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제 Feb 28. 2023

40대의 알바 후기

새로운 시작


알바 후기 ㅎ


외식업을 하는 지인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요청했다. 경영관리 쪽이 주를 이뤘으나 업장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몰랐기에 한달 이상 업장에서 알바를 하겠다고 했다. 현장 체험을 중요시하는 HRer의 호기로ㅎ 힘들텐데 괜찮겠냐고 하는데 어느 정도 희망이 섞인 말투이기도 했고 내가 뱉은 말을 지켜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알바를 시작했다. 저녁 6시부터 마감시간인 새벽 2시까지. 짧은 경험기라서 장기간 하신 분들의 생각과 다를 수 있는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한다. 


1. 생각보다 외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많다.


 - 메뉴 종류와 메뉴별 구성을 알아야 했다. 그래야 주문도 척척 받고 설명을 해 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메뉴별로 나가는 기본 반찬을 외우고 어느 정도의 양으로 채워야 하는지 알아야 했다. 처음에 가장 우왕좌왕한 것은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생각보다 주문을 받아 포스에 터치하기 까지 받은 주문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무단히도 애쓴 것 같다. 그 다음엔 요령 익히기다. 서빙 테이블에 음식 채우는 법, 항상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장소와 시선두기, 손님이 몇 분 오셨는지 파악하고 동료들과 공유하기(그래야 인원수에 맞게 찬과 수저를 미리 준비하므로), 테이블 닦는 법, 청소하는 법, 마감할 때 해야 할 일, 물 채우기 등등. 중요한건 시간이 정해 진건 아니고 때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와 처음엔 정말 정신 없더라.


2. 신발은 무조건 쿠션이 있는 걸로 신자.


- 8시간 동안 앉아 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걷는다. 초기에 바닥이 좀 딱딱한 운동화를 신었다가 발이 너무 아픈 경험을 하고는 무조건 가볍고 쿠션있는 운동화를 신었다. 다리는 기본이요 허리와 어깨는 욱신욱신 거리더라. 어쩌다 의자에 잠깐 앉을 때면 ‘아이고’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온다는 ㅎ


3. 술을 마시며 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 멀쩡하게 들어와서 비틀거리며 나가는 과정이 재밌다. 한병씩 테이블에 빈병이 쌓일 수록 말투와 표정이 변한다. 반복되는 말을 하기도 하고 서로 외계어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근데 대화가 통한다. 신기하고 재밌다. 술자리에서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은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ㅎ 가끔 과격한 사람도 있고 연인끼리 웃으며 들어왔다 갑자기 눈물 바다가 되는 경우도 있고 음식을 쏟거나 유리잔을 깨는 경우도 있다. 처음엔 친절하다가 술이 좀 취하면 바로 반말로 대하는 사람도 있고 심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예의 없는 사람도 있다. 인간의 다양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꽤 재밌더라.


4. 조직내 수평과 수직이 혼재한다.


- 업장에는 매니저 혹은 팀장이 있어서 흔히 말하는 점장의 역할을 한다. 업무 지시에 있어서는 탑다운이다.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이다 보니 지켜야 할 룰이 존재하고 이 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탑다운이 맞겠다 싶다. 그런데 서로 대화하는 걸 보면 전혀 꺼리낌이 없다. 호칭도 자유롭다. 매니저님이라고 부르는 건 나밖에 없더라. 다 언니, 오빠, 이모다. 그러면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지시사항에 대해서 잘 따른다. 의견도 자유롭게 내고 공유도 잘 된다. 마치 홀라크라시 처럼. 다만, 재량의 범위가 업장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달라서 편차가 심한 점은 개선해야 할 것 같다. 


5. 생각보다 업무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더라. 


- 기존에 하던 업무를 바꾸는 노력은 부족해 보였다. 이래나 저래나 비슷하다고 판단한다. 내 몸이 피곤한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업장에서만 그럴 수 없다는 이유도 있더라. 다들 이렇게 하는데 우리만 바꿀 수 없단다. 특히 주방의 경우가 좀 더 심하더라. 매니저가 이런 저런 생각을 공유하거나 개선을 요청하면 잘 받아주지 않더라. 홀은 그나마 좀 낫다. 내 생각엔 조금만 바꾸면 될 것 같은 것들이 꽤나 보였는데 쉽게 바꾸자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고작 한달 반 일한 경험으로 주제 넘은 말을 하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정직원 보다는 아르바이트가 많은 경우 이런 부분이 좀 더 심한 것 같기도 하더라.


6. 재밌는 데이터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 


- 포스에 있는 매출현황을 기본으로 도출할 수 있는 숫자 데이터들이 생각보다 많다. 일간, 월간, 년간 데이터를 활용하면 메뉴 개선, 신 메뉴 개발, 채용 계획, 매출 목표, 대고객 서비스 개선, 업장 사고 예방 등 다양한 부분에 활용이 가능할 것 같더라. 성별로 선호하는 메뉴, 주종 등도 더불어 데이터를 모은다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 팁 받으니 신나더라.


- 평소대로 서빙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친절하다며 팁을 주신다. 근데 왜그리 기분이 좋은지….ㅎㅎ 어떤 분은 장사에 진심이 묻어 나 보인다며 연신 칭찬하신다. 장사가 체질인가 싶은 순간이었다. 받은 팁으로 알바들에게 과자 쐈다 ㅎ


8. 마감 10분 전에는 들어오지 말길…


- 1시에 주방을 마감하고 2시에 업장을 마감한다. 근데 꼭 12:50분쯤에 오셔서는 2시 넘게 있다가 가는 손님들이 있다. 순전히 알바의 시점이다. 내가 사장이었다면 안그랬겠지. 퇴근 시간이 늦어지니 짜증이 나는건 어쩔 수 없더라 ㅎ 1시간이면 충분하다며 들어 오시는 손님들은 대부분 충분하다는 그 말이 거짓말이다. 밉더라. 무례한 손님보다 더 밉더라.


9. 감정을 다독여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더라. 


-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많다. 꽤 오래 이 일을 한 직원 말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고는 하나 이런 부분을 정기적으로 해소시켜주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였다. 생각보다 막 대하고 무례한 사람도 많고 쉽게 짜증내는 사람도 많아서 쉽게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가끔은 몸이 힘드니 금새 잊혀지기도 하지만...


10. 인력난이 생각보다 심하더라. 


- 선택할 수 없이 지원하는 사람을 붙잡아야 하는 현실이 뭔지 알겠더라. 연락도 없이 안나오는 경우도 흔하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일하는 도중에 나가는 경우도 있더라. 다만, 사람이 없다는 둥 시급의 문제로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둥의 핑계만 앞세우는 업주들의 모습도 보기 좋지만은 않더라. 


짧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던 순간이다. HR측면은 물론 경영관리, , 운영, 전략 적인 부분들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선 하고 싶은 건 업장과 본사의 소통채널 정리부터 하고 싶다. 잘 해보자. 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