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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Jul 31. 2023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눅진한 사워헤비크림으로 속을 채운 생과일 치즈케이크


저는 그런말 한적 없어요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라고 말했던 말이 낭설인 것, 아시고 계셨나요?

루이 16세와 결혼하면서 그녀가 엄청난 사치를 부린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을 비꼬는 태도를 가지며 이런 언행을 하였는지는 역사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았어요.

이렇게 유명해진 이유에는 일본의 타쿠베 미즈오(たくべ みずお)의 '검사 누코리[検事露口(けんじろぐち)]'에서 나온 인용구 때문이에요.
해당 책에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パンがなければケーキを食べればいい)"라는 말로 쓰였는데,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자면 "꿩 대신 닭, 닭 대신 꿩"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구태여 같은 상황이라면, 더 맛있는 것을 택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 아니냐는 어투로 쓰이곤 합니다.

타쿠베 미즈오는 1984년도 당시 흉흉했던 일본의 분위기와 범죄현장에서 일어나는 재판과정을 매우 급진적이면서도 긴박하게 표현하는 플롯을 사용하는 작가였어요.

그 당시에 범죄자의 증거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범죄를 명백히 구태여 밝히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연루된 이를 법정에 내세움으로 최선이 아닌 차악을 면하는 장면이 저에겐 인상 깊었어요.

그런데, 다짜고짜 빵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 하면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요?
요즘 케이크 값이 얼마나 비싼데요!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고맙게 바꿔 먹을 것 같네요!
가능하다면 싱싱한 과일이 잔뜩 올라간 생과일 케이크로 부탁드려요.
참! 생크림은 조금 빼주시고요,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사람들이 여럿 모이게 된다면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뒷담화는 것을 자주 듣는다.

그리고 가끔은 거기에 내가 동참하곤 하는데, 그 사람에 대한 소식이 이상하게 틀어지는 과정을 듣곤한다.


A라는 사람 바람둥이 같지 않아? (뒷담화)
A가 바람을 핀다고? (말을 잘못들음)
A가 바람피는 사람인 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그 말을 확신함)
A가 바람 피고 다닌대잖아.(소문 전파 시작)
A씨! 결혼한 사람인데 바람피고 다니는 거 아니야! (본인에게 훈계함)


이 과정을 눈 앞에서 날조되는 과정을 전부 보았는데 당사자는 어이없어 하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동참한 사람들 반응이 더욱 재밌었다. 

"아니였어? 아님말고!"라든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겠어? 평소에 잘하고 다녀~"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비유였고, 해당 이야기는 바람피는 이야기가 아닌 사소한 문제로 장난을 치는 듯이 마무리가 잘 되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당사자라면 어땠을까?


사람들을 비밀을 듣고 있노라면, 겉도는 소문부터 허례허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인삿말까지 지칠때가 있다.

누군가의 깊숙한 비밀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중독된 것처럼, 계속해서 내가 이야기를 듣고싶기도 하고 그 사람의 삶에 관여해서 내가 완전히 구원해 주는 듯이 행동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진실을 알게되면 너무나도 적나라해서 남에게 밝히기 창피한 경우가 있다.


오늘은 너무나 사랑해서 거짓말을 해버린 아찔한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러브 스토리는 서울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학급에서 잘생기고 운동도 잘해서 성별을 불문하고 또래들한테 인기가 많은 A 남학생이 있었다.

피부는 까무잡잡했는데, 항상 운동을 즐기고 학급에 왔는지 볼때마다 머리카락이 땀범벅이더라.

그리고 말하는 것도 싹수가 바르게 큰 소리로 "선생님 안녕하세요!"(이빨이 벌어져서 안녕하쪠요라고 들렸는데 그 부분이 참 귀여웠다)라고 말하곤 했다.


선남선녀라고 불러야 할까?

해당 반에 여학생 중 조용하지만 할말은 하는 B 여학생이 A를 좋아한다고 아이들이 나한테 일러바치곤 했다.


