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몇 년 전 근무했던 직장보육재단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떠 있었던 문장이었다.
제법 멋진 문장이라고 느꼈지만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올해 5월 24일 나에게도 첫 조카가 생겼다.
몸이 아담한 새언니가 보기만 해도 무겁게 불룩 나온 배를 감싸고 다니던 모습을 본 지 어언 10개월, 어린이집에서 전쟁 같은 오전일과를 마치고 조금 한숨을 돌린 낮잠 시간에 드디어 조카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 겨울 새언니, 엄마와 함께 곧 세상에 태어날 우리 조카의 이름을 주제로 이야기를 잠시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주안’이라는 이름을 추천했었다. 새언니와 엄마는 ‘주안이’라는 이름을 맘에 들어했고, 나는 얼떨결에 조카의 이름을 지어준 고모가 되었다는 사실에 내심 자랑스러웠다.
응애 응애하는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주안이가 태어나던 날 우리 가족은 퇴근 후 새언니와 주안이를 만나러 병원으로 갔다. 우리는 유리창 너머로 비몽사몽 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안이에게 인사를 건네려 무척 노력했고 그다음 날도 주안이를 만나러 병원으로 갔지만 아쉽게도 주안이는 피곤했는지 내내 곤히 잠을 자는 모습이었더랬다.
이제껏 이렇게 어린 생명을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다. 물론 직업으로 인해 영아기, 유아기 아이들을 많이 경험해 보았지만 일터에서 만난 아이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성장이 진행된 어린이들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의 탄생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기다린 적은 처음이었다.
세상에 태어난 주안이는 처음에는 너무 조그마하고 몸에 힘이 없어서 품에 안으면 떨어질까, 눕히면 울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그저 주안이의 앞에 앉아서 눈을 마주치거나, 주안이가 좋아할 만한 피아노 음악을 틀어주며 주안이의 반응을 살필 뿐이었다. 미혼인 내가 조카를 함부로 다룰까 걱정이 되는지, 엄마와 아빠는 내가 주안이에게 다가갈 때마다 감시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주안이는 95일 차가 된 오늘날까지 무럭무럭 자랐다. 이제는 목과 다리에 힘도 생겨서 뒤집기도 하고 스스로 기어보려고 몸에 힘을 준다. 아직 의도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옹알옹알 옹알이도 제법 하려고 한다. 주로 “우에에에”“뿡에에에” 등 따라 하기도 어려운 발음인데, 이를 ‘쿠잉’이라고 한다고 한다. 명칭도 사랑스럽다 쿠잉이라니:)
주안이가 95일 차가 되기까지 우리 가족의 모든 관심은 주안이에게 향해있었다. 첫 손주가 생긴 우리 엄마와 아빠는 틈틈이 육아용 인스타그램 ‘쑥쑥 찰칵’ 어플을 보기도 하고 저녁에는 주안이가 저번주랑 이번주가 달라졌다느니, 주안이가 점점 고집이 생긴다느니 이야기 꽃을 피운다. 집에서 늘 방에만 틀어박혀있는 남의 딸 같은 나도 주말에는 거실에 나와 주안이랑 놀아주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첫 조카가 태어난 지금에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저 문장이 비로소 와닿는다. 아이들은 온 마을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과 사랑을 받으며 건강한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조카의 탄생’을 통해 느낀 지금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