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 35
동생에게 밥을 사기로 한 날이다. 조금 늦었지만 생일을 축하하며 사는 밥이다. 번호도 없어야 현실 남매라는 밈이 있지만, 우리 남매는 꽤 자주 대화하는 편이다. 대화 주제는 주로 가족 관련 일, 투자, 사업, 아이디어, 무언가에 대한 추천, 락 밴드 콘서트 티켓팅 등이다. 동생과 나는 생각이 많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지만, 인생을 살아 나가는 방식에서는 다른 점이 많다. 밥을 사주고 커피를 얻어 마시다가 같은 부모님 아래서 태어나 자란 둘이 얼마나 다른지 깨달았다. 새삼스럽다.
몇 년 전 대학교를 졸업을 앞둔 상태였던 동생은 회사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하는 삶은 회사 안에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결국 동생은 하고 싶었던 일로 사업자를 냈고,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직원 하나 없는 사장님이 된 셈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낭만 가득한 삶일 것이고, 누군가의 눈에는 답답한 행보일 것이다. 그동안 나는 동생의 선택에 말을 얹지 않았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내 인생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전히 회사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 것인지.
동생의 답은 명확했다. 플랜 B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배수진을 쳐야 몰입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동생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 인생을 걸어버렸군….' 도망칠 구멍을 만들지 않고 전력을 다하겠다는 말에 다름을 느꼈다. 나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플랜 B라는 이름의 안전망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비가 올지도 모르는 여름에 우산을 챙기는 게 당연한 것처럼, 실패할 상황을 상상하고 약간의 대비책을 고민해 두는 건 나에게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다.
집에 돌아와 동생이 준 새 명함을 책상에 올려두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인생에 플랜 B가 필요할까?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동생과 같은 태도는 아닐까. 플랜 B 없는 몰입을 했던 게 언제더라. 안 되면 죽는다는 각오로 전력을 다해보는 경험이 30대에도 한 번은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의식의 흐름 끝에는 플랜 B를 고민하지 않는 것, 플랜 A에 온전하게 몰입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남았다.
하지만 가진 성질이 다르므로, 플랜 B 없이 나는 찜찜함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AI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답을 구했다. 플랜 A에 100% 몰입하면서 플랜 B를 준비하는 방법에 대하여. AI 답변은 아주 그럴싸했다.
1. 플랜 B는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설계
플랜 B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아니라, 상황이 크게 꺾일 때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큰 틀에서만 정리하세요.
예) "진로가 막힐 경우 어떤 유형의 대안 직종을 탐색할 것인가?" 식으로 옵션만 준비.
2. 플랜 A에 모든 에너지 집중하기
플랜 A가 진행 중일 때는 플랜 B에 대한 고민을 최소화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노력과 자원을 집중하세요.
실제 연구 결과, 플랜 B를 미리 많이 고민하는 집단이 플랜 A 성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반드시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세요.
3. 정기적으로 안전망 체크
상황이 예상과 달라질 때만 플랜 B를 다시 확인 또는 수정하세요.
평소에는 플랜 A에 몰입하고, 일정 기간(3~6개월 등)마다 조건 변화, 시장 상황, 개인적 변수에 따라 플랜 B의 타당성을 검토하면 충분합니다.
4. 플랜 B를 과도하게 세밀화하지 않기
너무 구체적으로 준비하면, 무의식적으로 플랜 A에 대한 몰입도가 약화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만약 최악이 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만 정해두고, 그 외엔 플랜 A에 에너지를 쏟으세요.
5. 실패 대비용 자원(시간/비상금 등) 미리 마련
플랜 B가 필요할 때 즉시 전환할 수 있도록,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준비(비상 자금, 네트워킹 등)는 갖춰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미리 준비하는 것'이지, 플랜 A의 본질적 노력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똑똑한 AI는 한 줄 가이드까지 줬다. 심금을 울리는 문장이다.
플랜 B는 큰 그림만, 플랜 A엔 전력투구!
"만약을 위한 안전망은 전략적으로, 성공을 향한 몰입은 전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