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긁기

백수일기 36

by 미지

우리나라에서 틱톡 붐이 막 일어날 무렵이었다. 회사의 어떤 분께서 "그거 알아요? 틱톡에 매일 스피또만 긁어 올리는 사람도 있어요. 진짜 웃기죠?"라고 말했다. 그날 같이 틱톡 영상을 본 뒤 집에 가는 길에 스피또를 사서 긁었다. 결과는 당연히 꽝이었다.


외출한 김에 다 읽은 책 한 권을 알라딘에 팔았다. 손에 든 지폐와 동전을 보자 갑자기 그때가 떠올랐다. 일확천금의 꿈이 내 안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찰나였지만 1등이 되어 투룸으로 이사를 가는 상상까지 마쳤다. 오늘은 왠지 복권을 사도 좋을 것 같다는 기묘한 확신이 들었다.


가끔 로또나 스피또를 살 때가 있다. 금액은 기분에 따라 천 원에서 최대 오천 원. 여태껏 당첨된 가장 높은 금액도 오천 원. 사실 벼락 맞을 확률을 뚫고 인생 역전을 바라기엔… 나는 당첨운이 정말 없다. 경품 추첨이나 이벤트에도 거의 당첨된 적이 없다. 까마득한 고등학교 시절 문제집 한 권을 받는 이벤트에 당첨된 것이 아마도 마지막일 것이다.


복권을 사서 집에 도착한 뒤 경건하게 오백 원짜리 동전을 꺼냈다. 조심스럽게 은박지 위를 긁으며 오억 원이 아니어도 된다고, 이천만 원도 좋다고 간절하게 빌었다. 결과는 꽝. 천 원은 사라지고 망한 복권과 은박지 부스러기만 남았다.


직장인 시절에도 때때로 복권을 샀지만, 무소득 백수가 되고 나니 복권 한 장을 살 때도 왠지 모르게 더 간절하다. 하지만 꽝은 꽝이다. 헛된 꿈은 잊어버리고 구직에나 집중하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던 대로 오늘도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고, 구직 사이트에 들어간다. 인생 역전은 개뿔 '인생 여전'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건 정말로 나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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