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 31
원티드와 눈싸움 10분.
잡코리아와 눈싸움 15분.
그 외 눈싸움 5분.
도합 30분의 눈싸움 결과, 내가 졌다.
백수 생활 28일 차. 더 지원할 곳이 없다. 그동안 매일 한 곳은 지원하자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력서를 낼 곳이 고갈됐다. 물론 잡플래닛 평이 아주 나쁘거나, 연봉이 맞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곳들까지 포함한다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빴던 면접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내키지 않는 곳에 지원해서 면접을 보는 건 에너지 낭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믿는 편이지만, 솔직히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불쾌한 경험을 피하고 싶다.
이미 서류를 제출해 둔 곳이 여러 군데 있고, 면접도 남아 있지만 불편한 마음이 든다.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데, 책상 앞에 앉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자기소개서를 쥐어짜는 것보다 자기소개서를 쓸 수 없는 이 상황이 더 괴롭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서 흘러나오는 모르는 노래의 박자에 맞춰 마우스 버튼을 딸깍, 딸깍, 의미 없이 클릭하다가 그냥 창을 껐다. 오늘은 꽝이다.
원하는 채용공고가 뜨기를 바란다고 그런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질 일은 없으니, 방이나 치워야겠다. 청소기를 돌리고 오랜만에 리클 앱을 다시 깔아 로그인을 한 뒤 수거 신청을 했다. 옷을 버려야겠다.
백수 두 달째에는 이런 일이 더 비일비재하겠지. 이제 쓸 만한 곳은 모두 쓴 탓에 새로 뜨는 공고가 아니면 지원할 곳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이 찜찜하고 불편한 기분도 옷을 버리듯 내다 버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마음을 먹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