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 작업
패션 브랜드를 창업한다고 하면 처음 고민하는 것이 브랜드 네이밍이다. 사실 브랜드 이름은 제품과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샘플이 어느 정도 나온 다음에 최종적으로 정하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보통은 부푼 꿈을 안고 브랜드 명을 먼저 짓는다.
브랜드 명은 이름이다. 이름은 불려지면서 그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의 정체성이 된다. 그래서 함부로 지으면 안 되고 바꾸려면 심사 숙고 해야 한다. 브랜드 명은 사람 이름보다 훨씬 명확하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텍스트의 형태, 심벌, 읽히는 소리, 유사 단어의 의미 등등 브랜드 명이 갖고 있는 느낌과 판매하는 제품이 잘 맞아야 한다.
예전에는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 브랜드 명을 작명소에서 이름 짓듯이 지었다. 이것저것 팔다 보면, 그 이름이 제품의 이름이 되고, 브랜드의 명이 되고, 또 회사명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이 치열하다. 마켓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소비자의 뇌리에 박혀있는 테스트와 연결된 의미를 잘 사용해서 브랜드 명을 만들어야 한다.
브랜드 명은 일단 등록이 가능해야 한다. 상표 등록 가능성 여부는 특허청 키프리스(www.kipri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변리사에게 백만 원씩 돈을 주고 의뢰하지 말고 직접 알아보면 된다. 대표적인 의류 코드 25류에 해당하는 등록 상표가 없다면 등록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명품 패션 브랜드는 디자이너의 이름이다. 하지만 지금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브랜드 명으로 쓰는 경우는 별로 없다. 특히 한국 이름을 그대로 브랜드 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구호'나 '기준'처럼 이름을 이름처럼 보이지 않게 쓰거나, '마텡킴'처럼 여러 가지 느낌이 들도록 한국 이름의 일부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풀네임을 그대로 사용하는 신규 브랜드는 없다.
요즘 론칭하는 브랜드의 브랜드 명은 일반명사의 변형이나 단어들의 조합으로 만든 신조어가 가장 많다. 일반명사는 사용하고 싶어도 거의 대부분 등록이 불가능하다.
단어에 글자를 추가해서 만든 브랜드 명은 일반명사처럼 느낌이 정확하고 외우기 쉽다. 예를 들면 '탬버린즈(TAMBURINS)'는 익숙한 악기 이름을 브랜드 명에 넣어 즐거운 느낌을 주려고 했다. 외우기도 쉽다. 몇 개의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 수도 있다. 두 개의 단어만 연결되어도 새로운 의미의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아더에러(ADER ERROR)'나 '낫노잉(NOTKNOWING)' 같은 이름이다. 하지만 너무 긴 글자는 발음하기도 어렵고 소비자에게 기억되기도 어렵다. 따라서 영어 스펠 10개 이하의 글자를 이용해서 브랜드 명을 만든다. 만약 단어 형식의 브랜드 명이 어렵다면 짧은 문장처럼 브랜드 명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길이가 길어도 소비자가 기억하기 쉽다. 이때 브랜드 명은 브랜드의 콘셉트를 보여주는 카피처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오래전 브랜명을 예로 들면, '모리스커밍홈(Morris' Coming Home)'이나 '보이밋걸(Boy Meets Girl)' 같은 스타일이다.
브랜드 명이 등록 가능한 것을 확인했으면 BI 작업을 해야 한다. BI 작업은 의상디자인과는 또 다른 영역이기는 하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의 인식을 고려하여 제품과 적절한 타입으로 디자인한다. 디자인을 하는 방식은 의상디자인과 유사하다. 무드를 정하고, 레퍼런스를 찾고, 샘플을 만들고, 수정 보완하면 된다. 디자인 능력이 있다면 직접 디자인을 하고, 필요하면 일러스트 작업이 가능한 사람에게 정리를 맡기는 것이 좋다.
오래전에는 심벌과 텍스트가 혼재된 스타일을 브랜드의 대표 이미지로 많이 사용되었다. 당시는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글자를 읽지 않고도 의미 전달이 가능한 심벌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우유 브랜드면 젖소가 심벌로 사용되었다. 지금도 심벌은 중요하지만 지금은 심벌을 디자인할 때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 대부분의 로고는 텍스트로 되어 있다. 브랜드 명에 사용된 텍스트의 스타일도 유행을 타며 변화했다.
셀리프가 있는 클래식한 텍스트 타입이 대세를 이루다가 디지털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셀리프 없는 단순한 타입의 텍스트가 로고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다시 다양한 방식의 텍스트 로고가 사용되고 있다. 로고의 효용성이 예전에 비해서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정에는 브랜드 로고가 브랜드의 정체성이었다면 지금은 시그니처 아이템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다. 하지만 아직도 로고는 반드시 필요하며 제품과 어울리는 로고는 제품의 신뢰성과 브랜드의 성격을 나타낸다.
브랜드 명을 정했다면 먼저 베이직한 서체를 몇 가지를 찾아 텍스트를 배열해 보고 몇 가지를 골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이 브랜드 로고를 보면 어떤 옷이 생각나는가?' 여러 명에게 이 질문을 해보면 브랜드 명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내가 만들려는 브랜드와 어울리는지 어떤지 알 수 있다. 만약 너무 동떨어진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름이라면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브랜드 로고를 본 여러 명이 식당 이름 같다고 한다면 의류 브랜드 명으로는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정된 느낌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렇게 기본 로고를 만들면 로고를 사용할 여러 곳에 로고를 넣어본다. 예전에는 로드샵의 간판에 사용할 대형 로고가 가장 중요한 로고였다면 지금은 인스타에 사용할 로고 아이콘이 가장 중요한 로고 일 수도 있다. 메인 로고의 크기에 따라 가독성이나 로고의 특징이 잘 보이는지 확인해 본다.
패션 브랜드에서 로고를 사용하는 기본 항목은 라벨, 택, 패키지, 홈페이지, SNS 페이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