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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택 Dec 27. 2020

두 강도의 다른 반응

산책의 시간 / 의사 누가와 함께하는 25


  1.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 1


  예수님은 골고다(해골)에서 로마 군인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그런데 그날 십자가형을 언도 받은 사람은 주님 외에 두 사람이 더 있었는데, 그들은 각각 주님의 좌우편 십자가에 못 박혔다. 누가는 그들을 ‘행악자’로 표현하고 있다(눅 23:39). 마태와 마가는 그들을 ‘강도들’이라고 기록함으로써, 그들의 죄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마 17:44;막 15:27).


  그런데 두 사람은 똑같은 죄를 범하였지만, 예수님을 향해서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먼저 ‘강도 1’은 예수님을 비방하였다.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눅 23:39). 여기에서 ‘비방하다’는 말은 헬라어로 ‘신성 모독적인 발언을 하다’라는 뜻이다. 이것이 능동태 미완료형으로 사용된 것을 볼 때, 그가 주님을 향하여 한 번만 비방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렇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예수님을 이렇게 비방하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주님이 ‘신성 모독죄’라는 죄목으로 십자가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제사장을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던 공회는, 심문 과정에서 그분을 신성 모독죄로 몰아세웠다. 그들은 그 죄에 근거하여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데리고 가서 고발하였다. “우리가 이 사람을 보매 우리 백성을 미혹하고 가이사에게 세금 바치는 것을 금하며 자칭 왕 그리스도라 하더이다”(눅 29:2). 이 말은 이런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자칭 왕 곧 그리스도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그는 거짓말로 백성을 미혹하여 민심을 어지럽히고,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도 금지한 반역자입니다. 그러니 빨리 그를 사형시키세요.”




  예수님이 그들의 집요한 억지로 인해 십자가형에 처하였을 때, 그곳에 있던 수많은 사람이 그분을 비방하였다. 백성들은 서서 그 장면을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었다(35a절). 지나가던 백성들은 자기 머리를 흔들면서 그분을 모욕하였다.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여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마 27:40). 관리들, 즉 제사장과 서기관들, 장로들도 비웃으면서 이렇게 조롱하였다. “저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만일 하나님이 택하신 자 그리스도이면 자신도 구원할지어다”(눅 23:35b). 그분을 비방하는 대열에 십자가에서 못질하였던 군인들도 합류하였다. 그들은 그분께 가까이 가서 신 포도주를 주면서 “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면 네가 너를 구원하라”라고 희롱하였다(37절). 이들 모두가 예수님을 비방하고 조롱하였던 내용은, 그분의 신성을 모독하는 것들뿐이었다.




  강도는 이 모든 말을 들을 수 있었고, 그 말들에 근거하여 예수님을 바로 그런 분으로 인식하였다. 더구나 주님이 못 박히신 십자가 위에는 ‘유대인의 왕’이라 쓴 패가 있었다. 히브리어와 로마(라틴)어와 헬라어로 각각 써진 그 패는, 원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라고 요구하였지만, 빌라도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내가 쓸 것을 썼다”라면서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였다(35-38절). 강도는 그분의 죄목이 적힌 그 패를 보면서, 그분을 신성이나 모독하는 거짓말쟁이로 인식하였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잘못된 인식과 거기에서 비롯된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주님께 신성을 모독한 자라고 계속 비방하였던 것이다.




  그가 예수님을 비방하였던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의 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태도는 그를 꾸짖었던 다른 강도의 말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네가 동일한 정죄를 받고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느냐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이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40-41절).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태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혹시라도 하나님께 벌 받을 만한 죄를 짓지 않았는지 두려워하면서 자신을 살핀다. 만에 하나 죄를 짓거나 죄를 범한 사실을 깨닫게 되면, 하나님의 형벌이 두려워서 재빨리 회개한다. 하지만 그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상대방의 죄를 바라보면서 거기에 집중한다. 그 결과 상대방을 손가락질하면서 자기만족에 빠지는, 또 다른 형태의 죄를 추가로 범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절대로 자신의 죄를 회개하지 않고 또 할 수도 없다. 예수님을 향하여 비방으로 일관하였던 강도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2.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 2


  그렇지만 맞은편 강도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의 반응은 앞서 다른 강도를 꾸짖었던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가 꾸짖었던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 보자. “네가 동일한 정죄를 받고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느냐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이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40-41절).




  이것을 통하여 우리는 그가 다음과 같은 사람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그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행한 일로 십자가형에 처한 상황을 그에 상응하는 것으로 보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이런 사실은 그가 자신의 죄에 대하여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일차적으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회개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회개를 요구하시고, 그래서 그것을 멸시하시지도 않는다.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하지 아니하시리이다”(시 51:17). 더 나아가 하나님은 회개하는 자에게 구원에 이르게 하는 길을 열어 놓으신다. “낮은 자를 높이 드시고 애곡하는 자를 일으키사 구원에 이르게 하시느니라”(욥 5:11).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구원에 이르게 하는 회개를 이루는 것이요”(고후 7:10).




