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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와 Oct 11. 2020

한달살기가 뭐예요? 왜 하는 거죠?

한달살기가 뭐예요왜 하는 거죠?


최근 한국사회에서 기존 여행패턴에서 벗어나 한곳을 좀 더 여유있게 생활해보고 여행하는 한달살기가 유행이다. 

예전 낯설고 어색했던 “한달살기”라는 단어를 이제는 SNS나 언론기사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된지도 꽤나 된 것 같다. 

특히 해마다 한국사회 트렌드를 조명하고 전망하는 트렌드코리아 시리즈 트렌드코리아 2020년판에서 올해(2019) 10대 트렌드 선도상품(예전 올해의 10대 히트상품)으로 한달살기가 선정된 걸 보면 확실히 한달살기 열풍은 맞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내 주위에서도 제법 한달살기를 준비하고 내게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달살기를 단지 장기여행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한달살기와 한달여행은 완전히 다른 의미이다. 

일상과 여행이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난 한달살기를 특별한 일상이라고 표현한다. 

일상이지만 조금은 특별한 요소가 있는 무엇보다 집이 아닌 타지에서 겪는 일상이기에.

집 떠나 타지에서 보내는 환경상 완전한 일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여행이라 하면 한달살기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어 내 경우는 항상 “살기“를 강조한다. 

우리가 일상을 사는 중간에 여행도 할 수 있듯이 한곳에서 한달이란 시간동안 정착(?)해서 완벽할 순 없지만 말 그대로 현지인의 생활모습대로 한번 살아보는 것이다. 

다른 책이나 경험자들 한달살기를 보면 대개 아이들을 위한 이런 저런 캠프나 체험 일정으로 바쁘고 분주하게 지내고 온 것을 볼 수 있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나름 비싼 돈 주고 항공권 끊고 멀쩡한 집 놔두고 월세 내가며 집 떠나 먼 곳까지 왔는데 이것저것 본전 생각이 왜 안 나겠는가 생각하면 맘은 분주해지고 욕심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체험해보고 싶고 조금 무리해서 더 먼 지역까지 여행도 다녀오고. 빼곡한 일정표들을 보면 이게 한달살기인지 배낭여행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일상이 늘 그럴까? 

어찌보면 무언가 적기 민망할 정도로 그런 일과가 사실 한달살기의 반이다. 

장보고 먹고 자기 일과를 챙긴다던지 가령 아이들은 책도 읽고 수학도 풀고 그림도 그리고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할 것들을 하고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그렇듯이 그중 때론 특별한 가족 이벤트나 특별행사도 있지만.

물론 반은 특별한 일상이기에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들이 버무려있겠지만 너무 특별한 것을 기대하고 보내면 여유로운 한달살기가 아닌 아이 둘 데리고 온 빡센 배낭여행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한달살기가 한달여행으로 변질되는 경우 대개는 아이들을 위해 한달살기를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개는 뭔가를 얻겠다는 교육적 욕구, 가성비로서 즉 한달살기 결과물에 대한 보상심리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욕심과 기대가 크다보니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실망만 남기고 내가 왜 왔다 싶어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 해외한달살기 도전지 호주 시드니로 한달살기 다녀와서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호주를 한 달씩이나 가는데 산호초로 유명한 그레이트베리어리프 가봤어요? 뭐로 유명한 테즈매니아섬 가봤어요? 브리즈번은 당연히 가봤지요? ” 

그 당시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지명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그 먼 호주 서부의 퍼스도 갔다 온 줄 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호주(오스트레일리아 대륙)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큰데 시드니(호주 동남부)에서 호주서부 가는 것이 그냥 서울 부산정도 거리로 생각하는 분도 많다. 

사실 실제 겪지 않으면 우리가 본 세계지도나 지리책에서 오는 느낌으로는 감이 오지 않기 때문에 그게 당연한 사고이기도 하다. 아마 나도 호주 한달살기를 하지 않았다면 평생 지도에서나 언뜻 보고 무심하게 지나칠지도 몰랐을 체험적 정보이고 지식이다. 

단순히 호주에 패키지여행이나 단기여행으로 와도 마찬가지다. 와도 그런 감을 얻기는 힘들다. 

그저 유명하다는 몇 곳을 유격훈련 하듯 가이드를 따라다니거나 SNS 인증샷이라고 사진만 찍으며 돌아다니고 맛집이라 불리우는 곳에 몇 군데 들리는 여행으로는 애초 그런 감을 얻기는 불가능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거리감각이나 지리에 대한 지식이 향상된 것도 한달살기 중 소소하게 얻은 것 중 하나라면 하나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한달은 아직도 꽤나 긴 시간으로 인지되고 있다. 생활해보면 알겠지만 한달은 사실 금방 쑥 지나간다. 특히나 타지 해외에서의 한달은 바람처럼 더 훅 지나간다. 



내가 생각하는 한달살기는 특별한 일상이다. 여행과 일상의 중간이라고나 할까?

내 슬로건 중 가장 맘에 드는 하나인 일상은 여행처럼 여행은 일상처럼의 실천모드이다.

특별함과 일상이 공존하는 형태, 여기에 한달살기 매력이 있다. 

일상이지만 특별하고 특별하지만 일상 그리고 여행과 일상으로 순간순간 모드변화가 자유롭다.

일상인데 특별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그 반대로 특별한 곳에서 현지인처럼 일상을 누릴 수 있고 어쨌든 일상이기에 겪을 수 있는 한달살기 에피소드들이 주는 소소한 행복들이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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