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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패션산업에서 생산자의 의무

by 심상보

여기서 패션 제품 생산자는 재봉틀을 직접 사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패션 제품의 생산을 의뢰받아 세계 여러 곳에서 생산을 하는 벤더나 공장 운영자, 기업의 생산 책임자를 말한다. 노동자는 주어진 업무를 하고 임금을 받을 뿐이므로 시스템을 만드는 관리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 수량에 따라 임금을 주는 객공식 제작 방법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의류 노동자는 제작 수량에 따라 임금을 받았다. 예전에는 생산성도 높이고 노동자는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객공 방식을 선호했다. 하지만 옷 값이 계속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점점 더 낮은 공임이 책정되었다. 노동자는 많은 시간을 일해도 예전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대규모 공장이면서 현재도 객공 방식을 택하고 있는 생산자가 많다. 예전보다 낮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면서 제작 수량에 따라 임금을 받는 시스템에서는 결국 생산자와 노동자 모두 대량 생산을 지향하게 된다.

따라서 높은 판매가를 기대할 수 없는 제품이라면 자동화 시스템으로 생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또한 생산공장은 기존의 초대량 생산 방식을 중량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많은 주문을 받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적정 생산을 위해 초대량 생산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소비에 맞는 적정량의 생산을 위해서는 중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브랜드도 대량 생산에 맞게 기획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필요한 수량만 생산을 할 수 있다면 판매량 보다 순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획을 바꿀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량생산이 가능한 생산처가 필요하다.

또한 제작을 의뢰하는 브랜드에서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DPP(Digital Product Passport)에 기재해야 하므로 탄소 배출이 적은 생산방법을 요구하게 된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생산자가 스스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서 사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제작에 사용되는 장비와 전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관련 업종이 같은 공간이나 인접한 지역에 모여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산과정 중에 이동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생산자는 직접 소재를 개발하거나 유통을 하지 않는다. 브랜드 운영자가 기획에 따라 요청하는 주문을 수행하고 이익을 얻을 뿐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품을 기획하게 될 것이다. 브랜드 영업의 목적도 규모에서 이익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목적에 맞는 생산 여건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1970년대 봉제 공장. 2025년 달라진 것은 봉제 노동자가 늙었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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