  둘째, 그는 예수님을 정확하게 인식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분을 행한 것에 옳지 않은 것이 없는 분이라고 말하였는데, ‘모든 행위, 즉 그분의 행동과 말씀이 모두 옳다’는 그의 말 속에는, 그분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시고 또 그분이 친히 하나님이 되신다는 사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들어 있다.




  셋째, 그는 자신을 주님께 의탁한 사람이었다.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42절). 따라서 그가 주님을 영접한 일은, 그분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신의 죄에 대한 회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자 주님은 분명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그에게 구원을 약속하셨다.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43절). 여기에서 ‘낙원’은 주님과 함께 영원히 거하는 곳이다(16:22-31;고후 12:1-4). 주님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오늘’ 그곳에서 그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3. 차이가 생긴 원인


  동일하신 주님을 보면서도 두 강도의 반응은 극단적인 차이를 보였다. 한 강도는 비방으로 일관하다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쳐 버렸고, 다른 강도는 그분을 영접함으로써 주님과 함께 바로 그날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엄청난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주님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한 사람은 예수님을 신성 모독죄를 범하신 분으로, 즉 한낱 거짓말만 하고 다니는 부랑자로, 다른 사람은 그분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와 같이 서로 다른 결과를 맞이하였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비방하였던 강도는 왜 그렇게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까? 주위 사람들의 말만 듣고 또 그들이 붙인 패만 보았기 때문이다. 성경은 사람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죄 아래에 있다고 우리가 이미 선언하였느니라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롬 3:9-12). 그래서 성경은 모든 사람을 죄인으로 규정하고 있다(3:23).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의 말과 글은 대부분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예수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죄가 없는 그분을 신성 모독죄로 몰아세웠던 이들이고, 또 그런 거짓말에 현혹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님을 심문하던 로마 총독 빌라도는 그분이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당시 갈릴리의 분봉 왕인 헤롯 안티파스도 심문 과정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헤롯으로부터 그분에 대한 재판권을 다시 인계받은 본디오 빌라도는 대제사장들이 그분을 시기해서 고발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막 15:10), 무려 세 번씩이나 그분의 무죄를 주장하기도 하였다(눅 23:13-22). 비록 억지 주장을 하는 그들의 위협 앞에 어쩔 수 없이 십자가형을 내렸지만, 여전히 그는 그분을 죄가 없는 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진실은 땅에 묻혀 버렸고, 거짓만이 주위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처형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예수님을 비방하였던 강도는 바로 이런 거짓에 귀를 기울였고, 그 결과 그 말만 믿고 주님을 그러한 분으로 인식해 버렸다.



  4. 반면교사


  예수님을 비방하였던 강도는 우리에게 반면교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눈과 귀를 사람들의 입과 글에 주목하지 말고 오직 성경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왜 우리는 성경에만 집중해야 할까? 오직 의로우신 주님의 말씀인 성경만이 참되고 온전하기 때문이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딤후 3:16-17).




  성경은, 특히 사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그곳에는 형장에 계시던 예수님이 신성을 모독하신 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시고 또 그분이 친히 하나님이 되신다는 진실에 대하여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진실은 예수님을 비방하였던 수많은 사람의 입에 있지 않았다. 그들의 대부분은 ‘음모’라고 하는 ‘조작된 진실’에 오염되어 있었고, 바로 그런 점에서 조작된 진실은 역으로 그분의 진실, 즉 그분의 신성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우리는 사복음서를 통하여 이 땅에 오신 예수님에 대한 진실을 접할 수 있다. 그분의 모든 말씀과 이적, 그리고 불쌍한 사람들을 향한 사랑의 손길은, 그분이 바로 진정한 그리스도(메시아)이시라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주님은, 특별히 다시 살아나심으로써 우리에게 하나님을 믿을 만한 증거까지 주셨다(행 17;31). 그래서 사도 요한은 자신이 요한복음을 기록한 목적에 대하여 이렇게 밝히고 있다.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 20:31).




  요한의 바람은 누가의 소망과 일치한다. 그래서 누가는 비방으로 일관하였던 강도가 아닌, 그를 꾸짖었던 강도의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그 모습대로 반응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였으므로 자신의 죄를 회개하였다. 그와 동시에 자신 옆에 못 박히신 주님을 죄가 없는 의로우신 분, 즉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믿고 자신을 그분에게 의탁하였다. 그분께 의탁하였다는 것은 그분을 영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분을 주님으로 영접하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가 주어진다(요 1:12). 그래서 주님도 그에게 분명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구원을약속하셨다.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


  주님은 오늘도 그 약속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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