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래 패션산업에서 디자이너의 역할

by 심상보

디자이너는 대중을 위한 제품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예술성을 가미한 아름다운 도구를 만들기 위해 형태를 구상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이지만, 가장 중요한 디자이너의 역할은 같은 형태를 반복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제작이 가능한 방법을 설계하는 것이다. 패션디자이너는 사람들의 생활에서 사용하는 의복과 관련된 도구를 그 시대의 유행에 맞춰 디자인함으로써 사용하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한다. 일부 유행을 주도하는 브랜드는 독특한 디자인의 새로운 아이템을 발표하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의 디자인을 항상 메인 제품으로 선보인다. 결국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형태의 도구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패션산업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까?

디자이너의 기본적인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 창조적인 영역은 인간 디자이너가 할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을 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은 지금과 조금 다르다. 먼저 소재의 제약이 생겼다. 현대 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는 플라스틱이다. 의복 소재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재도 폴리에스테르 즉, 플라스틱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버진 플라스틱의 사용이 금지되거나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버진 플라스틱의 함량이 낮은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 면화 대신 과도한 물 소비나 화학비료의 사용이 없는 오가닉 코튼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인권이 보호되지 않은 제품이나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이러한 소재의 이력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소재 생산자의 정보를 믿고 디자인에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적인 접근은 온전히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먼저 재활용을 위해서는 재활용이 쉬운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제품의 수명이 다해 재활용할 때 소재별로 분리가 쉬워야 한다. 부자재도 분리가 쉽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또한 제품이 견고하여 오랜 시간 사용해도 형태가 변하지 않고 재판매할 때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또 첨단 장비를 이용한 디자인으로 단순한 작업을 위한 저가 노동력이 필요 없도록 설계해야 한다. 수작업이 많은 제품은 대량생산을 위해 저가 노동력을 찾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디자인의 포인트는 오랫동안 입어도 싫증 나지 않는 빈틈없이 완벽한 디자인을 추구해야 한다. 대를 이어 입어도 괜찮은 그런 디자인이 미래의 디자인이다.

이제 더 이상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새로운 스타일링은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디자인이 눈에 띄는 이상한 디자인의 제품보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고 클래식이 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해야 그 디자인으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 할머니 옷이 너무 이쁘다며 입고 나가는 손녀에서 '얘야 그 옷은 그렇게 입으면 안 돼!!'라고 할머니가 얘기하는 그런 디자인! 그래야 대를 이어 입고, 다시 팔기도 쉽다.

몇 년간 유행했던 '그랜마코어' 패션. 출처: https://www.threads.com/@053mag/post/DFcp9M6vlJU


keyword
이전 09화기술혁신과 미래의 패션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