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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Aug 10. 2023

패스트패션은 끝났다!

2023 여름은 최악의 폭우에 폭염이다. 연일 35도가 넘는 고온이 계속되고 있으며 7월 장마의 일부 지역 강수량은 관측이래 2위라고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초대형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엘니뇨의 영향이 크다. 3년간 이어져왔던 라니냐가 끝나고 2023년 8~9월에 엘니뇨 현상이 정점에 달하면서 달궈진 해수면은 기온과 강수량을 상승시키고 태풍의 위력을 키웠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엘니뇨를 8년 만에 발생하는 +2.0도 이상의 슈퍼 엘니뇨로 예측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엘니뇨 영향은 다음 해에 절정이 된다. 따라서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환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지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이상기후는 엘니뇨에 영향으로 나타나는 현상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다. 이것은 인간이 만든 기후온난화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후온난화에는 탄소배출 2위인 패션산업의 책임이 크다.


패션산업은 재료의 생산에서부터 원단제작, 봉제, 유통, 판매, 세탁, 폐기의 전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2020년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보고서 ‘Fashion on Climate’에 따르면 원단 등 재료 생산에 38%, 가공 및 완제품 생산에 33%, 유통 및 브랜드 운영에 6%, 그리고 사용 및 폐기에 23%의 온실가스(GHG)가 배출된다. 현재 글로벌 패션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방안은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또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여 재료 생산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짧은 시간에 완전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생산과정에서 물사용, 독성물질 방출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판매된 제품의 사용과 폐기 과정에 개입하여 제품을 수거하고 재활용 방법을 찾는 것이다.


2023년 5월 22일 유럽연합(EU)의 경쟁력위원회에서는 ‘미판매 의류(직물) 폐기 금지 조항’을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패스트패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의류기업 H&M의 본국인 스웨덴과 명품 브랜드를 많이 갖고 있는 이탈리아 등은 규제 강화에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논의 끝에 회원국들은 미판매 의류 폐기를 금지한다는 큰 틀에 합의했다. 합의를 이끈 에바 부쉬(Eva Bush) 스웨덴 에너지산업부 장관은 “지속가능한 제품을 출시하려면 제조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U의 목표는 2030년까지 패션기업들이 재사용이 가능하고 더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내구성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재활용이 가능하고, 내구성이 우수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과잉 생산이다.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폐기되는 제품의 제작을 시작할 때부터 만들지 않아야 한다. 필요이상의 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애초에 필요 없는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이 지구에서 한 해 만들어지는 옷은 1,000억 벌에 이른다. 그리고 그중 약 33%인 330억 벌이 같은 해에 버려진다. 33%의 옷은 처음부터 생산되지 않았어야 한다. 버려진 옷들은 땡처리라는 이름으로 아주 싼값에 판매되거나 또는 기부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로 보내지고 그중 40%는 쓰레기가 되어 산과 강에 버려진다. 대부분이 합성섬유인 의류 쓰레기가 완전 분해되는데 최소 200년에서 50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합성섬유를 사용한 지 100년이 안되었으니 버려진 합성섬유 제품 중 1%도 썩어서 사라진 적은 없다.

2021년에 방영된 CBS다큐멘터리 ‘죽은 백인의 의류(Dead white man's clothes)’에 방영된 쓰레기산


그린피스 독일지부의 비올라 볼게무트(Viola Wohlgemuth)는 “의류업계가 생산하는 물량의 40%는 애초에 팔리지도 않고, 선박에 실어 다른 나라에 폐기 처분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가난한 나라로 버려진 수많은 브랜드의 옷들을 “케냐와 탄자니아의 중고 의류시장이나 매립지에서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다”라고 했다. 또 “섬유폐기물 수출에 대한 규제가 없으며, 그런 수출품들은 중고 직물로 위장해 가난한 나라에 버려지고, 그곳의 매립지나 수로에 머물면서 해당지역을 오염시킨다”라고 지적했다. 버려진 의류제품들의 대부분은 생산된 지 얼마 안 된 낮은 가격의 제품이다. 생산될 때부터 단기간 사용을 목적으로 제작된 제품들은 당연히 짧은 사용기간을 거쳐 쓰레기가 된다. 쓰레기가 된 의류제품은 살기 어려운 저소득 국가로 보내지고 거기서 소비되지 못한 제품은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국가에 새로운 폐기물 처리 문제를 넘겨준다.


환경운동단체 ‘더 올 파운데이(The OR Foundation)’ 대표 엘리자베스 리켓은 아프리카 중고 시장에 들어온 헌 옷의 40%는 즉시 쓰레기가 된다고 말하면서 지금 이 시대에 쓰레기 식민주의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국주의의 식민지처럼 잘 사는 나라의 풍요를 위해 가난한 나라는 쓰레기 처리장이 되고 있다. 거기에 우리나라도 동참하고 있다. 우리가 헌 옷 수거함에 넣은 옷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거의 대부분 그렇게 쓰레기가 된다.

가나 해변에 떠밀려온 산더미 같은 옷들


패스트패션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패션산업의 폐기물 문제는 옷을 만든 사람과 사용한 사람, 버린 사람 모두의 책임이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은 생산자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생산자를 움직이는 것은 소비자! 대중이다. 기후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는 심각해지는 이상기후처럼 강해질 것이다. 소비재를 만드는 모든 기업, 특히 패션기업이 경영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에 불안을 느끼는 대중에게 버려져 쓰레기가 될 것이다. 패션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포장재를 줄이는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 문제를 일으킨 이유는 생산 방식이 아니라 패션산업의 목적에 있다. 패션산업의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의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품격과 행복한 삶이라면 패션제품이 찰나의 기쁨과 스트레스 해결을 위해 과소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허접한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줄이고 사람들의 생활이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좋은 패션제품이 만들어지고 오랫동안 사용되길 바란다.


얼마 전에 다녀온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 공원에서 여러 명의 아이들과 놀고 있는 가족들을 보았다. 무척 즐겁게 행복한 그들의 모습이 느리게 재생되는 영화 같았다. 어느 누구도 명품을 입지 않았지만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에서도 품격이 느껴졌다. 오랫동안 현지 생활을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 사람들은 꼭 한국의 80년대 같아!! 아이 많이 낳고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는 것을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해!” 돈의 노예가 되어 숨 가쁘게 살아가며, 자기의 삶을 위해 자식도 낳지 않으려 하는 우리 사회가 패스트패션 같다.


여유롭고 품격 있는 행복한 삶에 명품이나 값싼 새 옷은 필요하지 않다.


사진 출처:

https://www.abc.net.au/news/2021-08-12/fast-fashion-turning-parts-ghana-into-toxic-landfill/100358702

https://www.independent.co.uk/climate-change/news/fast-fashion-ghana-clothes-waste-b21323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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