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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반짝 Sep 13. 2021

제주 우리집이 좋은 이유

제주에서 딱 일 년 살았습니다

 집은 영혼의 안식처이다. 그러니 집 구하기가 제주살이 준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 열심히 오일장 신문을 들여다봤다. 밥을 먹다가도 장을 보다가도 수시로 클릭클릭을 해댔다. 하지만 집 구하기는 너무 선택지가 많고, 아리송한 수수께끼였다.  


 좀 똑똑해지기로 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기로 했다. 제주에 가야할 분명한 목적을 정하고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나갔다. 먼저 살고 싶은 지역을 정해야 했다.      

‘공항과 멀지 않을 것, 시내와 떨어졌지만 병원과 마트는 멀지 않을 것, 회복을 도와 줄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있는 집일 것’     

 그러다보니 제주 시내와 삼십 분 정도 떨어진 애월읍과 조천읍으로 지역이 좁혀졌다. ‘회복’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관광 인프라가 많은 서쪽보다는 아직 계발이 덜 된 동쪽 지역이 나아보였다. 게다가 남편은 함덕 바다를 가장 좋아했다. 제주에 올 때마다 가장 먼저 들렀던 곳도  함덕 해변이었다. 이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함덕!      

 두 번째로 주택 형태를 정해야 했다. 전원주택이야 아이가 어리다면 꼭 살고 싶은 집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독박육아를 해야 했다. 몸도 성치 않으니 체력을 아끼는 게 최선이었다. 거기에 비용과 안전 부분까지 고려하고 보니, 나에겐 따뜻하고 깨끗한 신축 아파트나 빌라가 최선이라는 결론이 났다.     


 세 번째는 역시 비용이 또 문제였다. 경기도에 짐을 두고 가려니, 옵션이 갖춰진 연세 매물만 눈에 보였다.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는 기본이고, 가능하면 옷장이랑 침대도 있었으면 했다. 결국 연세 비용이 점점 올라갔다.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 될 텐데, 눈 딱 감고 좀더 투자하자. 해외 여행 한두 번 다녀온 셈 치지 뭐.’

 함덕 쪽엔 풀옵션 매물이 거의 없었다. 두어 달을 기다렸다.  

 바닷가 마을로 정하고 보니 이왕이면 창문 밖으로 바다가 보이고, 언제든 바다로 출동할 수 있는 곳에 집을 마련하고 싶었다. 또 버스 정류장과도 멀지 않아서 남편의 공항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면 했다.  사진과 네이버 지도를 통해 집 상태와 주변 분위기를 가늠해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 맘에 쏙 드는 아파트 사진이 올라왔다. 방이 통창문이어서 함덕 바다가 시원하게 보였다. 식기와 침구까지 구비돼 있었다.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맘을 홀랑 빼앗겼다. 버스 정류장도 가깝게 있어서 남편의 공항 출퇴근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흔치 않은 풀옵션 매물에 이용 후기도 괜찮았다. 마음에 들었지만 금액이 비쌌다. 마침 주인분이 옆 건물에 집 한쪽이 가린다면 금액을 훌쩍 깎아주셨다. 야호! 바로 계약을 했다. 


 제주집에 온 첫 날, “엄마, 집 잘 구했다.”하며 아이들이 더 좋아했다. 걸어서 바다에 닿을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하지만 세상일에 백 퍼센트 만족이 어디 있으랴? 살다보니 불만스런 점도 많았다. 우선, 사진과 공지된 평형에 비해서 집이 훨씬 좁았다. 오피스텔과 아파트의 평수 계산법이 다른 탓이었다. 공동주택이다 보니 담배 냄새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통창문이 있는 방은 외풍이 너무 심했다. 


 ‘만족’에 대해 양창순 심리학 박사는 말했다. “만족이란 51을 선택하면 나머지 49를 버리는 것입니다. 만족의 한자를 보면 ‘滿足’ 즉 물이 딱 발목까지만 오는 상태입니다. 만족은 넉넉한 물로 몸 전체를 씻는 것이 아닌, 족욕만으로도 피로가 풀리고 생기가 도는 적당한 행복 상태입니다.” 


 바다가 활짝 보이는 통창문을 택했으니 심한 외풍은 감수해야한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는 법이니까. 또 행복은 내 마음에 있는 법. 이왕 선택한 집이니 좋은 점을더 찾고 감사하자고 마음을 편히 먹었다. 저녁 감사 일기를 쓰면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말했다. 


 “제주집이 감사한 이유 들어볼래요? 집이 아담하여, 청소가 간편해지니 감사, 벽이 동쪽 창문을 모두 가려주니 사생활이 보호돼서 감사, 옆 집 담배 냄새로 인해 환기를 더 자주 시키게 돼서 감사, 바닷가 폭죽소리를 들으며 여행의 활력과 생기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입니다.

" 너희들은 이 집이 왜 좋아?”   

 아이들은 단박에 대답했다.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바로 보여서 좋아요.”

“맞다. 엄마를 찾지 않아도 되잖아요.”

“아, 그렇구나. 당신은요?” 

“나야 뭐, 당신이 여기 있으니까 좋지.”


 가족들의 심플한 답변만으로도 집안은 한층 더 밝고 따뜻해졌다. 

'하긴,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에 살게 된 것도 어딘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보다.'

     

한적한 동쪽 해변


제주 돌담집의 휴식


제주에 생긴 우리집

 

통창으로 시원스레 보이는 바다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제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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