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하늘을 헤집고 다니는 자유로운 황금 붕어빵
붕어빵의 시초
붕어빵이 제사상을 위한 음식인거, 다들 알고 계셨나요?
명확한 역사적 기록은 없지만, 고려시대즈음에 생선모양을 흉내낸 빵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어요. 특히 그런 빵을 제사상에 올렸다고 하네요.
학자마다 가설을 다르게 세우곤 하지만, 가장 재밌는 것은 생선이 잡히지 않아 제사상에 올릴 물고기가 없을 때 대신 생선모양으로 구운 빵이라는 설이에요.
속을 단팥으로 채운 이유는 빨간 팥이 영험한 조상님을 부르는 기운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네요!
요즘 팥 뿐만 아니라 슈크림, 말차, 고구마, 피자 다양한 속을 채운 붕어빵이 보이곤 하는데, 전부 조상님 덕이라니 고마울 따름이네요.
만약 차례상에 생선 대신 붕어빵을 올린다면, 조상님이 이해해 주시려나요?
세상에서 가장 마음씨가 예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각자 마음속에 한명씩 누군가 떠올리곤 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정말 사랑받고 자라났구나 느껴지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내 말투를 180도 바꾸어 놓아버렸다.
나랑 습관 하나하나까지 전부 다른 사람이었다.
심지어 붕어빵을 나는 꼬리부터 먹는다 (꼬리가 바삭하니까!)
하지만 이 친구는 달랐다.
어떻게 먹었냐고?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림 공부를 하는 고등학생 친구가 직업을 무엇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다며 나를 찾아왔다.
깡마르고 왜소한 체구가 생각이상으로 또래아이들보다 작았는데, 기억으로는 160cm정도 되는 키로 기억한다. 나도 작은 키라 생각했건만, 나보다 더 작은 사람을 보면 내심 동지애를 느낀다.
이 친구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인생을 어떤 한 직업으로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직업상담과 진로상담은 결이 비슷하지만 근본이 다르다.
직업상담은 취직을 하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고
진로상담은 취직과정에서 호소하는 문제를 심리적으로 찾아주거나 지지해야한다.
맨 처음에는 고등학생이기도 하거니와, 해당 아이가 미술 및 예체능 관련 자격증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었기에 직업상담을 짧게 진행하면 충분히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의 정보와 고민을 분석하고 NCS(https://www.ncs.go.kr/index.do)에서 제공하는 분야에서 어떤 과정을 원할지 정보를 긁어모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건 제가 원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며 살짝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는 듯 말하곤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 짚었는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상담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는 아닐까 싶어 처음부터 다시 찾아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리고 그것을 구태여 들출 필요는 없다.
어릴적 중학생때 학교 과제로 읽었던 헤르도토스의 '역사'에서 나온 책의 내용이 생각난다.
캄비세스가 멤피스 성을 함락했다.
아이깁토스의 치하 아래 보호받던 왕 프삼메니토스를 붙잡았다.
모든 신하와 국민부터 자신의 가족까지 잡혀갔다.
캄비세스는 아이깁토스를 능욕하기 위해 측근을 눈 앞에서 처형하기로 하였다.
볼모가 된 프삼메니토스는 포박되어 눈앞에서 자신의 아들이 참수를 당하는 것을 강제로 보아야 했다.
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걸로 모자라다고 생각되었는지 캄비세스는 더 많은 사람을 죽여라고 명령했다.
이내 자신과 어울렸던 친구를 줄줄이 처형하기 시작했다.
그 때, 왕은 펑펑 울면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걸 이상하게 여긴 캄비세스는 왕에게 가족보다 친구의 죽음이 그리 슬프더냐고 물었다.
"캄비세스여, 내 집안의 불행은 울기엔 너무 큰 불행입니다."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면, 현실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슬플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죽음에는 울어도 괜찮을 만큼의 슬픔이기에, 크게 울었던 것이다.
인생의 쓰라린 기억 하나정도는 다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그것을 들춰내고 무의식 속에서 꺼내야 할까?