"선생님, 쟤(B학생이)가 A 좋아한대요~"


나는 해당 아이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부끄럽지 않게, "그래? 부럽구나"하며 넘겼는데 진짜로 좋아하는지 아무 말도 없이 지긋이 다가가서 선물을 주고 도망친다던지, 아니면 근처에 앉아서 같이 수업을 듣곤 했다. (정작 옆 자리에는 도저히 앉을 용기가 안났나보다)


이렇게 A와 B가 잘 어울리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이를 괘씸하게 여긴 C 여학생이 있었다. 이 친구는 아직도 기억나는게 머리가 살짝 산발에, 피부가 벌레물린 자국이 이상하리만큼 많이 눈에 띄었고, 옷이나 가방이 살짝 헤져서 부모님이 학교생활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는 아이라 생각하며 눈여겨 보는 아이었다.


C 여학생은 이상하리만큼 남자아이들이 있으면 조용했지만, 쉬는 시간만 되면 달랐다.

특히나 여자아이들만 모여있자면 마치 자신이 대장이 된 듯마냥,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하면서 책을 휘두르거나 다른아이를 꼬집곤 했다. 그 정도가 심각한 품행장애는 아니었지만, 수업을 거슬리게 할 정도였어서 평소에 담임 선생님이 "앉아있는 법이 없는 문제아"라고 말하면서, 해당 아동의 수업에 대해 언급하곤 했다.


이런 C여학생은 A남학생을 짝사랑하고 있었나보다.

수업중에 눈짓이라던지, 다른 여학생을 괴롭히는 양상이 마치 암묵적으로 A남학생을 자신의 것인 것처럼 구는 행동을 보였지만 정작 좋아하거나 호감을 직접 표현하진 못하는 것 같았다.


이런 오묘한 삼각관계는 불현듯 불 붙은 다이너마이트처럼 돌변해 모두를 곤경으로 빠트렸다!




"A 학생 어딨어! 이 미친새끼! 선생들 다 죽여버릴거야!"

갑자기 교무실에서 욕설이 장황하게 울려퍼졌다.

C 여학생의 어머님이 학교에 찾아와 욕이란 욕을 퍼부으며 A를 찾았다는 것이다.

주변 선생님들은 놀라서 무슨일이냐 물으니, "A학생이 C학생의 성기를 만졌다"고 주장을 하며 죽이네 마네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이 일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심각한 일이었기에, 수업이 마치는대로 선생님이 모여서 A학생 부모님을 부르고 담임선생님부터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까지 이야기가 흘러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였다.


A 남학생에게 B 여학생이 학교가 끝나고 종례 시간에 잠깐 청소함 근처에 남아라고 했었다.
B는 A에게 "나랑 사귈래?"라며 고백을 한 것이다.
학급에서 친구들이 서로 사귀네 어쩌네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이때 여학생 중 한명이 "C는 어떡한대! 완전 바보됬네"라며 말했단다.
이 말을 들은 C는 "아니거든! 변태새끼아냐!"라며 이외 욕설을 하며 나갔다고.
여기서 끝났다면 다행이겠다. 그러나 C가 집에 가서 성적으로 친구들이 자신을 놀렸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해 C의 어머니가 무슨 일로 그러했느냐 물어보니, "A가 자신을 좋아한다며 성기를 보여줬다"라며 거짓말을 지어낸 것이다.
이걸 들은 C의 어머님은 기가차서 그 즉시 학교에 달려간 것이다.

                    

심리학과 학생이라면 "Anna O의 증례"나 "법정에서의 아동의 언어진술의 판례"에 대해 공부했을 것이다. 위와 같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환상이나 판타지를 만들어 언급하는 것은 아이들의 흔한 특징이지만 어른이 알면 깜짝놀랄만한 일인건 분명하다.


내가 맡게 된 것은 A와 C 아동, 그리고 각자의 부모님의 3자대면을 중재하며 상담하는 역할이었다.




