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나에게 없는 것
나에겐 운동 징크스가 있다. 운동도 못하면서 징크스씩이나 있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운동할 때 사용할 새 장비를 마련하면 다치거나 운동을 중단해야 할 일이 생겼다. 새장비징크스다.
요가에 자신감이 붙을 즈음 빨리 더 좋은 몸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의욕은 항상 장비욕과 함께 왔다. 예쁜 요가복을 몇 벌 사서 옷 입고 가는 재미로 운동을 가던 어느 날 허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를 의욕적으로 해내고 선생님에게 칭찬까지 받았다. 며칠 뒤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어느 날 아침, 일어날 수가 없었다. 구급차에 실려 가 허리디스크로 보름을 병원에 누워있었다.
탁구를 배웠다. 3개월쯤 하니 재미가 붙고 실력도 늘었다. 좋은 채를 사용하면 더 가볍고 좋다는 말에 개인 탁구채를 마련하고 열심히 훈련했다. 어느 날부터 오른쪽 어깨를 들어 올리려고 할 때마다 아팠다. 어깨 통증 때문에 운동을 더 할 수가 없게 됐다. 회전근개 염증이라고 했다.
킥복싱에 재미가 붙을 즈음 손목 붕대를 샀다. 붕대 감는 법을 배우고 붕대를 차고 복싱을 하는 기분이 좋았다. 얼마 안 있어 몇 년 전에 다친 어깨가 다시 아팠다. 어깨 부상으로 괴로웠던 일이 떠올라 킥복싱을 중단했고 이후 2년간 어깨통증으로 병원에 다녔다.
몸치지만 댄스에 대한 열정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동네에 실력 있는 방송댄스 선생님이 있다는 소식에 친구들과 함께 찾아갔다. 댄스학원에 갈 때 입으면 편하고 예쁠 것 같은 옷을 사고 얼마 안 있어 살던 원룸 전셋집에 사기 사건이 일어났다. 사기를 주도한 부동산 직원은 잡혔고 다행히 금전적인 손실 없이 그 집에 그대로 살게 되었다. 하지만 춤을 다시 추러 가게 되지는 않았다.
수영은 댄스 다음으로 정말 늘지 않는 운동 종목이었다. 강사님들의 놀림과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6개월을 버텼다. 심사숙고한 끝에 마음에 드는 새 수영복을 사고 얼마 안 있어 늘지 않는 실력에 권태감이 들었다. 새것을 사면 부상이든 권태든 여의찮은 상황이든 무언가가 찾아왔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며 운동을 중단했다.
이번 헬스만큼은 다치는 일 없이 꾸준히 해내고 싶어 조심을 기하며 운동을 했다. 평소 약한 허리나 무릎, 어깨 관절에 특히 신경을 썼다. 새 운동복을 사지도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1년 365일이라는 날들이 눈앞에서 손가락으로 세어질 듯 하루하루가 아까웠다.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지키기로 한 것은 3년 전의 그때처럼 운동과 체력이었다. 새로 만난 선생님과 첫날 수업을 했다. 새 선생님은 정성 들여 회원의 상태를 관찰하고 섬세하게 알려주는 분이었다. 첫 운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결연하게 30회를 등록하고 나왔다. 처음엔 일주일에 2회 운동을 하다가 선생님이 운동이 빨리 느니 일주일에 3회로 늘려서 해보자고 했고 금방 4회가 되었다. 4분할로 나누어 선생님과 같이하는 날 할 운동과 혼자서 하는 날 할 운동을 나누어 일러주셨다. 헬스장에 가서 결연함 씩이나 품은 것이 남사스러워 티 안 나게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나를 보고 되게 열심히 운동하시는데 힘들지 않으세요? 했다. 나의 결연함과 선생님의 성실한 가르침이 만나 운동이 순항했고 재미있었다. 금방 체력이 좋아질 것 같은 희망에 부풀었다. 설레발을 치면 꼭 넘어져야 하는 걸까. 이제 보니 내 징크스는 새장비징크스가 아닌 설레발징크스인가 보다. 생각지도 못했던 발가락에 문제가 생겼다. 앞 코가 뾰족한 흰색 단화를 한 켤레 샀는데 그 신발을 신고 건널목을 뛰어가다가 오른쪽 발가락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새로 헬스를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