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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Jul 28. 2023

가끔은 케이크 속에 숨고 싶어요

나만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에피파니 케이크


프랑스식 보물찾기 케이크


인형에 약혼반지를 넣어놓는 건, 너무 뻔한 클리셰죠?

반대로 빵안에 인형이 들어있는 케이크. 들어는 보셨나요?
프랑스에서 자주 먹는 에피파니 케이크는 크리스마스에 주로 먹는 가장 대표적인 빵이에요. 보통은 달콤한 과일이나 오독오독한 견과류를 같이 넣어 속을 채운답니다.

앞서 말했듯이, 가장 독특한 점은 안에 작은인형을 숨겨놓는다는 건데요, 가족끼리 모여서 나누어 먹으면서 인형을 찾고 누가 가장 먼저 발견하는지 겨루면서 재밌게 먹는 한 전통이자 역사깊은 행위라네요.

크리스마스가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의미하는데, 이때 찾아온 세 명의 동방박사를 표현하고자 이런 풍습이 만들어 졌다고 하네요.

속에 덮어놓고 자르기 전까지는 어디에 있는지, 어떤 인형인지 모르는 것이 참 오묘하면서도 재밌네요!

설마 케이크를 굽는 과정에서 인형이 녹진 않겠죠?
플라스틱이 녹아든 케이크는 좋은 의미라지만, 먹고싶진 않을테니까요!






내 생각에는, 충청북도 청주에는 무언가 오묘한 기류가 흐른다.


처음 도착해서 받는 청주의 인상은 탁 트인 허허벌판에 오밀조밀 있을 것 다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서도, 오묘하게 가고싶은 멀찍이 떨어져있다.

시가지에서 벗어나 골목길로 들어가면 더 빼곡하면서도 스산하게 사람들이 미어터지곤 하는데, 기이한 인상을 준다. 골목이 더 붐비는 허허벌판이라니!


더 이상한 것은 청주 출신 친구는 하나같이 같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마음 속에 큼지막한 것을 감추는 비밀이 하나씩은 있다는 것이다.

마치 청주의 골목처럼, 평범해보이는 친구지만 샛길로 빠지면 그 내면속의 빼곡함에 놀라게 된다.


오늘의 이야기는 청주에서 오순도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동갑내기 부부의 이야기다.




출산율이 저조하다는 것이 무색하리만큼, 최근들어 청첩장이 물밀듯이 날라오고 있다.

벌써 내 같은 대학동기만 세 명 째이다.


부산에 한 쌍, 여수에 한 쌍, 그리고 청주에 한 쌍이 있다.


각자 참 사연이 깊고 친하게 지낸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청주커플은 참으로 각별하다.

결혼식을 내가 못가게 되어서 내심 미안했던 마음도 있었거니와 무엇보다도 가장 친구 중에서 딱하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


묵묵하고 과묵하니 아무 말없이 제 할일 하는 인상인데, 운동을 그렇게도 좋아한다.

친구의 웃는 모습을 본 기억이 손에 꼽는다. 힘든일 하나에도 내색하나 안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위로나 커피를 사다주며 과제를 하곤 했는데, 그걸 일일이 기억을 하는 듯이 그것 이상의 가격대의 물건으로 되갚아주곤 했다. 한번은 심심풀이로 심리검사를 해주었는데, 케이크를 사오지 않던가! 극구 사양했지만, 사온 음식을 되돌려 보낼수도 없고 참 감사하게 받아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과묵하던 친구도 결혼을 했는데, 그 전에 나에게 처음으로 부탁을 했었다.

바로 자신이 받았던 심리검사를 여자친구한테도 해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내심 반갑기도 하면서도 무슨문제길래 얘가 부탁을 하나 싶어 긴장된 마음으로 심리검사를 철저하게 준비했었다. 그리고 약속도 했다.

심리검사를 해 주는 조건으로 케이크같이 비싼 답례는 절대 해주지 말기로.

솔직히 무슨 염치로 먹겠는가!

 



심리검사를 진행하면서 '어째서 이 친구가 지금 나를 찾아와 심리검사를 해 달라고 하는지'를 단박에 이해했다.


그 친구는 꼬장꼬장한 가부장적 집안에서 자라나 어머니께서 여리고 답답해서 속앓이만 하고 사셨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친구도 똑같이 속을 끙끙앓는 내향적인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친구는 묵묵하게 있으니 여자친구는 혼자 앓고, 힘들어하니 친구는 왜그런지 몰라 궁금하고, 서로 속 터지는 상황에 서로가 답답한 지경이 온 것 아닌가!


운명이 있다면 참으로 기막힌 운명이다.

톱니바퀴처럼 부모님처럼 어찌 맞물리는 제 짝을 찾아가는고?


내가 이해한 바를 정리하고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남자로서 끙끙앓느니 무언가 해결하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눈 앞의 상황이 무엇인지 보여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고, 애인분은 여자로서 이해받아 공감받는 제 짝을 가지며 같이 나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했더니, 글쎄 친구의 첫 마디가 "어머나!"한 마디를 내뱉더라!


듣자마자 빵 터져서 웃음이 나왔다.

너도 놀랄 줄 아는 인간이구나?


이후 서로가 잘 이야기 하며 마무리되자 고맙다고 연신 이야기하더라.

그리고 무슨 점집온 것 같다며 그러던데, 글쎄다. 너희 둘이 빼고 세상사람 전부다 보면 알겠다 싶더라.

밥을 사주겠다 했는데 연신 말렸다. 그러면 배웅이라도 해주겠다면서 차를 태워주더라.


마지막에 청주 터미널에서 정차해 내려주는데, 자신이 청주에서 제일가는 부자커플이 되겠노라고 뜬금없는 선언을 하더라. 그것도 아주 비장하게!


나는 웃으며 그 때를 기쁜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말했다.


To. 청주의 제일 잘 나가는 예비 부자 커플에게

거꾸로 말하거나 속일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지만
말을 안하고 침묵하는 것도 거짓말이야.
싸워도 괜찮으니까 부드럽게 싸우면서 서로 좀 소통좀 하렴.
너희처럼 빨리 결혼하는 사람은 처음본다.
그만큼 빨리 부자되서 나 땅 하나만 떼어주렴.

from. 천안의 제일 잘 나가고 싶은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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