글쎄, 프삼메니토스는 그러지 않는다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과거에 대해 알아보고자 어릴 때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그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바리스타도 좋고, 땜장이도 좋고, 동물을 돌보는 사람도 좋단다.
그 모습이 꼭, 뭐든 다 호기심이 있다는 느낌보다는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착한아이 증후군처럼 무엇이든지 잘하고 다 해보이겠다는 포부에 나는 되물었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렇게 노력하는거니?
이내 말을 흐리더니 비밀이라며 말하고 싶지 않다며 강력하게 주장했다.
나는 이게 무언가 문제의 실마리가 될 단서라 생각하고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믿었다.(그때에는 그게 정답이라 생각했다)
나는 비밀이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그게 진로를 찾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내 압박에 머뭇거리는 친구를 보고 나 또한 비밀이 있다고 말했다.
내가 평소에 말하지 않은 비밀을 그 친구에게 진솔하게 털어놓았다.(일종의 물물교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다시 비밀을 말해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고,
언제든지 말해줄 준비가 되면 말해달라고 그랬더니 이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말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때, 속으로 문제가 해결되겠구나 싶어 내심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전혀 잘못된 선택이 되었다.
비밀은 이러했다.
어릴 적 형제로 자라왔다.
형, 그리고 본인 두명이서 서로 친하기도 하지만 어릴때부터 너무 다투어서 어머니가 골치아파 했다고 한다.
인근 공사장 근처 놀이터에서 놀다가 해질녘이 되면 뛰놀면서 다투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오면 바지부터 신발까지 난리가 났었더랬다.
언제인지 잘은 모르지만 놀이터에서 놀던 형이 자신에게 오늘 너무 배고프다고 집에 가자고 그러더라.
그냥 장난이라 여겼기에, 장난을 계속 치고 놀았다.
집에가는 길에도 배고프다고 그러기에, 길가 붕어빵 노점에서 하나 사먹자는 말에 "싫어! 형 용돈 있잖아. 그걸로 사먹어."라고 그랬더랬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학교에 나갔는데, 수업중에 선생님이 자신을 부르시더란다.
어머님이 자신을 찾으신다고, 형이 교통사고로 위급하다며 얼른 가보더랜다.
그때부터는 기억이 흐리멍텅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종일 우셨던 것 같고, 아버지는 어딘가 자주 쏘다니시고, 병원에서 앉아있다가, 장례식장에서 발인하고.
영정사진이랑 눈이 마주치니 그 때 별 생각이 다 들더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그때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먹고 싶은 것 아끼지 말고 사줄걸.
형이 죽은 것이 다 자기잘못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단다.
이내 본인도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서 이후 일은 모른다고 했다.
나는 생각 이상으로 큰 문제를 듣게 되어 놀랐다.
이렇게 밝아보이고 명랑해보이는 학생에게 큰 사건이 있다는 것에 한번 놀랐다.
또 이런 사건에 대해 트라우마 반응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두번 놀랐다.
마음을 정리하고, 그 때 일은 너의 탓이 아니라고 하였다.
어린 네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다독였다.
이내 그 말을 듣더니 "알고있어요"라며 당연하다는 듯 끄덕였다.
그리고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꼭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지만 이 비밀을 물어본건 나였기에, 겪은 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어떻게 그런 힘든 일을 겪고 마음을 잘 다잡고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더라.
"이제 돈을 벌려구요. 제 행복도 찾고요. 그래서 여기 왔잖아요?"
살면서 나보다 어린 친구에게 가르침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난생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To. 붕어빵을 속부터 먹는 너에게
지금은 네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상담을 받으러 왔지만 되려 내가 너에게 상담을 받은 기분이었단다.
너무 지난 일을 되새김질 하지 말자꾸나.
또 미래의 일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꾸나.
생각한대로 전부 만들어지는 인생은 너무 재미없지 않겠니?
from. 붕어빵을 꼬리부터 먹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