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다 보니,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청명하고 광활한 하늘 위에 떠 있는 생생한 구름의 자태는 경이로움 자체였다. 모양도 크기도 다 제각각이었다. 마치 세계 78억 인구 중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듯이 말이다. 가만히 보니 흘러가는 속도조차 달랐다.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바람 한 줄기를 선택해 당당하게 떠다녔다.
내 모양, 내 속도를 찾고 싶었다. ‘그냥 나’를 만나야 했다. 오랫동안 거울 속 내 모습을 들여다봤다. 평생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무정한 새치머리와 깊어진 눈가 주름이 퍽이나 낯설었다. 이 어색한 만남을 무마하기 위해 웃어 보았다. 불혹의 여인은 지쳐보였다. 용기를 내어 거울 속의 나에게 말했다.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애썼어. 누가 뭐라 해도, 나만은 너를 감싸줬어야 했는데, 되레 자책이란 채찍을 휘둘렀지. 더 잘 하라고 더 힘껏 달리라고 학대했었지. 너는 잘못이 없어. 내가 너를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는 진짜 너를 사랑하고 아껴줄게.”
나를 따뜻하게 안았다. 먹구름이 걷힌 듯 한결 마음이 평온해졌다. 비로소 ‘나’라는 든든한 단짝이 생겼다. 이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너울대는 수백 가지의 생각들 사이에서, 진짜 내 모양과 속도를 가려내기 위해 깊은 숨을 내쉬었다. 심장은 곤두박질칠 듯 두근거렸다. 하얀 연습장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마음껏 끄적거렸다.
제주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주로 하며 나답게 살았다. 외부의 강압과 눈치, 통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종종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하는 복에 겨운 넋두리를 자주했다. 혼자서 고요하게 책을 읽었다. 좋아하는 글쓰기도 했고, 사색에도 자주 잠겼다. 가족과 함께 바다와 관광지를 누비면서 마음껏 웃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영혼이 맑은 사람들과 속깊은 대화를 주고받았고, 서로의 성장도 힘껏 도왔다. 때론 가장 좋은 친구인 ‘나’와 함께 자연의 품속을 내 속도대로 걸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나와 잘 지내게 되었다.
진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의 저자 박상미 원장은 자존감을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는 것,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자기 자비’를 배워야한다. 자신에게 좀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실수를 한 상황에서 질책과 수치심으로 자신을 괴롭히기 보다는, 타인에게 베풀 듯 나를 친절과 관용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환경을 선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반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가만히 놔두면 뇌는 자연스럽게 걱정과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생각으로 기울고 만다. 그러니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훈련해야 한다.
자기자비와 긍정의 마음을 갖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실천해 보았다. 첫 번째는 칭찬일기를 쓰기였다. 매일의 감사일기 뒤에 오늘도 열심히 산 나를 글로써 힘껏 토닥였다. 이제는 가혹한 채찍 대신 달콤한 당근을 매일 제공한다. 두 번째는 단단한 마음 근육으로 바꿔주는 매직 주문을 적어서 거울마다 붙여 놓았다. 드라이할 때, 화장 할 때마다 수시로 읽었다. 머리와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