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은 서툰 것인가
산길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몸의 균형을 잃고 잠시 기우뚱하듯
의식의 흐름대로 잘 살다가도 문득 지난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생각은 7개월 전의 지난 3월로 달려가 있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아니었고, 하나부터 열 가지가 낯서니 머쓱하고
어디라도 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처음 시작은 늘 서툰 것인가.
나는 선천적ㆍ후천적으로 기계와 친하질 않았다.
집에서 불 꺼진 형광등 갈아 끼우는 것부터 전기 과부하 걸려 두꺼비집 스위치 올리는 것까지 만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근처에 안가보고 못 가본 겁보로 살았던 거다.
어린 학교 시절, 물젖은 손으로 전기를 만지면 감전이 돼서 죽을 수 있다고
선생님께서 강조하며 말씀하셨을 그 말이 머리에 박혔기 때문일 거라 추측해 본다.
스마트한 사람이 써야 한다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랑은 안정적인 거리를 두며 꼭 필요한 것만.
때론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며 은행 가서 업무 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부동산 일의 시작점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돌덩이가 가슴 한 켠을 누르기 시작했다.
사무실 출근해서 누가 봐도 깔끔하고 깨끗하게 청소는 하겠는데,
사무실 안 사람들이 컴퓨터랑 껌딱지인 양 한 몸이 되어 들여다보는
네이버 부동산ㆍ네이버 지도ㆍ네이버 부동산 광고에 띄우기 위한 부동산써브를 실행하기 위해
마우스를 조작하는 일이 나에게는 첫 번째 큰 걸림돌인 거다.
부동산업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 지도부터 익숙지 않다 보니
OO역 주변에서 머물고 있어야 할 커서가 순식간에
경기도 하남 갔다가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를 넘나들더니
급기야 대한민국 지도 전체를 왔다리갔다리하고 있었다.
네이버 부동산이랑 친하게 지낼 걸.
얼마간 전화가 걸려오거나 불쑥 손님들이 찾아들 때면, 많이 놀랐었다.
손님이 들어섰을 때 알던 말도 잊을 정도로 벙어리가 되고,
구석탱이나 책상 밑에 꼭꼭 숨어 있고 싶었으니.
가지고 있는 물건의 종류와 위치 파악ㆍ없는 물건일 경우 인근의 부동산에서 찾아내는
능력의 결핍으로 인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테지.
처음 일주일 동안, 사무실 오가며 얻은 수확이라면
지금은 OO역 근처 원하는 위치에 커서가 머물고,
로드뷰 보는 것까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요즘같이 거래가 빈번하지 않을 때는 거래가 완성되지 않았는데,
광고 종료가 먼저 될 때가 많다.
같은 물건 재광고를 해야 되는데, 기존에 등록된 정보에 재등록의 절차만 거치면
되니까 이건 그나마 쉬웠다.
새 물건 나왔을 땐 손님께 얻은 정보와 건축물대장ㆍ등기사항 전부증명서를 바탕으로
광고에 올리면 되는데, 면적, 방향, 세부 확인사항 등 꼼꼼하게 챙겨할 부분도 많다.
구분상가나 다세대 등 각 면적이 건축물대장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되는데,
다가구나 구분되어 있지 않은 상가는 면적의 실측을 통하여 잘 체크해야 한다.
광고를 올릴 때는 제한된 글자 수에서 그 물건의 최대 강점을 살려 문구를 만들어야 하고,
동네마다 물건이 제각각이니 특징들을 미리 알아두면 좋을 테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장사가 잘되는 상가 같은 경우 정해진 말은 없지만,
짧고 임팩트 있게 휘리릭 지나칠 수 있는 광고들 중 시선을 잡아끄는 말이면 좋다는 거다.
(유동인구 많음. 성업 중)
흔히 말하는 좋은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좋다는 말은 손님이 내놓고 간
다양한 종류의 집이나 상가ㆍ오피스텔 등등 여러 물건 들 중 누가 봐도 탐낼만한 것을
말하는 거다. 그러려면 그 물건의 주인 되는 분을 많이 알고 지내야 한다.
그 주인분도 믿음과 신뢰ㆍ전문가 다움이 있어 보여야 그 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이다.
늘 몸의 감각을 깨워 배우고 좋은 정보에 눈과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언제든 필요로 하는 분께 들려주고 알려드리면 좋을 테니까.
부동산 사무실에 있는 큰 지도를 참고하면서 주변을 많이 돌아보고 또 돌아봄.
네이버나 다음 지도만 들고서도 어디든 척척 찾아갈 수 있는 지도 탐색,
제각각인 주변 물건의 시세 파악,
하루가 다르게 변화무쌍한 정부 정책 등
어떤 주제의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흐름 없이 이어지면 좋을 테고,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는 가장 자신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날 올 때까지!
잠겼던 생각에서 돌아와, 딸냄이 키우는 콩나물시루에 물을 준다.
부은 바가지의 물 양만큼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잘 커기나 할까 싶었던 녀석들이, 제법 콩나물의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그럼 나도!
강의나 책, Sns로 쏟아붓고 있는 것들이 바로바로 빠져나간다는
생각만 했었다. 콩나물 커나가는 걸 보니 알게 모르게 나도 성장 중이었음을.
'손님 한 분 한 분과의 만남이 그동안 성장의 물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