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 AI

백수일기 34

by 미지

면접을 보는 동안 대부분의 회사에서 AI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도, 일할 때도 AI를 꽤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면접관들이 AI를 무적의 무언가로 여길 때마다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현재 직무가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언젠가는 관리와 검수만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이제 AI 있으니까 두 명이 할 일을 한 명이 할 수 있잖아요"라고 말하던 면접관도 있었다. 조금 더 지나면 열 명이 할 일을 한 명이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커뮤니케이션이나 관리 능력 없이 기존 업무만 잘하는 사람은 필요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걸 2025년 구직 시장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어쨌든 확실한 점은 AI 혁신은 시대의 흐름이고, 일개 노동자인 나는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대다수의 프로그래머는 AI 프로그래머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래머는 예시에 불과하다.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한다. AI로 글을 쓰는 사람은 도처에 널렸고, 그들은 AI 때문에 멍청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제 AI 없이는 글을 쓰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AI가 아주 빠른 속도로 똑똑해지는 동안 다수의 인간은 점점 멍청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 직장에서 AI를 쓰며 일할 때 생산성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걸 경험했다. 무능력한 사람 한 명보다 AI가 나을 때가 많다는 것도. 그때 이미 직업의 위기를 느꼈다. 그래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AI 활용법을 고민하며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에 나의 쓸모와 보람이 남아있을까. 검수나 관리만 할 거라면 이 일을 선택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우선은 직장을 구해서 돈을 버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면접장에서 받은 수많은 AI에 대한 질문을 생각해 보면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멈출 수 없을 듯하다. 샘 알트만이 몇 달 전 AGI에 대해 쓴 '세 가지 관찰'이라는 글에는 '2035년이 되면 누구나 2025년의 모든 인류가 가진 지적 역량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무한한 천재성을 통해 상상하는 일을 무엇이든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2035년의 사람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평가할까. 과연 상상하는 일을 무엇이든 해내게 하는 혁신으로 여기게 될까. 백수가 되고 나니 이런 거대한 흐름이 더 큰 공포로 느껴진다.


다음 면접에서는 또 무슨 말을 듣게 될까. 백수 생활이 끝나면 그동안 내 귀로 들은 면접관들의 명언과 망언을 정리한 글을 써야지. 그중 한 파트는 AI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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