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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담임선생님이 좋은 이유

느린 아이 엄마가 바라본 세상

by 레이첼쌤 Mar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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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작년 담임선생님이 워낙 좋았고 전반적으로 큰 불만 없이 잘 지냈기에 올해 걱정이 더 컸다. 아이의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이 될지, 최대한 티는 내지 않으려 했지만 신경이 자연 곤두서는건 막을수 없었다. 아이도 누구랑 같은 반이 될지 궁금한만큼 담임선생님이 누가될지도 엄청 궁금해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개학날까지 반공개를 전혀 하지 않기에 개학이 다가올수록 궁금증만 커갈뿐이었다.


워낙 예민하고 사회성이 느린 편에 학교 생활에 대한 불안감도 아직 있는 아이라서 개학전 며칠동안은 밤에 잠을 설칠정도로 극도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나대로 새학기를 맞이하며 새로운 업무와 동료, 새로운 사무실에서의 적응 등 걱정거리가 많았는데 아이의 불안감까지 겹쳐서 개학전 며칠동안은 몸둘바를 몰랐다. 쉬어도 쉬는게 아닌, 긴장감과 불안 사이에서 애써 개학에 대한 두려움은 외면한채로 지내보려 애썼다.


결국 개학날은 다가왔고 아이의 궁금증도 드디어 해소되었다. 반 친구들도 나름대로 괜찮게 배정받은것 같았다. 담임선생님에 대해서는 나이가 좀 있어보이시고, 친절하기보다 엄격한 편인것 같다고 했다. 말을 잘 못하고 언어발달이 느려서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제대로 들어본적이 없던 몇년전을 떠올리면 정말 아이에게 이 정도의 이야기를 전달받는것도 새삼 가슴 벅찬 일이긴 하다.


약간 엄격한 인상이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어느 정도로 엄하신걸까? 낮은 주의력으로 실수할 때가 잦은 아이인데 자꾸 혼날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며칠 지내보니 이내 마음이 달라졌다. 선생님은 경력이 있으신만큼 아이들을 다루는데 아주 능숙하신것 같았다. 게다가 더 마음에 드는건, 지나치게 떠들거나 장난끼 넘치는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해주신다는 사실이었다. 조금 아니라고 생각하는 엄마들도 있겠지만, 쉬는 시간에 다음 수업 준비가 안되어있고 떠들면서 책상이 어질러져있으면 태도 점수같은게 왕창 깎인다고 했다. 교실 내에서 소문난 까불이 아이들도 하루이틀 적응을 못하더니 이제 아주 수업준비도 잘하고 선생님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것 같았다.


아이는 일관된 기준과 체계를 두고 관리하시는 담임선생님에게서 안정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워낙 긴장도와 불안이 높은 아이라서 원칙을 지키려고 늘 노력하는 녀석인데, 은근히 규칙을 어기면서 시끌벅적 노는 아이들을 보면 직접 말은 못하면서 속으로 끙끙앓거나 선생님은 왜 규칙대로 지도하지 않는지 궁금해했었다. 선생님들은 나름의 기준과 성향에 따라 약간 자유롭게 풀어주시기도 한다. 보통 약간 친절하다고 느끼는 성향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게 놔두시는 편인것같다. 내 아이는 그걸 상당히 힘들어했다.


그런데 이렇게 규칙과 기준을 정확히 제시해주시고 반복적으로 지킬 수 있게 새학기 내내 매일 강조하고 훈화하면서 지도하시니, 사회성이 느리고 친구들과 자유로이 웃고 떠들며 장난치는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인 내 아이에게는 상당히 유리한 분위기가 된 것이다.


요새 아이는 하교하면 오늘은 선생님께서 지켜야할 약속과 규칙을 예시를 들어가며 이야기해주었고, 몇 명이 안지켰고 자기도 지키지 않았다가 점수가 깎였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본인 점수가 깎여도 별로 상처받는것 같지는 않았다. 제시된 원칙이 있고 실수로 어긴거니까 당연하다고 여기는듯했다.


학교 선생님이 무조건 친절하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좋은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이들에게는 때로 조금은 엄격한듯 해도 정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가진 선생님이 더 요구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 스스로도 교직생활에 참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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