 나이니까 체력이 되었던 것 같다.
그뿐이랴. 어디 워터파크나 물놀이라도 가게 되면 개장시간에 들어가서 폐장시간까지 놀고 나왔다. 같이 놀러 간 멤버들이라도 있으면 다들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해외여행을 다니다가도 놀이터를 발견하면 일정과 상관없이 놀게 했다.
남편과 나는 어린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노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는 게 운동이라고 생각했다.(에너자이저들 체력을 충분히 소진해야 밤에 잘 자는 이유도 있었고..)
아이들은 놀면 놀수록 더 잘 놀았다. 낯선 곳에 가도, 아무 장난감 없는 숲 속이나 바다에 가도 어떻게든 놀이를 만들어냈다. 창의력은 이렇게 계발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일 아이가 어떻게 놀아야 할지 잘 모른다면 아직 덜 놀아봐서 그럴 것이다.
미끄럼틀 하나만 있어도 잘 노는 우리 아이들은 제주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놀이력(?)이 폭발했다. 집은 마음껏 뛸 수 있는 잔디밭과 각종 채소가 자라는 텃밭, 예쁜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을 갖춘 버라이어티 한 놀이터 그 자체였다. 아이들 체력은 이 시기에 더 많이 키워진 것 같다.
아이들이 놀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끝은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때까지 참고 기다린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끝을 볼때까지 논 경험이 성장의 과정에서 큰 자양분이 된 것 같다.
한창 공부할 나이인 중고등학교 시기에 아이들은 가끔 말한다. 그래도 어릴 때 원없이 놀아봐서 다행이라고. 그나마 그런 기억이 있어서 지금 힘들어도 참을 수 있다고 한다.
놀 나이에 실컷 놀게 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