보통 아이가 만들어낸 거짓말을 파훼해야 할 때는, 진짜인지 아닌지 강압적으로 분석할 필요는 없다.

핵심적인 것은 그냥 아이의 말을 타고 올라가며 그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여기가 법정은 아니지 않은가?


나 : 00아, 지금 기분이 어때?
C : ... (침묵한다)
나 : 00이가 많이 긴장 될 것 같아. 여기 선생님부터 부모님까지 많이 오셨잖아. 그치?
C : ...네 (마지못해 작은목소리로)
나 : 00이가 솔직하게 말해줘야 해. 지금 A가 00이 성기를 만졌다고 했었어. 기억나니?
C : 기억이 안나요.
나 : 그러면 부모님한테 뭐라고 말했었니?
C : 00이가 저한테 고추를 보여줬다고 말했어요. 


이때 살짝 짜증이 푹 올라왔다.

C 부모님은 옆에서 말을 중간중간 화를내며 말을 끊고 소리를 지르셨고, C아동의 말이 전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진짜 나쁜 말이지만 그때는 쌍으로 모자지간이 똑같다고 욕을 하고 싶었다.


나 : 그래? 선생님이 듣기로는 00이 성기를 A가 만졌다고 들었는데, 어떤 게 사실이니?
C : (담임선생님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선생님이 A 고추 만지라고 시켰어요!


이 어린 친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의 마음은 이해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학생이 눈앞에서 고백받는 장면을 보면서 놀림받고, 그걸로 인해 거짓말을 하면서 위안을 하고. 그렇지만 이렇게 뻔한 거짓말을 어른들 앞에서 하는 행위를 보고 있노라니 참 딱하면서도 사람의 본질이 뭘까 싶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C 어머님의 태도, 아이가 말이 순식간에 이랬다 저랬다 바뀌자 C 여학생한테 "네가 그런 말은 안했잖아! 똑바로 말 안해?"라며 당황한듯 소리를 치며 짜증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와중에 A 남학생의 아버님이 오셨는데, "어머님, 진정하시죠. 아이가 듣습니다."라며 중재를 하며 오히려 내가 해야할 역할을 도맡아 이끌어 가기 시작한 것이다!

A 아버님께서는 점잖게 부모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공감을 표했고, 이 문제를 일단 어떻게 해결할지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앞으로 문제없게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벙쪘다.

콩 심은데에서 콩 나고 팥 심은데에서 팥 난다더니, A가 인기많은 이유가 있구나?

이후, A 아버님께서 아이를 혼내시더라도 남들이 보는 앞에서 혼내시면 아이가 그것을 속상해 할것이라며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사건에 대해 A와 C, 그리고 B 부모님들이 모여서 원만하게 합의하자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 사건은 너무나도 다행히 부드럽게 넘어가고 다정한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관심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여기서 내가 깨달은 점은 딱 하나다.


거짓말은 어른이 되어서도 한다.

물론 나도 수 없이 많은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 많은 거짓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이 생겨난다면, 조심하자.


거짓말쟁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To.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이 남던 A에게

A야, 당시에 내가 너를 편애하며 상담하는 감이 없잖아 있었단다.
그걸 눈치채고 부모님한테 잘 중재하려는 마음을 보여줘서 진짜 감동이었단다.
C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때에는 정말 짜증이 나서 C 부모님한테 화가 났단다.
내가 그 사이에 껴서 바보처럼 있는 것만 같았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아버님께서 잘 도와주신 덕분에
내가 무능력하게 있지 않도록 도움을 주신점에 감사하단다.

지금와서 새삼 느끼지만, 아버님께서 엄청 다정한 분 같더라.
그 마음을 잘 본받아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사람이 되렴.

근데 지금도 B랑 사귀고 지내니?

from. 당시 완전 벙쪄서 울그락불그락 아무것도 못한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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