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떨구는 새 에어컨

통 틀 때까지 돈 세기

by 서비휘

봄, 여름이 마스크와 함께 머물다가 한 치의 물러섬과 양보 없이

가을에게 주고 가 버렸다.

우리 사람들이 저질러서 모든 일이 일어났을 터인데, 야속한 마음이다.

카드와 휴대폰만 챙겨도 될 것이 마스크도 챙겨야 한다. 꼭.


얼굴 반 이상을 가리고 집을 나섰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집과 건물, 상가들인데, 눈이 뱅글뱅글 바쁘다.

그 자리에 있는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대로가 아니다.

상호가 또 바뀌고 있는 가게가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여러 인부들이 땀을 흘려가며 부수고 뜯어내어, 말갛게

목욕하고 나온 사람처럼 깔끔하게 단장하는 걸 봤었다.

그곳을 정하기까지 정말 많을 곳을 다녔을 테고,

정한 곳 또한 한두 번 오간 걸로 정하지 않았을 거다.

접을 수밖에 없는 말 못 할 사정으로 많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새로 음식점을 내고 3개월이 겨우 지났을 무렵, 장사로 한창 바쁠 저녁시간,

불 켜지 않는 날이 계속되었다. 불길한 예감이다.

제 값어치를 못하고 방치되던 어느 날,

새로운 인부들의 바쁜 손길을 보게 된 거다.


창업이나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가게들이 다른 업종으로 바뀔 때는

생명을 다하지 못한 자재들이 너무 아깝다.

창업자의 피눈물을 마주하는 듯 말로 다할 수 없는 아픔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자리했던 자재를 고르고 골라 자존심이란 바닥에 내려놓고

값 흥정 했을 텐데...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뜯길 때면 생살이 뜯겨나는 고통 이상이다.


흔히 인테리어와 함께 맛으로 먹기에 뜯어고침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금방 찌그러져 갈 거 같은 가게가 손님들로 북적이는 걸 볼 때면 꼭 그렇지만 않는 듯하다.

그 손맛이나 그 주인만의 특유의 철학이 뭘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겉모습만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삐까 번쩍 새로 인테리어 된 지 얼마 안 된 또 다른 곳을 뜯어내고 있다.

같은 업종이 아닐 때는 한두 가지 중 하나인 천장에서 빤히 내려다보며

눈물 떨구는 새 에어컨 정도만 남는 것이다.

탈바꿈되는 동안, 지난 주인의 한숨과 새 주인의 상기되고 희망 찬 땀이

같이 공존하는 그 공간에.

새 주인과 합이 잘 맞아 낡고 찌그러져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까지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싶다.


오늘도 같이 공부했던 동기가 개업한다는 승전보를 단톡 방을 통해 알려온다.

그 새로운 꿈의 깃발이 오래오래 휘날렸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이름 삼행시에 보낸다.

여러 조건을 비교 분석했을 테고, 철저한 준비과정이 있을 터인데,

어렵고 힘든 고비들 하나 둘 잘 넘겨 나날이 번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전문가로서의 면모 갖추기는 첫 번째 요건일 테다.

방문이나 전화 손님들 친절하게 맞이하고,

좋은 물건 내놓은 주인도 많이 알고 지내면 좋겠다.


고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종이쪽지에 내놓을 물건을 주고 가시는

어르신이 계시는데, 신축 원룸 한 채의 월세 수입만도 꽤 많은 수입이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그 어르신의 원룸은 한두 채가 아니다.

근검절약이 몸에 배신 분.

한 달 수입만도 적지 않을 텐데, 가진 자의 잘난 체나 거만함이 없으시다.


오직 원룸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수시로 뚝딱거리고 살피는 일을 도맡아 하시는 분.

그 정직함과 우직함이 원룸과 건물을 불려 나가는 비결이었나 싶다.


개업 선상에 들어선 동기 분.
일반 가게들과 다르지 않게 부동산업의 미래도 불투명하게 보인다.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국민청원이 진행 중으로 중개업에 종사하는 모두가 심란한 상태이기도 하다.


좌절하고 주저앉아 불평불만만 하기보다 그동안 잘 살아온 각자의 경험치에 더해져

여건에 맞게 잘 운영해 나갔으면 싶은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가게 창업이나 개업 준비를 위해

요리조리 살피고 알아보러 다니시는 분들

목 좋고, 원하는 가격 맞고 맘에 쏙 드는 곳 찾아 오래오래 운영해 나가시길!

매일 번 돈세고 계산하다 동트는 새벽이 오는 것도 모를 정도이길

모두 모두에게 파이팅을 외쳐본다.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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